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잉볼 고르듯 나의 울림도 고를 수 있었으면,

by 태림


치앙마이에서 엄마가 자발적으로 알아본 게 단 하나 있다. 바로 한인교회와 그 교회의 예배시간. 사실 엄마로부터 독립하고 교회에 나가지 않은지 꽤 됐다. 예전엔 당연했던 것들이 조금씩 당연해지지 않다. 솔직히 좀 귀찮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나는 늘 엄마, 아빠의 바람과 기대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딸이다. 궁시렁거리면서도 볼트를 잡고, 시간 맞춰 결국 교회로 향했다.



보통 여행지에서 한인교회에 오더라도 식사까지는 잘 안 하는 편이었는데, 문득 한식이 사무치게 그리웠는지 먹고 가고 싶어졌다. 엄마를 설득해 갈비탕을 받아 들었는데, 웬걸 김치가 진짜 너무 맛있어서 두 번이나 가져다 먹었다.


타지에서 이런 김치 맛을 낼 수 있다니, 참 멋진 솜씨라고 생각했다.



반피엠숙 케이크는 꼭 먹어야 한다길래, 갈비탕을 든든히 먹고 반피엠숙으로 향했다. 웨이팅이 있어서 번호표를 받아 들고 더운 날씨를 애써 견뎠다. 그래도 옆에 야외테이블인지 웨이팅을 위한 자리인지는 모르겠는 자리가 있길래 앉아서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엄마랑 얘기하다 무언가를 투덜거렸다. 투덜거리면서도 사진은 남기고 싶어 엄마에게 찍어달라고 했다. 엄마가 하나 둘 셋 하니까 내 표정이 싹 바뀐 걸 보고 갑자기 깔깔거렸다.


투덜거리면서 사진 찍을 땐 한참 예쁜 척을 하냐며. 괜히 나도 머쓱해져서 둘이 그냥 깔깔 웃어버렸다(근데 웃느라 엄마가 사진을 다 이상하게 찍어서 다 지워 버렸다. 흥.)



그나마 우리 앞의 웨이팅이 길지 않았고 그나마 그늘이라 덜 더워서 다행이었다.


치앙마이도 유독 맛있는 집은 다 웨이팅이 있는 편이었다. 생각해 보니, 치앙마이에서 무언가를 자주 기다려서 먹었던 것 같네.



코코넛이 들어간 디저트가 맛있다길래 파이랑 케이크 중에 한참 고민하다 결국 케이크로 시켰다. 어차피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거 그냥 둘 다 먹어볼걸. 또 이제 와서 후회한다.


하지만 이래놓고 또 가더라도 나는 다시 한 개만 시키겠지. 그리고 또 두 개 다 먹어볼걸 하고 후회하겠지. 사람 참 안 변한다.



창가에 나란히 앉아서 밖을 한참 쳐다봤다. 자전거도 지나가고 자동차도 지나가고 오토바이도 지나간다. 이제 여행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지, 그저 일상이었던 풍경들이 새삼 소중해진다.


엄마나 나나 생크림을 별로 안 좋아해서 코코넛 케이크의 크림은 거의 걷어내고 먹었다. 몰캉하게 씹히는 코코넛은 매력적이었다. 커피는 참 별로였고.



반피엠숙에서 시장이 멀지 않은 거리에 있길래, 걸어가기로 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걷는 건 여전히 힘들지만, 걸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기에 포기하지 않는 편이다.


걷다 보니 엄청 흙탕물인데 강 같은 곳이 보였다. 작은 배도 떠있고, 사람들이 그걸 타고 이동하는 것도 봤다. 유람선이었을까,,,?


물이 조금만 더 깨끗했어도 더 예뻤을 풍경이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한참 못 살 땐 한강도 저런 색이었으려나.


두리안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차마 엄마와 나는 시도해보지 못했다. 다른 과일들에 비해 가격이 꽤 높았는데, 그렇게 해서 샀다가 못 먹으면 너무 아까울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렇게 또 돈 앞에서 한참 작아진다. 그만 돈, 돈 거리고 싶은데.



대신 새콤해 보이는 귤을 샀다. 만다린 이래서 샀는데 사이즈는 귤인데 맛은 오렌지였다. 그리고 씨가 엄청 많아서 뱉느라 애먹었다. 근데 새콤 달콤 꽤 맛있는 데다 껍질을 까는 방식은 귤이라 편리했다. 한국에도 있으면 꽤 사 먹을 것 같은 맛이었다. 걷다 배고프거나 졸리면 엄마랑 하나씩 쏙 쏙 까먹었다.


처음엔 많이 산 줄 알았는데, 먹다 보니 금방이라 조금 더 살걸 또 후회했다. 많이 샀으면 남겼을지도 모르겠지만.



징짜이 마켓이랑 토요마켓에 갔다가 갑자기 싱잉볼에 꽂혔다. 언젠가 마음 한편에 요가선생님이 되길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쓰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마음으로 싱잉볼 싱잉볼 하니까 엄마가 사라고 했다.


이왕이면 작더라도 좋은 걸 사고 싶어진 나는,,, 치앙마이의 싱잉볼 샵을 내내 찾아보다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해 굳이 엄마를 모시고 찾아갔다.


영어가 짧아 전부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런 나를 보며 정말 또박또박 천천히 사장님이 설명해 주셨다. 덕분에 진짜 큰 싱잉볼 소리도 들어볼 수 있었는데, 차크라 위치에서 느껴지는 울림이 아주 감동적이었다. 언젠가 싱잉볼 클래스도 한 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가격대는 조금 있지만 핸드메이드 제품으로 사기로 했다. 다 똑같은 모양처럼 보이는데 소리가 다 달랐다. 직접 다 쳐보고 마음에 울리는 소리로 골랐다. 그렇게 소중히 싱잉볼을 품고 숙소로 돌아와 몇 번을 울려봤는지 모르겠다.


이 울림으로 내 삶에서 나의 울림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여전히 헤매느라 뭐가 뭔지, 내가 원하는 게 뭐고 잘할 수 있는 게 뭔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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