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꾸준하다의 기준은 뭘까?
한 해를 시작하며 나는 매번 다이어리를 새로 샀다.
사실은 새해가 시작되는 설렘보다 새로운 디자인의 다이어리를 살 명분이 생겼다는 게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애지중지 나만의 기준으로 비교해 가며 고른 그 해의 다이어리는 늘 2월까지는 엄청 촘촘했지만 3월부터는 거의 백지였다.
벌써 꽤 많은 다이어리들이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그 해의 2월까지 만의 나를 기억하고 있다.
한 해는 그런 스스로를 반성하고 아예 날짜가 없는 노트형 다이어리를 샀지만 그마저도 한 달의 기록이 전부였다.
어쩌면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욕구가 무언가를 꾸준히 지속해 가는 욕구를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이 나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꾸준함’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그래서 올 해는 해마다 새로 갱신되어야 하는 다이어리가 아닌 3년 다이어리를 구입했다. 3년간 같은 날짜의 나를 꾸준히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호호님이 10년 다이어리를 9년째 쓰고 계시다는 소리에 영감을 받아 시작한 꾸준함이었는데, 4월 19일인 오늘을 기준으로, 어제까진 비어 있는 칸이 없으니 어느 정도는 꾸준함에 다가선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매년 다이어리의 비어있는 칸을 다 채워야 한다는 그 어떤 압박이 나를 포기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3년 다이어리는 한 장에 3년 치의 일기가 다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각 연도의 칸이 넓지 않다. 그래서 “이 정도는 충분히 매일 쓰겠는데?”라고 쉽게 접근하게 되었다.
어쩌면 꾸준함의 시작은 스스로의 그릇을 아는 것부터 시작인 것 같다.
‘내 그릇의 크기가 이 정도이니 내 양은 이 만큼이겠구나’를 알고 그 양만큼만 매일 채워갈 수 있다면 꾸준한 것이 아닐까?
사실 나도 내 꾸준함 그릇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 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래서 아직은 그 주의 목표 혹은 이루고 싶은 리스트를 작성하며 알아가고 있는데, 완료 후 리스트에 체크 표시 하는 것만으로도 꾸준함이 조금씩은 올라가는 것 같다.
어제는 김민철 작가님의 ‘내 일로 건너가는 법’에서 꾸준함을 배웠는데,
개인 홈페이지에 10년 동안 꾸준히 기록했더니 ‘모든 요일의 기록’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하셨다. 스스로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때 꾸준했던 그 기록들이 용기가 되어주었다고. 조금은 늦게 꾸준함에 관심 갖게 되었지만, 이 작은 관심과 기록들이 모여 내게도 그 어떤 기회로 돌아오진 않을까. 그래서 지금은 마냥 부러운 것들이 나중엔 누군가 나를 부러워하는 무엇이 되어주진 않을까. 그렇게 작은 기대와 희망을 담아 나의 그릇대로 꾸준해져 갈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