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꺼내기가 불편할까?

물건 사용을 위한 설명서

by 아이스블루



화장대 서랍이 열리지 않는다.

또 우산이 걸린 모양인데 서랍을 열기 위해서 이리저리 서랍 안을 뒤적여 보지만

역시 열리지 않았다.

이렇게 무작정 들쑤시다가 내가 아끼는 우산에 흠집이라도 날까 더 걱정이 됐다.

반드시 이번에는 서랍 속 물건을 덜어내고야 말겠다고 다짐하지만

그 순간을 무사히 넘기고 나면 복잡한 서랍 속 일은 까맣게 잊고 만다.


어떤 물건을 꺼내고 넣기가 불편하다면 멈추고, 다시 정리할 때이다.

십중팔구 수납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니까.

공간에 여유가 없어서 위로 겹치게 쌓거나 물건 앞에 또 다른 물건을 놓는 등의

이중 수납을 하면 뭔가를 꺼낼 때 앞이나 위에 있는 걸 치우고 꺼내야만 한다.

사용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여갈 것이다.


어린 시절 기억하는 우리 집 책장은 책을 꽂고 앞의 남는 공간에

크기가 작은 인형이나 소품들을 올려서 장식을 했다.

항상 장식품 뒤로 책이 가려져있었고

나름 신경 써서 책장을 꾸몄던 기념품들도 그다지 돋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때는 그것이 왜 불편하고 답답해 보였는지 잘 몰랐지만

이제 알 수 있다.

그 책장은 책을 넣고 빼는 “책을 읽기 위한 책장”이 아니라

책과 기념품들을 한 곳에 수납하고 장식하기 위한 하나의 “커다란 수납장”이었을 뿐이다.

전혀 사용을 생각하지 않은 수납방법이었다.


책위에 공간이 남는다고 또 다른 책을 쌓아놓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책을 위로 쌓는 수납법은 아래쪽의 것을 빼기가 어려우므로

책 사용에 있어서 좋은 방법은 아니다.

물론 수납공간이 부족하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물건을 사용할 때를 생각해서 수납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출처 unsplash




결혼을 하고 내 살림을 하면서 책장을 꾸미게 됐을 때,

장식품은 하나도 갖다 놓지 않고 책만 꽂아놓음으로써 어린 시절 불편했던

마음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읽기 위해 꽂아놓은 책을 위한 수납장이라면

책 외에 다른 무엇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취향에 따라 책과 장식품을 적당히 섞어서 꾸미는 방법도 있겠지만

오직 책을 사용하기 위한 책장이라면

언제라도 책이 필요할 때 꺼냈다가 꽂기 편해야 하고,

책을 꺼낼 때 그 어떤 것도 방해하는 물건이 없어야 한다.

인형들은 다른 곳에 장식하여 귀여움을 뽐내면 된다.

대신 책은 가리지 말고..


먼저 내가 쓸 물건 앞을 가로막고 있거나 위로 지나치게 쌓여있는 분량은 걷어내고,

공간이 부족해도 무조건 위로 쌓기보다 책 꽂듯이 옆으로도 한번 세워본다.

절대 안 들어갈 것 같던 물건이 옆으로 세웠을 때

쏙~ 들어가는 매직을 경험할 수도 있다.

아래쪽 물건을 꺼내느라 힘들일도 없으며 다시 집어넣을 때 편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꽉 막힌 상황일수록 숨어있는 창의력을 발휘해 본다면

의외로 쉽게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으니

물건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수납방법을 달리해보는 발상의 전환을 꾀해보자!!








이렇듯 사용이 편한 쪽으로 의식적인 수납을 하게 되면

사용하고 제자리에 놓는 것 자체가 이미 정리가 끝난 상태이므로

따로 시간을 내어 정리할 필요도 없다.

청소도 그렇지만 정리는 연례행사가 되면 힘들어지는데,

정리가 물건 사용과 맞물려있는 활동이라서

더욱 한꺼번에 몰아서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수납공간은 어쨌든 한정되어 있고 욱여넣어 서랍이 닫힌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다음에 그 물건을 꺼낼 때 같은 문제는 또 반복될 것이고

이런 상황은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끝이 날 것이다.

차라리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는 편이 더 낫다.

불편함을 느꼈다면 그때가 바로 내가 편한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기회의 순간이니

미루지 말고 바꿔봐야 한다.


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물건수납은 심미성보다 편의성이 먼저라고 생각해 왔다.

물건을 꺼내고 넣기가 우선 편해야 하고

인테리어 장식은 그다음에 생각해 봐도 되지 않을는지.

편의성을 앞에 두었지만 사용하기 편하게 정리가 되었다면

당연히 보기에도 좋을 수밖에 없다.

세상사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편하다면

나에게도 아름다워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