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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하루 종일 귀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남편 이명 치료 따라갔다 온 후기

by meiling

결혼 전부터 남편은 이명이 있다고 했다.

예전에 소음이 심한 직장에서 일했는데 그때 이명 증상이 생겼고

그래서 귀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난다고.

나는 그 말을 할 때만 귀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결혼한 후에 알고 보니 매일매일 24시간 내내 귀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어떻게 살아?"

생각만 해도 괴로울 것 같은데 무던한 남편은 이명은 완치가 안된다고 들었다며

그냥 살고 있었다.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는 스타일인 나는 남편에게 한의원에 가 보자고 했다.

지역 맘카페에서 병원 다녀도 효과가 없었는데

한의원에 다니면서 이명이 많이 좋아졌다는 글을 보았기 때문이다.

돈 때문에 병원 가는 걸 싫어하는 남편인데 본인도 괴로운지 이번에는 순순히 따라나섰다.


나도 한의원은 거의 가본 적이 없었는데 굉장히 시설도 현대적이고 친절해서 마음에 들었다.

우선 상담을 했다.

남편은 증상을 이야기했고 원장님은 이명의 원인과 치료 방법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다.

몇 퍼센트 정도의 환자가 치료 효과를 보는지, 치료 기간은 어느 정도 되는지도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오히려 믿음이 갔다.

그리고 금액을 얘기해 주셨는데.. 6개월에 300만 원 가까운 돈이 들어갈 것 같다.

생각보다 금액이 세서 남편이 치료 안 하겠다고 할 줄 알았다.

그럼 어떻게 남편을 설득해야 하나 잠깐 고민했는데

남편도 더 심해질 까봐 걱정되는지 비싸도 치료를 받아보겠다고 했다.


우리가 12시쯤 도착을 해서 상담을 끝내고 나니까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그래서 2시에 다시 오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원장님께서 바로 치료를 해 주셨다.

나는 밖에서 기다리다가 심심해서 잠깐 남편을 보러 들어갔다.

생각보다 많은 침을 맞고 있어서 놀랐다.

나는 쫄보라서 침 맞기 전에 "살살 놔주세요."라는 말을 꼭 하고 엄살도 엄청 심한데

남편은 겁이 없어서 너무 부럽다.

저 많은 침을 맞으면서도 웃는 여유라니!

기왕 비싼 돈 내고 일주일에 두 번씩 시간 내서 치료받으러 오는데

효과가 좋았으면 좋겠다.

나는 가끔 듣는 매미 소리도 듣기 싫은데

24시간 내내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면 얼마나 괴로울 거야..


가족들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지

한두 군데 아픈 곳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도 30대 후반인데 예전과 다르다는 걸 느끼고,,,

너무 사랑하는 우리 강아지도 13살이라서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니고 있다.

사람이 나이가 들고 아프고 그런 게 자연스러운 건데

나는 아직 담담하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다들 안 아프고 이렇게.. 이 상태 그대로 지냈으면 좋겠는데..

그래서 더 먼 미래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겪는 과정이겠지??

먼 미래를 생각하며 슬퍼하기보다

지금, 여기에서 행복해야겠다.

가족들에게 잘하자!

건강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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