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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주는 안정감

by meiling

남편은 주중에 하루를 쉬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주말은 언제나 나 혼자 알아서 보내고

쉬는 날 남편이랑 같이 이것저것 많이 하는 편이다.

근데 요즘은 쉬는 날 볼일이 많아서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공황 때문에 운전을 못하고 대중교통 이용도 쉽지 않아서

남편 쉬는 날 볼 일을 몰아서 보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도 쉬는 날 한의원 가고, 시장 가고, 밥솥 고치러 가고, 블로그 체험단 하러 가고,,,

어쩌다 보니 하루가 다 지났더라.


그래서 이번 주는 대화도 도란도란하고 여유롭게 쉬고 싶었다.

다행히 한의원만 가면 다른 특별한 일은 없어서 집 근처 카페에 갔다.

지대가 약간 높은 곳에 있는 2층 카페라서 동네를 내려다보는 맛이 있었다.

평일 낮에 갔는데도 제법 사람이 많아서

다들 파이어족이신가?

남편이 돈을 잘 버시나?

이런 쓸데없는 얘기도 하고,

우리는 언제 파이어족이 될 수 있을까?

이번 달 배당금이 좀 줄어서 속상하다.

이런 미래 지향적인 얘기도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 인생 계획은 혼자 고민하고 혼자 결정했었다.

중고등학교 때도 어느 대학에 가고 싶은지, 무엇을 전공하고 싶은지

물어 봐 주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내 혼자 어느 대학에 어느 전공이 있는지 알아보고 내 혼자 결정했다.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졸업 후에 어떻게 할 건지

혼자 결정하고 실현한 후에 통보만 했었다.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한 나인데

남편과 같이 우리의 미래를 고민하고 방향을 설정한다는 게

어색하면서도 안정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내 미래에 다른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외롭지가 않고,

내 혼자 다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가 같이 해결하면 된다는 것도 안도감이 든다.

물론 조금만 길게 대화하면 또 투닥투닥하게 되지만

그래도 이런 게 결혼이 주는 안정감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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