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퇴사와 매주 새로 작성하는 알림장
자발적으로 퇴사한 지 3주가 되었다.
처음 1주는, 그래, 1주일이니까. 하고 그동안 이 핑계, 저 핑계로 만남을 미루어왔던 사람들을 만나느라 사용했다.
그리고 2주부터 진짜 백수가 되었다.
여러 번의 이직을 거쳐 지금까지 왔지만, 사실 자발적인 퇴사는 처음이라 마음이 더 이상하다.
사실 백수라고 하면 마냥 한가할 것 같지만
그렇게 마냥 한가한 백수로 지내면 내내 무기력해진다.
그 무기력은 다시 일하지 못하게 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을 불러온다.
그 불안은 아무 회사나 일단 가고 보자, 하는 조급함을 데려온다.
그러니 나를 위한 다음 step을 위해서는 사부작사부작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다.
오전시간은 온전히 쉬고 점심을 잘 챙겨 먹고, 오후에는 카페로 출근하는 일상의 루틴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마저도 저번주부터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 이번주는 꺼져버린 컨디션을 챙기는데 매일을 쓰고 있다. (역시 건강이 최고다.)
제목을 "퇴사하면 카톡을 안 보는 이유"라고 적었는데,
그렇다고 핸드폰을 안 보는 것은 아니다. 인스타도 보고 뉴스도 보고 웹툰도 보고, 회사 다닐 때와 마찬가지로 핸드폰을 틈틈이 보는데, 그저 카톡에만 답장을 안 하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귀찮은 게 첫 번째인 것 같고,
두 번째는 딱히 카톡을 주고받아야 할 만큼 무료하지 않다.
일할 때는 그때 그때 떠오르는 말들, 그러니까 회사의 융통성 없는 일 방식, 대표의 의사소통 방법, 내가 일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등등을 전하고 내 편을 들어주는 상대의 말이 필요한 반면, 현재는 그 모든 것들이 사실 그렇게 필요하지 않아서 인 것 같다.
근데, 이러다 보면 또 내 주변에 남는 사람이 없겠지 싶어서 가끔 카톡을 확인한다.
역시, 저절로 혼자되는 건 하나도 없다.
이런 나의 성향을 사실은 잘 알고 있기에,
저번주부터는 몇 월 몇 주 알림장을 작성하고 있다.
그 주에 해내고 싶은 일을 최대 12개까지 적고 있는데, 그렇게 체크해 두면 스스로 동기부여도 되고, 까먹지 않게 되어 좋은 것 같다.
그 덕에 이 시간에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4월 3주의 4번째에 브런치에 글 올리기를 적어두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는 목표지향적인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이 덕에 해본다.
사실은 거대한 무언가가 나를 쌓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런 사소한 하나하나가 나를 쌓아가는 것 같다.
그냥 사소한 이 글 하나가 나중에 나를 이루는 한 조각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