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있게 수납한다
언제부턴가 집에 들어서면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빈틈없이 수납하여 가구가 있는 쪽은 빈 벽이 거의 안 보일 지경이고,
온통 잡다한 물건들에 둘러싸여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나는 하루 종일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집을 원한다!
집이 작았기 때문에 수납공간이 충분치 않아서 옷장, 책장 등과 같은 가구 위까지
수납박스를 차곡차곡 올려놓아야 했고 자연히 벽도 가려지게 됐다.
전체적으로 물건은 많은데 테트리스 맞추듯이 끼워 넣다 보니
아무리 청소를 잘해놔도 집안 분위가 무거웠던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수납장을 물건으로 가득 채워 넣는다.
문을 닫으면 안 보여서 깔끔해 보이지만 뭔가 가득 찬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지나치게 많은 물건들로 꽉 찬 공간은 집안 공기까지 무겁게 만들었으며,
그로 인해 계속되는 스트레스를 이대로 놔둬야 할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들어서는 순간 긴장했던 몸의 모든 기관이 그냥 해제 돼버리는 마법 같은 공간이자,
여기저기 내가 마음대로 널브러져 있어도 좋을 여유공간도 충분히 있어야 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내가 가장 편해질 수 있는 공간으로써의 집을 원하게 되지만,
어쩌다 보니 집이 휴식보다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가 되어버린 기분이 든다.
집이 작으면
물건도 적게 가지면 돼
내가 유일하게 할 줄 알고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은 테트리스다.
빈자리의 모양과 같은 조각대로 맞추면서 빈틈을 메꾸어나간다.
5층의 블록벽을 다 맞췄으나 세로로 한 줄의 빈틈이 생겨버렸다.
하지만 기다리며 그냥 쌓는 수밖에 없다.
그 순간 한줄기 빛처럼 내려오는 긴 막대기 블록!!
5층의 블록벽이 박살 나는 순간 이루 말할 수 없는 짜릿함이 느껴진다.
물건이 꽉 들어차 있는 공간엔 공기가 드나들 틈이 없고 햇볕이 들 수도 없다.
나와 가까운 곳엔 지금 내가 항상 즐겨 쓰고 좋아하는 물건들로만 여유 있게 수납했으며
사용 빈도수가 낮은 물건이나 계절용품들은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수납하게 되었다.
일 년에 한 번 나오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지금 내 눈앞에 보일필요는 없으니까
꽁꽁 숨겨놔도 괜찮다.
이제까지 의미 없이 이고 지고 살았던 거대한 블록벽은 박살이 나버렸으니
책장, 옷장 같은 가구 위 공간까지 물건을 늘어놓지 않아도 된다.
가끔 먼지나 닦아주면 그뿐.
난 테트리스가 정말 재미있다~
필요한 아이템만으로 꾸민 실내는 뭐든 그냥 슬쩍 놓아두기만 해도
멋스러운 인테리어가 되고,
가구는 집안 분위기와 어우러져 개성 있는 공간으로 변했다.
당연한 생각에서 출발한 해결방법은 의외로 쉽고 간편한 것들이었다.
집은 사람이 주인이다.
만약 물건이 우선이 되고 물건에 안락한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면,
덜어내고 비워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