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는 비교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by 태림


징짜이마켓을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컨디션이 많이 괜찮아지셨는지 엄마가 한국 라면을 찾으셨다. 숙소에 전기포트가 없길래 리셉션에 요청했더니, 곧 가져다준다고 했다. 근데 한참을 기다려도 포트는 안 오고, 엄마는 라면 라면,, 하기 시작하셔서 성격 급한 한국인인 나는 결국 컵라면을 들고 프론트로가 "Hot water, please..."를 외치기에 이르르고.....


컵라면을 맛있게 먹는 엄마에게 "라면 먹으니까 살 것 같아?"라고 물었는데 엄마는 "그거 먹는다고 나아지겠니?"라고 하셨다.


...


그리곤 바로 침대에 누워 두 시간을 주무셨다.



라면도 먹고, 낮잠도 잔 엄마는 에너지를 조금 채운 모양인지, 토요마켓은 걸어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가는 김에 환전도 하고, 치앙마이에는 없을 것 같은 굉장히 힙한 편집샵을 구경하면서 토요마켓으로 향했다. 확실히 해가 저무는 시간대가 활동하기 더 수월하긴 하다. 그러다 금방 깜깜해져서 아쉽긴 하지만.



사실 이쯤 되니, 나도 물갈이 같은 걸 하는지 속이 불편했다. 그래도 막 컨디션이 떨어지거나 배가 계속 아프진 않아서 정신력으로 이겨보겠다는 듯이 계속 "아-니 너 안 아파"를 외쳤다. 이럴 때 가끔 스스로가 미련하게 느껴진다. 굳이 이겨내려고 애쓰는 것 같아서.



나는 길은 잘 보지만 약간 방향감각이 없는 편이라 길 찾을 때 방향은 엄마에게 물어보곤 한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어휴,, 쯧쯧 하면서 결국 구글맵을 켜보곤 한다. 어쩌면 엄마에게 자연스럽게 길을 찾아보라고 할 수 있는 점에서 내가 방향치인 게 엄마에겐 좋게 작용하는 것 같다. 언젠가 엄마가 나 없이도 해외를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래도 한 번 걸어본 길은 꽤 익숙해져서 처음보단 보이는 것들이 많다. 쓰고 보니 영화 어바웃타임이 생각났는데, 익숙함 속에 소중함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도 좋지만 익숙한 것도 좋은 것 같다.



토요시장은 확실히 치앙마이에서 가봤던 다른 시장들보다 꽤 크게 느껴졌다. 치앙마이에서 볼 거라고 생각 못했던 딸기도 있었다. 핸드메이드 제품들도 볼만한 게 많았는데, 엄마의 취미인 퀼트 소품들도 꽤 많았다. 진짜 작게 만들어진 퀼트 제품들이 많아서 엄마가 연신 감탄을 했다. 이걸 이 가격에 판다고? 하면서. 엄마도 만들 줄 알면서 이렇게 작은 것들은 만드는데 품이 많이 든다고 결국 구매를 택하기도 했다. 예산을 쥐고 있는 나는 이걸 왜 사냐고 구박하면서도 마지못해 결제하곤 했다.


물건을 팔면서도 연신 손을 계속 움직이는 상인들이 많았다. 그 광경을 보고 만들어진 제품들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달인이다 달인.



야시장을 구경하면서, 이곳저곳 비교해보고 싶었는데 다시 그 위치를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그냥 보이면 사야 된다고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또 비교하게 된다. 물건을 사는 것부터 사람 사이까지 나는 참 비교를 멈추기가 어렵다.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그 과정들이 자주 피곤하고 불행하게 여겨진다. 물건이야 이것저것 비교해서 더 나은 것을 사거나 같은 것을 더 저렴하게 사게 되면 뿌듯함이야 있겠지만, 사람 사이의 비교에서 남는 게 있긴 할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나는 비교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엄마와의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유별난 엄마를 보며 나는 자주 <엄마보다는>하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나는 유별나진 않냐? 하면 또 그렇지도 않아서 사실할 말 없긴 하다. 근데 그래도 엄마보다는...(엄마는 꼭 뜨거운 커피에 얼음 세 알을 넣어 마시는 사람이다. 그건 한국에서든 여행지에서든 마찬가지. 근데 엄마가 직접 주문하거나 요청하진 않는 게 함정. 그건 늘 내 몫이다.)




그래서 시장의 초입에서 본 코끼리 키링을 바로 사지 않고 굳이 마음속에 킵해두었다가, 시장을 몇 바퀴 뱅글뱅글 돌고 나서야 그 집이 가장 가성비가 좋다는 걸 깨닫고 그 집을 또 걸어 걸어 찾아갔다. 그런 나를 보며 엄마는 "거 뭐 몇 푼이나 차이 난다고 그냥 저기서 사지..."라고 했다. 괜히 마음 상한 나는 "이거 몇 푼 아끼면 쏨땀 하나 더 먹을 수 있다고..."하고 굳이 그 말을 받아친다.


실컷 야시장을 구경하곤 숙소로 올라오는 길에 있는 마사지샵에서 마사지를 받았다. 발도 안 씻어주고 물수건으로 닦아주기만 했는데, 역시나 마사지도 아쉬웠다. 왜 점점 마사지가 별로로 느껴질까? 생각해 보니, 설마 그 새 매일 마사지받는 것에 익숙해진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처음 받을 땐 그렇게 좋더니, 갈 때 되니 그렇게 좋다는 생각도 못할 만큼 인간의 적응력이 빠른 걸까...?



매일 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엔 늘 세븐일레븐에 들렀다. 블로그 후기에서 추천한 제품들을 하나씩 먹어보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중 제일 맛있었던 건 새우딤섬. 가만 보면 한국 편의점이 제일 퀄리티가 별로인 것 같기도 하다.


치앙마이에선 늘 엄마보다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났다. 엄마가 자는 시간 동안 조용히 작은 조명 하나를 켜두고 오늘 뭘 먹었는지, 얼마를 썼는도 정리하고, 어떤 생각들을 했는지도 기록해 두었다. 덕분에 한참 지나서도 이렇게 치앙마이를 떠올리며 매주 글을 쓰고 있다.


어쩌면 삶을 기억하는데 필요한 건 몇 줄의 작은 문장들일지도 모르겠다. 오래도록 기억하려면 기록하는 일을 귀찮아하지 않아야 할 텐데, 사실 가장 뒤로 밀리고 있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타협하지 말고 하루하루 나를 위해, 또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몇 줄의 문장들을 남겨놓을 수 있는 부지런하고도 낭만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keyword
이전 14화그렇다고 뭐 찢어지게 가난했던 것도 아니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