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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주 Jul 15. 2023

꼬마여행자와 7박 9일 독일여행 - 4. 독일 입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작은 아이인 너에게.

긴긴 비행 끝에. 비행기 바퀴가 땅에 닿는 그 덜컹함과 함께. 우리는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 시간으로 아침 11시 즈음에 이륙을 했고, 도착한 현지시간은 오후 5시 40분.


프롤로그에 짤게 적었지만, 우리의 첫 여행지는 프랑크푸르트가 아니었다.

이건 순전히 나로 인해 계획된 일정인데 맥주를 좋아하는 나의 인생 위시리스트 중 하나가 옥토버 페스트다.

가을에 독일에 갈 일이 생겼고, 그 일정이 운 좋게도 옥토버페스트와 겹친다면 '이건 무조건 가야지'만 된다고 박박 우겼더랬다.


다만, 애석하게도 우리가 독일에 도착한 다음날이 옥토버페스트의 마지막날이라 바로 뮌헨으로 이동해야만 하는 일정. 그래도 언제 이 시기에 다시 독일에 오겠느냐 싶어 강행하기로 하고 오후 6시 52분 뮌헨행 DB를 예약한다. 한 시간이면 금방 짐 찾고 나올 수 있겠거니 생각하며.


어쩌면 이게 여행의 묘미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기다리는 상황에서도 절반이상의 입국심사대는 닫혀있고, 아무도 바쁘지도 서두르지도 얼마나 줄을 서있는지도 관심 갖지 않는다는 점. 질서 정연하게 줄이 서 지지 않아 갑자기 이 줄을 뚝 떼어 뒤로 보내놓고도 지시에 따르라는 입국심사대의 상황.

한국이었으면 난리 났을 것 같은데? 빨리빨리의 민족성이 나를 촉박하게 한다.


우리의 마음은 긴박해져 오는데 우리 딸은 피곤해져 간다.

비행기에서 아무리 자고 쉬었다 한들 갑자기 바뀐 시간대에 어리둥절했을 테고,

그 와중에 어른들 무리에 서서 한참을 대기해야 했던 우리 꼬맹이 여행자. 그래도 씩씩하게 여권을 제출하고 HI~하고 말하는 귀여움은 내가 고슴도치라서 예뻤던 걸까.

줄이 한~~ 참 길어도 여유로운 입국심사에서 드디어 내 차례.

왜 왔어? 옥토버페스트 갈려고. 오케이. (이렇게 쉽다고? 근데 왜 오래 걸려?)


공항에서 DB역으로 이동하는 셔틀을 타고 부리나케 이동하는데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역에 도착했을 때가 6시 45분쯤이었을까.. 지쳐하는 딸을 캐리어에 타게 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플랫폼으로 내려오는데, 급한 마음에 턱을 제대로 보지 못해 덜커덩하고 나와 캐리어와 그리고 아이까지 우당탕 넘어져 버렸다.

아이는 아이대로 아프다고 울고, 나는 아이도 걱정되고 기차도 걱정되고..

우는 아이를 들쳐 매고 달래며 괜찮은지 묻고, 기차플랫폼으로 가보니 다행히도 연착. 하.. 다시 아이를 보고 괜찮은지 확인한다. 다행히 아이는 괜찮았고, 나는 그제야 여기저기 아프다는 걸 느끼면서..


기차가 연착되어 준 덕에 간신히 뮌헨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거의 3시간 40분가량을 또 이동해야 했는데, 하필 예약한 좌석이 사일런트 객차.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는데 쉿 표시가 엄청나게 붙어있다. 아이에게 표시의 의미를 설명하고 주의주기를 몇 번, 그래도 씩씩하게 잘 참으면서 뮌헨에 도착했다.

비가 추적추적 옴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축제를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과 담배냄새로 가득했고, 맥주의 나라답게 술 취한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전통의상들을 입고 치킨모자를 쓴 사람들 틈으로 우리는 작고 피곤한 여행자를 모시고 역 뒤쪽에서 택시를 잡았다.


벤츠가 택시인 이 나라, 독일이 안전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알게 된 일화

우리나라에서 택시도 카시트를 의무화하는 것을 검토했을 때, 아이 부모들은 카시트를 들고 택시를 타라는 거냐, 택시 기사들은 한자리에 카시트를 항상 설치해 두라는 거냐. 이런 논쟁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독일의 택시는 아이가 함께 타려고 하니 택시 기사분께서 뒷좌석에 와 자리를 조절해 주셨는데, 뒷좌석 시트가 높아지고 벨트가 조절되어 부스터로 좌석 전환이 되었고 그로 인해 아이는 어른 벨트가 아닌 본인 몸에 맞는 안전벨트를 하고 이동할 수 있게 되었던 것.

아.. 영업용 차량엔 이런 기능을 담을 수도 있구나.. 왜 우리는 카시트를 가지고 타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아이는 밖에서는 힘들다고 안아달라 업어달라 해놓고도 숙소에 들어가니 침대에서 뒹굴러도 보고 이것저것 확인도 해보고 본인 짐도 정리하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잠시 뒤 잠자리를 준비하자마자 쿨쿨 잠에 빠졌다.


그래.

엄마아빠도 여행에 종종 지치고 피곤한데, 작은 발로 짧은 다리로 종종거리며 쫓아온 너는 얼마나 더 힘들었겠니. 너에게 발맞추고 속도 맞추어 걸으며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할게.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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