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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퍼 Apr 18. 2023

퇴사 후 두 번째 면접을 봤습니다.

잡플래닛 평점 믿을만한가요?

자발적으로 회사를 나온 지 18일이 되었다.

물론 주말을 빼면 18일까진 안 되겠지만 귀찮으니까 그냥 18일로 한다.

역시 귀찮음은 힘이 세다. 백수가 된 날짜를 줄일 수 있는데도 그냥 18일로 하게 되니까. 낄낄.


전 회사를 내 발로 나오면서 스스로 다짐한 게 있다.

1. 10인 미만 사업장은 가지 말 것

2. 연봉을 스스로 후려치지 말 것


마지막 출근일과 동시에 면접을 봤던 회사는 느낌은 괜찮았지만 연봉이 전 회사보다도 작았다.

전 회사는 내 전전회사보다도 적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아무리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 해도 이건 너무하잖아?

근데 그 연봉을 듣고도 고민하는 내가 참 싫었던 것 같다. 대체 나아진 게 1도 없는데 나는 왜 고민할까? 에 대해 생각해 보니,

“그다음 직장이 없으면 어쩌지?”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회사에 가지 않기로 결정하고 구구절절 다정한 문자를 보내려고 엄-청 노력해서 문자를 보냈는데 그 회사의 결과는 무응답이었다. 회사생활이야 어땠을지 해보지 않았으니 모르지만 이로서 나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그리고, 저번주에 카페에 앉아서 포트폴리오를 수정하고 이력서를 작성해서 보냈다.

사실 안되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컸지만, 그럼에도 해보는거여 ! 하고 보내봤는데 다행스레 서류전형에 합격해서 방금 면접을 보고 왔다.

나는 그동안 잡플래닛에 평점이 나오는 회사를 거의 다녀보지 못해서(대체 얼마나 작은 회사들만 골라 다녔으면) 잡플래닛을 미리 확인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문득 면접 준비하다가 찾아보니 평점이 2.3이었다.

느낌이 왠지 쎄-해서 영에게

“잡플래닛 몇 이하면 거르랬지?” 하고 물어봤더니

“사실 3.0인데, 2.5까지는 뭐..”라길래

“2.3은...?”

“면접은 봐볼 만 한데, 너무 기대는 않는 것이...“

영의 대답에 마음이 싹 비워졌다, 오 나 좀 간사한 것 같기도?


요새 지독한 감기로 진짜 다 귀찮은데 화장을 꾸역꾸역 하고,, 옷을 꾸역꾸역 골라 입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아침 내내 날씨가 꾸리꾸리 하더니 나 면접 잘 보고 오라는 건지 하늘이 맑아져서 기분이 썩 좋았다.


생각보다 회사 빌딩이 괜찮아서 오? 싶었는데, 면접관으로 오신 이사님 인상이 좋았다.

그리곤 커피 한 잔 하시겠냐고 같이 커피를 마시러 갔는데, 회의실이 너무 적막해서 바로 면접 들어가면 긴장할 것 같아 시도해 본 건데 어떠셨냐고 물어보시는 말씀에 괜히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오, 잡플래닛 평점 따위.. 가뿐히 무시해 줄 수 있겠군.


무엇보다 처음에 보자마자 자기소개 안 시키셔서 좋았다.. 대체 왜 그렇게 자기소개를 시키는 걸까.

무튼 몇 문장 나눠보고 나니 내가 지원한 직무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고 솔직히 말씀해 주셨다. 근데 이 회사랑은 핏이 잘 맞을 것 같다고, 회사의 다른 직무는 어떻겠냐고 적극적으로 물어봐주셨다. 자연스러운 질문들과 솔직함이 좋아서 괜찮다고 대답했더니, 그 자리에서 “남은 시간 동안 어느 자리가 써퍼님께 맞을지 우리가 찾아보고 면접 마무리하는 걸 목표로 하는 건 어떠세요?”라고 하셨다. 왠지 나와 뭐라도 해보겠다는 결의가 느껴져서 든든했다. 내가 원한 상사가 이런 상사였던가? 싶기도 했는데, 이미 그 순간 잡플래닛의 2.3은 머릿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누구나 보장된 무언가를 얻고 싶은 건 같은 마음이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는 걸 면접을 통해 깨달았다. 물론, 내가 이렇게 적어두고 혹시 이 회사에 합류하게 되어 일하다 보면 또 언젠가 “잡플래닛 평점 신통방통임 “이라고 적을 날이 또 올 지 모르겠지만, 뭐,, 무엇이든 사람은 각자 다 다르기 때문에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이토록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그러니 너무 남 시선이나 남 의견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만의 무엇을 잘 쌓아나갔으면 좋겠다. 물론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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