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또 금방 여행을 그리워하게 될 거라서..
수속을 모두 마치고 공항 면세점에서 야무지게 바비 장난감을 획득한 딸은, 본인 몸통보다 큰 쇼핑백을 들고 온 공항을 헤매다 비행기 탑승 후 딥슬립을 하였다. 우리도 맥주 한잔으로 무사히 여행을 마친 것을 자축하며 잠시의 시간을 보내다가 잠들었다. 슴슴한 흰 죽이 기내식으로 나왔고 곧 착륙했다. 무사히 짐을 찾아 발렛서비스 주차장으로 이동하니 우리 차가 기다리고 있다. 짐을 우당탕 싣고는 집으로 간다. 정말로 여행이 끝났다.
아직 여행 초보인 우리는 유럽을 도장 깨기 하듯, 안 가본 나라들을 다녀보며 이 나라와 저 나라가 어떻게 다른지 지, 뭐가 더 흥미롭고 어디가 더 취향인지 경험해 보는 재미로 유럽 곳곳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아직 못 가본 곳도 많이 남았지만 이번의 독일 여행은 또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뭔가 조금 더 현대적이고 뭔가 조금 더 정제된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맞다, 그냥 내 느낌이 그렇단 것.
과거의 역사를 살아온 유적들과 현재가 절묘하게 섞여 이질감 없이 오늘이 되는 곳. 독일 4개 도시의 감상은 그렇게 남았다. 흥미로웠고 다채로웠다. 다음이라는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또 한 번쯤은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로 마무리해야겠다.
내 예상보다는 상당히 짧게 독일 여행기가 끝났다.
더 긴 이야기를 풀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생각보다 많은 부분 휘발되어 버렸음을 체감한다. 남편이 정정해 줘서 발행 후에 수정한 내용도 있고, 쓰다가 '에이 이거는 그냥 패스하자' 하고 빼버린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나마 기록을 남기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나중에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서다. 우리가 함께한 독일여행이 이런 여정이었고, 이런 것을 보았고, 먹었고, 엄마가 너와 함께 했던 여행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고. 그때그때 달라지는 설명보다는 한 문장 한 문장 정리해서 알려주고 싶었다. 언젠가는 이걸 보여줄 날이 오겠지.
다음의 이유는 프롤로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체코-오스트리아 여행 준비 중에 부족한 것이 없도록 반성하고 다시 계획하기 위함이다. 잘했던 일은 그대로 반복하고(그래서 동유럽 3개국 책을 사서 딸에게 보여주고 있다.) 잘못한 일(주로 아이 옷과 약을 덜 챙긴 것)은 놓치지 않게 다시 한번 챙길 수 있게 되었다. 다가오는 여행은 더 알차게, 더 건강하고 재밌게 다녀와야지 의지를 다지면서. 사진을 더 잘 찍어와야지 다짐하면서.
독일을 다녀온 이후에도, 20명 대가족이 함께하는 제주도 여행도 있었고, 친정식구들과 함께한 오키나와 여행도 있었다. 모두 다 정리해서 남기고 싶은 욕심이 든다. 정리하고 기록하다 보니 그때의 감정과 분위기들이 다시 한번 가까이에 있는 것 같아,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여행지에 다시 간 기분이 든다. 묘하고 설레는 것이 나쁘지 않다. 시간을 들여 문장을 쓰고 다듬으며 적절한 사진을 골라 기록하는 것이 이렇게 의미 있는 일임을 또다시 한번 느끼면서 (브런치 작가 하길 잘했다ㅋㅋ).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 두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