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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퍼 Mar 10. 2023

어정쩡한 불안

나는 진심으로 내가 잘되면 좋겠다

나는 잘 때 꿈을 잘 꾸지 않는다. 꾸더라도 이상한 꿈만 꿔서 꾸고 나면 늘 찝찝한 데다, 엄마한테 얘기하면 엄마는 늘 듣자마자 "개꿈이네~"라고 하셨다. 


그런데, 몇 달 전에 꿈에 불이 났었다. 

엄청 자그마한 불이었는데, 소화기로 끄니 푸시식 하고 꺼졌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엄마한테 얘기했더니, 엄마가 불이 나는 꿈은 좋은 꿈이라고, 근데 불이 크게 나야 더 좋은 꿈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으며 다음에 꿈에 불이 나면 의식적으로 끄지 말아야지, 하고 혼자 다짐했다.


그리고 며칠 전, 

다시 꿈에 불이 났다. 

이번 불은 엄청나게 크게 났다. 건물 자체에 불이 활활 났는데, 소방차 호스를 직접 잡고 불을 끄는데도 꺼지질 않고 나를 집어삼킬 듯했다. 화염에 무서워서 꿈에서 깼는데, 눈 뜨자마자 느낌이 좋았다. 속으로 오늘 로또를 사야 하나,,? 하고 생각했지만, 왠지 돈이 들어오는 꿈은 아닌 것 같아서 복권집을 보고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문득, 나 잘되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퇴사를 앞두고 지금 하는 일이 마무리하는 일이라 그런지, 자꾸 뒤돌아보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내게 남는 감정은 "후회"와 "불안"이었다. 요즘 취업난이라는데, 취직이 안되면 어떻게 하지? 나를 써주는 곳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그런 마음들에서 오는 불안과, 그만둘 때 되니 문제처럼 보였던 것들이 보이지 않게 되는 마법에서 비롯되는 그냥 버텨볼 걸, 하는 그런 후회들. 


그럴 때마다, 자꾸 나의 선택을 확인받고 싶어지는 마음에 주변에 자꾸 나 잘한 거냐, 나 취직할 수 있는 거냐 묻게 되곤 한다. 사실 정답이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님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내 성향 탓인지, 불안정한 세상 탓인지, 아니면 그냥 그 어떤 무언가를 탓하고 싶은 건지도 잘 모르겠다. 


어정쩡한 불안과 후회에 갇혀 있다가, 

불길에 활활 타던 그날의 꿈을 떠올린다.

어쩌면 인정욕구가 강한 내게 그 꿈은 어정쩡한 희망 같게도 느껴진다. 실체는 모르지만, 아무튼 무언가 잘 될 것 같다는 그런 막연하지만 어정쩡한 희망.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결국 잘 될 거라는 걸. 이런 어정쩡한 불안과, 후회, 희망에 기대지 않아도, 어쨌든 나는 잘 될 거다. 잘 될 거다. 잘 될 테다.


어쨌든, 우리는 다 잘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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