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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퍼 Mar 02. 2023

사실 나는 어정쩡하지 않지만

자발적으로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어쩌다 보니, 또 퇴사를 하게 되었다. 


사실 지금까지 자발적 퇴사보다는 늘 정규직 T.O가 없는 곳에 계약직으로 들어가다 보니 계약기간 만료에 의한 퇴사가 더 많았다. 하지만 내 주변사람들 조차 내가 퇴사하게 되었다고 하면 "또?" "또 퇴사해?"라는 반응이 먼저라 나는 그게 늘 상처였던 것 같다. 


하지만, 마냥 상처라고만 얘기할 수 없는 이유는 선택에 있어 내가 가장 우선시 여기는 것이 '재미'였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도 재미를 가장 우선시 여긴다.) 그래서 정규직에 연연하지 않고 계약직이어도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 재미있어 보이는 일을 선택하며 20대를 보냈다. 그래서 경력은 중간중간 끊겨 있고, 그래서 한 직장에 오-래 다닌 경험이 적다. 덕분에 다양한 직장을 경험해 봤지만 아직도 내게 맞는 직장이 어떤 곳인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내게 직장을 옮기는 것도 용기라는데, 또 직장을 옮겨야 하는 지금 생각해 보니, 과연 그게 내게 용기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 자주 옮겨다닌 내겐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게 용기처럼 보이는 이유도 있는 듯싶다. 


그러다 보니 커리어 앞에서 나는 늘 어정쩡하게 느껴진다.

다양한 경험을 가졌지만 어느 것 하나 내세울 수 없는 어정쩡함. 

그 어정쩡한 점들을 잘 이어 선으로 만들면 보기엔 뭐라도 연결되어 보일 것 같은데, 사실 내가 그 선택들을 할 때 연결점을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지 연결시키기가 참 쉽지가 않다. 편집점이 없는 끊긴 컷(cut)들이랄까. 


그럼에도 스스로가 마냥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나 스스로가 무언가를 빠르게 질려하는 성향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건 하나도 같은 것을 매일 몇 년씩 쓰지 못하는 나는, 핸드폰 케이스도 수십 개고 지갑도 여러 개로 사용한다. 심지어 샴푸도,,, 여러 개를 돌려 사용한다. 어차피 한 직장에 오래 못 다닐 성향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예전처럼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여전히 면접관들은 한 직장을 오래 다닌 사람들이기에 그 질문들로부터 내가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요즘은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은 있으니 그 지점을 나와 잘 맞게 찾으면 또 적당히 먹고살 순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직도 다양한 여러 경험들이 쌓여야 어정쩡하지 않은 내가 되겠지만, 여전히 내게 재미는 너무나도 중요한 부분이다. 예전에는 반짝 즐거워 보이는 게 재미로 보였다면, 요즘은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 재미로 보이는 것 같다. 나만의 재미를 먹고살 수 있는 지점과 연결시킬 수만 있다면,, 내 선택들이 어정쩡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의 분위기 때문에 내가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임을 드러내지 못했던 지난날의 내가 안쓰럽다. 재미를 추구해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그것이 어정쩡한 선택이 아님을 증명해내고 싶다. 그래서 누군가는 내게 어정쩡하다고 평가할지라도, 나는 나를 어정쩡하지 않다고 다독여주고 싶다. 어차피 인생은 자기만족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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