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뭐 찢어지게 가난했던 것도 아니면서.

by 태림


여전히 엄마의 컨디션이 좋질 못하다. 결국 혼자 내려와서 조식을 먹었다. 미리 주문해 두는 조식의 단점은 다음날 먹고 싶지 않을 때도 먹어야 한다는 점이랄까. 거의 매일 같은 조식이 지겨울 법 하면서도, 끝이 있는 여행이라 또 낭만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서양식 취향은 아니지만, 별 수 없이 가장 많이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빵이 가득한 조식. 그래도 요거트에 과일을 먹을 수 있어서 좋은 조합이긴 했다.



주말이라 마켓이 여기저기서 열리는 날이었다. 엄마가 오늘도 함께 여행하지 못한다면 꽤 아쉬웠을 것 같았다. 속마음은 숨기고 무심하게 엄마에게 “나갈 수 있겠어?”라고 물었다.


엄마는 시큰둥하게 “응, 괜찮을 것 같아.”라고 했다. 대신 무리하지 말자고 덧붙였는데, 가만 보면 엄마는 누구와 여행을 가든 그 사람들에게 맞추는 편인 것 같다. 심지어 딸에게도 그렇다는 게 한 편으론 조금 속상하기도 했다. 물론 그래서 편한 부분도 당연히 있겠지만.



나올 땐 비가 조금 내리는 것 같아 걱정했는데, 징짜이마켓에 도착하니 하늘이 맑아졌다. 역시 엄마가 날씨요정이 맞나 보다.



곳곳에 손으로 만든 다양한 공예품들이 나와 있었다. 도자기도 좋아하고 가죽도 좋아하는 나로선 정말 천국이 따로 없었다. 가진 현금이 넉넉하지 않다는 게 다행스러울 지경이었다.


갖고 싶은 건 넘쳐나고, 예산은 한정되어 있어서 엄마가 예쁘다고 하는 것도, 내가 갖고 싶은 것도 마음껏 사질 못했다. 언제 다시 여기에 올 수 있을지도 모르면서, 여기서조차 따지고 비교하는 건 어쩔 수 없이 우리의 형편이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전엔 다들 그렇게 사니까, 하며 넘어갔던 생각들이 나이를 들수록 가난의 얼룩인가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고 뭐 찢어지게 가난했던 것도 아니면서.


엄청나게 가난하진 않았지만, 마음은 가난하게 자란 것 같다. 그래서 가지게 된 것들이 분명 있고, 그것들이 성장의 발판이 되어주기도 했지만, 깨달을 때마다 슬퍼지는 건 상처 난 자국들의 흉터 같기 때문이겠지.



그래도, 엄마는 내가 갖고 싶어 만지작 거리고 있으면 호쾌하게 그냥 사라고 한다. 엄마도 나도 비슷하게 자랐을 텐데 엄마의 그런 마음은 어디서 나오는지 매번 신기하다. 나의 기질은 불안인데 엄마의 기질은 뭘까.


어디서 이렇게 다른 결과를 내는 걸까.


그런 엄마와 여행하니, 혼자였음 가지지 못했을 물건들이 손 위에 놓여진다. 그렇게 고민하던 물건들은 그 어떤 것들보다 훨씬 잘 쓰인다. 쓰면서 치앙마이를 떠올리는 건 덤이고.


어쩌면 그래서 내가 엄마와의 여행을 포기하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못할 것들을 엄마를 통해 하게 되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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