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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주 Jul 20. 2023

꼬마여행자와 7박 9일 독일여행 - 8.베를린 둘째날

오늘은 엄마도 보고 싶은 게 많아

내가 독일에 오고 싶었던 이유는 옥토버페스트가 결정적이지만 베를린의 홀로코스트메모리얼도 한몫을 했다. '기억의 도시'로 불리는 베를린의 현장들을 직접 가서 보고 느끼고 싶은 마음이었달까.


도시 곳곳에 자리한 기억의 장소들을 마주하기 위해, 오늘은 시티투어버스를 타기로 한다. 아이에게 2층버스를 타고 보면서 돌아다니면 된다고 이야기했더니 꼭 2층에 타고 싶다는 말을 한다. 함께 버스를 기다리면서 버디 베어를 발견하고는 사진을 찍는다. 아이는 베를린 여행을 하는 동안 베를린 버디 베어를 찾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그 덕택에 나도 아이가 지루해 보이는 기색이면 버디베어부터 찾았다는 이야기.

버스를 타고 운 좋게 2층 앞자리에 탑승. 어제 지나갔던 카이저빌헬름교회도 지나고 구석구석을 편안하게 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 타이밍에 우리 딸은 잠이 들었다ㅎㅎㅎ



시티투어버스가 있는 여행지에서는 되도록이면 첫날쯤 투어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돌거나 그때그때 내려서 관광하는 쪽을 택하곤 했는데,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더더욱 괜찮은 선택지가 아니었나 싶다. 어른들 여행처럼 바튼 일정으로 움직이기도 쉽지 않고 아이 컨디션이 좋아야 어른 컨디션도 관리가 되니까. (그렇지만 잠들어 버릴 것은 예상하지 못하긴 했는데)


잠든 아이를 안고서 도시를 눈에 담는다. 체크포인트 찰리도 베를린 장벽도 버스 안에서 편안하게 감상한다. 박물관섬을 지나면서는 저 돔 앞에서 커피 한잔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려서 볼 수 없음이 조금 아쉬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 아쉬움마저도 그대로 남겨두면 다음 여행의 이유가 될 수 있겠지.

 텔레비전 타워에 내려서 세계시계탑을 찾아가고, 그 틈에 아이 기침캔디를 사러 DM에 들어갔다. 정작 아이는 맛이 없어서 싫다고 했지만 사탕을 물고 있는 동안은 기침을 덜 하는 것 같아 계속 먹이긴 했다. (요즘 보니 우리나라 백화점 식품관에도 들어오기 시작한 것 같더라)

잠이 덜 깨 지쳐하는 아이와 플라잉타이거코펜하겐에 들어갔더니 다시 똘똘해져 놀잇감을 찾아 쇼핑에 나섰고 좋아진 기분으로 우리의 맥주 타임을 용인(?) 해 주었다ㅎㅎ 뮌헨에서 가고 싶었던 호프브로이펍을 베를린에서 찾아갈 수 있게 되었는데 맥주도 맛있고 학센도 맛있어서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아이가 독일여행에서 먹기 시작한 음식 있는데, 그건 바로 '감자튀김'이다.

아이가 한국에서는 돈가스를 잘 먹었고, 그와 비슷한 슈니첼을 먹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판단과는 달리 슈니첼은 그다지 흥미가 없어 보였다. 게다가 밥이 같이 안 나오니 더더욱 쉽게 물려하는 것 같기도 했고.. 나 역시도 돈가스소스가 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였으니 아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던 중 항상 사이드로 나오던 감자튀김을 먹여봤는데, 웬걸! 야무지게 케첩까지 찍어서 잘 먹어주었고 아이의 주식이 되었다..ㅎㅎ 한국에서 감자튀김을 줘도 안 먹었었고 케첩도 그다지 흥미가 있지 않았는데, 역시 결핍이 주는 새로운 도전정신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식사를 마치고 다시 시티투어버스를 탄다. 다 돌아보지 못했던 베를린 시내를 이어서 보고, 우리 부부가 '유럽하늘'이라고 명명하는 파랗고 높은 하늘도 열심히 만끽한다. 지금 사진으로 돌아봐도 날씨가 정말 완벽했던 날. 우리는 커피를, 아이에게는 간식을 하나 사서 먹이며 국회의사당 앞 광장을 걷는다. 얕게 내려오는 석양과 푸르른 잔디와 시원한 바람이 너무나도 상쾌했다. 신나게 앞장서서 걷다가 잔디에 앉아 간식을 먹는 아이의 모습이 다람쥐 같았다.




남편은 브란덴부르크문이 제일 좋았다고 했다. 지금 남편 핸드폰에 배경화면이기도 하고.

나랑 딸은 이제 슬슬 체력이 떨어질 때라 살짝 감흥이 덜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웅장함과 거리의 활기가 묘하게 설레는 공기를 만들어 내었던 기억이 난다. 가수의 버스킹으로 들려오던 노랫소리도 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과 함께.


마지막으로 홀로코스트메모리얼. 2700개가 넘는다는 거대한 직사각의 기둥사이를 걷는다. 높이가 다른 기둥들 사이로, 걸어가면 갈수록 낮아지는 지면을 밟으며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이가 자라서 '엄마는 어땠냐'라고 묻는 날이 온다면.. 이렇게 넓은 땅, 도시의 한가운데에 추모의 공간을, 그것도 역사의 치부를 드러내고 반성할 수 있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그 사이에서 독일 사람들은 잘못을 반성하고 되풀이되지 않도록 후세에 전하고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음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답답하고 막막한 감정이 전해지는 것 같아 조금 두렵기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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