여행 마지막 도시에서 우리답게 마무리 하기
드디어 마지막 도시,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쾰른에서 오전 기차를 타고 출발해서 프랑크푸르트로 넘어왔는데, 딸도 기차도 제법 몇 번 타 보았다고 처음보다 훨씬 더 의젓한 모습으로 긴 이동시간을 참아주었다. 다만 기침은 계속 더 심해져서 객차 안에서 좀 민망하고 안쓰럽긴 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의 첫 느낌은, 음.. 담배냄새가 많이 난다. 비둘기가 많다. 더럽..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역을 조금 벗어나니 도시 곳곳에 자리 잡은 공원들과 맑은 공기,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건물들이 조화롭게 이루어진 도시가 매력적으로 보였다. 마지막 도시를 열심히 느끼고 가야지.
유독 이번여행은 한식이 먹고 싶었던 나는 '여행 내내 컵반에 감자튀김으로 연명하는 딸이 배고플(?)것 같다'는 핑계로 한식집을 찾아 나선다. 체크인해서 짐을 두고 제일 먼저 나선 여정이 한식집 방문. 프랑크푸르트에 제법 맛있는 한식집이 있다서 기대하고 나선 길이었다.
가는 길에 골목골목을 산책하기도 하고 가을의 낙엽도, 가을의 하늘도 마음 넉넉히 즐기면서 셋이 손잡고 걸어갔다. 가게이름이 아마 "미스터. 리(Mr.LEE)"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간의 모든 여행지에서 먹었던 한식 중에 단연코 1등이었다. 반찬도 맛있고, 전도 맛있고!
여기는... 해외의 한식집들과 비교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백반집과 비교해야 할 정도가 아닐까 싶은.. 그래서인지 현지 한국분들도 많이 오시는 것 같았고 모임들도 많아 보였다. 가격대는 제법 있는 편이었지만 제대로 한 끼 챙겨 먹고는 알차게 마지막 일정을 이어간다.
뢰머 광장에 들러 골목골목을 구경하고 마그넷도 샀다.(우리는 기념품으로 도시마다 마그넷을 모으고 있는데 다른 것보다 부담 없어서 시작했거늘 이제는 하나에 5~6유로씩 하는 걸 보면.. 여행물가도 무섭다는 생각이 갑자기 드네;;) 겨울이라면 크리스마스마켓이 멋지게 열린다는데, 가을임이 다소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가을의 독일도 좋았으니까. 골목을 지나 프랑크푸르트 대성당도 지난다. 오늘은 일단 그냥 지난다.
마지막 밤이었던지라 남은 유로 쓰기+쇼핑리스트 지우기로 알차게 보내고, 미처 다 구하지 못한 아이템들은 남편이 혼자서 사러 다녔다. 남편도 혼자만의 시간을 잠시 가지고, 나는 아이와 대략의 짐 싸기 및 휴식시간을 가지면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부자가 된다는 유로타워에 가서 사진도 찍고 트램도 타고 마지막으로 학센과 맥주를 마시며 여행을 복기한다. 돌아오는 길엔 프랑크푸르트성당에 다시 들어가 초에 불을 붙이며 소원도 빌어본다. 우리 딸도 야무지게 불을 붙이고 소원도 빌고.. 어떤 소원 빌었냐고 물었더니 "우리 가족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달라고 했어"라고 말하는 기특한 내 딸.
다시 숙소로 가서 짐을 찾고 공항으로 간다. 아쉽기도 시원하기도 한 감정으로 공항까지의 길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는다. 비행을 하고 차를 찾아 집에 가는 여정이 남았지만, 국적기에 발을 딛는 순간 한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니까 우리의 여행은 딱, 게이트 앞 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