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장 (1)
나는 여태까지 옷을 고를 때나 화장을 할 때 예뻐 보이는 색이
나에게도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소심한 성격 탓에 파격적인 디자인은 밀어 두고 무조건 무난하고
튀지 않는 색깔의 옷을 골라야 안전하다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것은 너무 진한 검정도 아니고 때 타기 쉬워 부담스러운
파스텔컬러도 아닌 무난한 갈색이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으레 갈색은 없냐고 물었다.
이걸 입으면 옷 잘 입는 친구처럼 잘 어울릴 것 같았지만 그렇게 구입한 옷을
자주 입은 기억은 없다.
갈색은 나에게 별로 어울리는 색이 아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 색깔은 내 얼굴을 칙칙해 보이게 하는 피해야 할 색이었다.
갈색 옷을 입으면 찰떡같이 어울리는 사람들도 있는 걸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옷 정리를 시작하며 캡슐 옷장을 만들기로 결심했고
자연스럽게 퍼스널 컬러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를 돋보이게 해주는 몇 벌의 옷만을 남기기 위한 작업에서 색깔은 무척 중요했기 때문이다.
퍼스널 컬러의 옷으로 코디를 하면 이목구비가 돋보이면서 얼굴색과 조화를 이루게 되고,
반대로 맞지 않는 색은 얼굴의 잡티가 도드라져 보이고 나이도 들어 보인다고 하니,
이렇게나 중요한 색깔을 옷이나 메이크업 선택할 때 꼭 참고해야 하는구나~
나를 더 예뻐 보이게 하는 색깔이 있다는데 반드시 찾아야만 했다.
조금만 검색해 보면 퍼스널 컬러를 진단해 주는 곳이 많이 있었지만
제대로 하려면 꽤 높은 진단비용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바로
손쉽게 진단해 볼 수 있어서 나는 그 방법을 선택했다.
급한 성격이라 어떤 색이 내 퍼스널 컬러인지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사진을 올리고 피부와 눈동자, 머리카락 색깔 등을 입력한다.
몇 가지 질문을 답하고 진단해 가면 내 퍼스널 컬러 타입을 알아볼 수 있다.
물론 오프라인에서 전문가에게 진단받는 것보다 정확하지 않겠지만
대략 어떤 색이나 분위기로 코디를 하면 나에게 잘 어울리는지 파악을 할 수 있다.
그러다가 운 좋게 정말 나한테 잘 어울리는 베스트 컬러를 찾게 된다면
여러모로 나를 꾸미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분위기도 이미지도 천차만별인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색상의 스타일을
딱 4가지로만 정한다는 것이 좀 우습고, 각자 특유의 피부색, 머리색에 따른 분위기가
웜톤 쿨톤의 경계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웜톤이니까
따뜻한 색만 입어야 한다고 규정짓기는 곤란하지 않을까?
퍼스널 컬러진단은 어디까지나 좀 더 잘 어울리는 컬러를 찾아내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고,
무엇보다 다양한 컬러의 옷을 직접 입어보면서 나에게 맞는 색을 고르는 것이
제일 정확할 것이다.
입어보면 얼굴색과 조화를 이루는 색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걸 선택하면 된다.
갈색 계열의 옷만 줄곧 사들였던 나의 베스트 컬러는 의외로 네이비였다.
차갑지만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파란색, 회색과 전체적으로 파스텔 계열이 잘 어울리는,
네 가지 스타일의 퍼스널 타입으로 말하면 여름 쿨톤에 가깝다고 했다.
웜톤인 사람에게 어울리는 색상인 짙은 갈색옷이 나에게 좋은 선택일리 없었다.
온라인 진단이 끝났으니 셀프진단 차례~
인터넷으로 나온 진단 결과를 검증도 해볼 겸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여러 가지 색깔의 옷이나 색상지를 하나씩 대어 보았다.
어머!! 얼굴이 왜 이렇게 칙칙해 보이지? 확~ 늙어 보이네.
얼굴과 옷이 왠지 어색하게 따로 노는 느낌이다. 이색도 저색도 안 어울리고...
그 옷들에 손이 잘 안 갔던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았다.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색의 옷이었던 것이다.
가지고 있는 옷들 중에서 진정한 내 옷은 도대체 몇벌이나 된다는 말인가?
차라리 그냥 바둑돌 패션으로 정해볼까?
그러나 흰색과 검은색도 색상표에 엄연히 표기돼 있는 고품격 컬러이고
무시할 수 없는 색이다.
분명히 잘 어울리는 사람이 따로 있는 색이라는 말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건강하고 화사해 보이는 얼굴로 바뀌었다!
몸에 착~감기는 듯한 나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옷을 찾았다.
아! 이런 옷만 입어야 하겠구나.
내 스타일을 찾을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해도 나를 돋보이게 하는
보물 같은 컬러를 찾아내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색깔을 얼굴에 대어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맞는 색을 찾을 수 있는 걸 보면,
옷을 구입할 때 직접 입어보는 수고를 감수해야 실패하는 쇼핑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옷은 내가 입을 것이고 내 생각이 가장 중요하니까
이제는 쇼핑을 할 때 옆사람에게 물어보지 말고 나에게 물어보자.
최신 유행을 따른다고 반드시 패셔너블해지는 것은 아니다.
남이 입었을 때 예쁜 옷이 나에게도 어울리는 것은 아니고 말이다.
나의 색을 알고 표현한다면
적은 옷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돋보이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