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보험설계사를 할 수 있을까

by meiling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들 중에 하나를 골라 매주 일요일마다

"지금, 여기" 브런치북에 연재를 하고 있다.

이번주에 있었던 일들 중에 가장 큰 사건은 "새로운 직업"을 추천 받았다는 것이다.


어느 날 남편은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씻고 바로 나가 봐야 한다고 했다.

보험 설계사가 새로 바뀌었는데 만나자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저녁에 한국어 수업이 있어서 같이 갈 수는 없고 잘 다녀 오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실비 보험이 없는데 한 번 물어봐 달라고 했다.

수업을 하고 있는데 남편에게 카톡이 왔다.

보험 설계사님이 기다리신다고 하니까 수업 끝나고 카페로 오라고.

수업이 끝나려면 아직 시간이 꽤 남아서 나는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수업 끝나자마자 옷을 갈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카페에 도착했다.


이렇게 보험 설계사 분을 만나게 되었고

열심히 설명을 듣고 내 생각도 말씀드렸다.

새로 설계해 주신 남편 보험에 대해서는 조금 더 상의해 보고 말씀드리기로 했다.

이제 남아 있는 음료만 마시고 집에 가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설계사님이 갑자기 놀라운 말씀을 하셨다.

"ㅇㅇ씨, 똑똑하고 전달력도 좋은 것 같은데 보험 설계사 해 보는 거 어때요??"


살면서 한 번도 내가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을 가질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꽤 I 성향이고 말하는 것보다는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지금 하고 있는 강사 일도 힘들 때가 종종 있다.

근데 보험 설계사는 강사보다 더 E 성향에 말하는 걸 좋아해야 가능한 직업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계사님 말씀을 들어보니 지금 내 상황에서 일하기에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오전에 회의가 있는데 나는 오전에 한가하니까 회의에 참석할 수 있고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시간 조절이 가능하니까 그만 두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실제로 투잡으로 보험설계사로 일하고 계신 분들도 있다고 했다.

일단은 생각해 보겠다고 하고 집에 와서 네이버 검색도 해 보고

주변에 보험 설계사로 일하셨던 분들한테 연락도 드려 봤다.


그 중 한 분이 내 담당 보험설계사이셨던 분이다.

지금은 미국에 가서 전문직으로 일하시려고 보험설계사 일을 그만 두셨지만

이 분을 통해 보험 설계사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많이 사라졌다.

사실 부모님이 지인을 통해서 아무 보험이나 가입하고

결국 보험료 감당이 안 돼서 해지하고 싸우고...

그런 기억이 있어서 어릴 때 보험설계사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내가 직접 내 보험을 가입하려고 만난 설계사 분은

무작정 자기가 설계해 온 게 좋다거나 이거 가입하라거나 그런 거 없이

내 상황과 의견을 많이 존중해 주셨던 것 같다.

서로 나이도 비슷하고 재테크에 대한 관심도 많아서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하고

보험 설계사와 고객으로 만나지 않았으면 좋은 친구가 되었을 것 같은 느낌?

보험 설계사 일 해보니까 어땠냐는 내 질문에

본인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며 장문의 카톡을 주셨다.


생각을 해 볼수록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한 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리고 내가 무지한, 그렇지만 알면 너무 유용할 것 같은 보험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 보고 싶었다.

물론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서 많이 힘들 것 같기도 하다.

아직 결정을 내린 건 아니지만

어쨋든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나를 좋게 봐주시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나는 과연 좋은 보험설계사가 될 수 있을까?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4화집밥이 주는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