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퍼 Jul 29. 2024

감히 좋아한다고 말하며

취향을 쌓아가는 중입니다

좋아하는 색이 바뀌었다.

어릴 때부터 무조건 보라색을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초록이 좋다. 아무래도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추구하는 삶이 달라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보라를 좋아했던 이유는 특별해서였는데, 초록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편안함 때문이니까. 재미를 추구하며 살아가던 나는 어느샌가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할 때 무탈하길, 편안하길, 평안하길 바라는 사람이 되었다. 


초록을 좋아하게 되면서 내가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새롭게 발견했다. 나는 추위를 엄청나게 많이 타는 체질이라 겨울에는 활동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정말이지 손 하나 꼼짝 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여름은? 더워서 땀을 줄줄 흘리며 꿉꿉해하지만 활동할 수 있다. 그리고 걸으며 보이는 초록들에 자주 감격한다. 


여행도 주로 따뜻한 나라를 더 좋아하는 편인데, 물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왜 물을 좋아할까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마음에 화가 많아서 인 것 같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다. 


아무튼 좋아한다고 인식되는 것들은 결국 나로부터 시작된다. 다른 누군가의 영향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것에 영향을 받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마침내 중요한 건 나다. 그렇게 나만의 취향이 쌓인다. 그렇게 쌓인 취향들이 힘들어하는 날의 마음을 세우고, 넘어진 순간에도 일어날 다음을 꿈꾸게 한다. 


자의 반 타의 반 일을 쉬고 있는 지금 내게 가장 많이 해주고 있는 말 또한 그렇다. 나는 지금 나를 알아가는 중이라고, 지금 멈춰 서서 잘 살펴야 다음으로, 그다음으로 멈추지 않고 갈 수 있다고. 그러면서도 어쩌면 이게 합리화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서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말해주려 노력하고 있다. 더위를 많이 탄다고 생각하며 여름을 싫어하던 내가 이제는 여름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어쩌면 취향이라는 것들과 삶의 선택이라는 것들은 그렇게 쌓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전 13화 저예요, 단골손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