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방 정리정돈
"엄마!! 학원 다녀왔어요~ 엄마도 오늘 하루 수고했어요.
아 ~힘들어.. 나 이제 쉴 거야!!"
유난히 다정다감한 딸은 이 와중에도 내 컨디션 한번 살피고는 제방으로 들어간다.
그래~ 안 건드린다 안 건드려.. 너도 오늘 하루 힘들었을 테니 쉬어라.
나도 밀린 집안일을 끝내고 노곤했던 터라 좀 늘어져있기로 했다.
깜박 잠이 든듯한데 딸아이 방문은 아직 닫혀있고 고요했다.
“뭐 좀 먹을래? 세상에!! 방이 이게 모야?”
방문을 여는 순간 아!!
방이 이렇게 엉망인데 세 시간 동안 꼼짝 안 할 수가 있다니...
“네가 방에서 뭐 하고 다녔는지 다 보여. 이건 무슨 헨젤과 그레텔도 아니고! ”
동화 속의 헨젤과 그레텔은 길을 잃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빵부스러기를
일부러 흘리면서 다녔다지만 딸 방의 광경을 보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내가 뭘 하고 다녔는데?”
“들어와서 옷 갈아입고 책상에서 과자 먹으면서 수학숙제 좀 하다가
침대에서 패드 보다가 잤네!! 맞지?”
"......... 알았어 엄마 치울게 치울게~"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땐 워낙 크기가 작은 장난감들이 많았기 때문에
서랍장과 수납바구니가 많이 필요했고 그것이 정리의 일등공신이 되어주기도 했다.
장난감 종류별로 네이밍 하고 서랍을 만들어놓으면 제자리에 집어넣는 것만으로도
정리가 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종류도 다양하고 자잘한 장난감이 많은 유아기의 두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더 얘기를 안 해도 짐작이 갈 것이다.
낮에는 정리를 해놔도 다시 원위치가 돼버리니 대부분 밤에
아이들이 잠든 후에 다시 하게 된다.
워낙 빛의 속도로 또 엉망이 되다 보니, 그때그때 욕심껏 정리해놓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부지런히 했던 것 같다.
칸칸이 종류별로 이름 붙여놓고 정리하느라 밤을 새운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정돈해 놔도 내 귀염둥이들이 깨면 모든 게 뒤섞여 버렸다.
“이 서랍에는 레고프렌즈만 넣는 거야~
스테파니와 엠마는 여기에 있어야 해.
알겠지?”
딸아~ 그때는 6살 때니까 그러려니 했어도 이제는 학생증 사진 못 나왔다고
혼자 스튜디오로 사진 찍으러 다닐 만큼 컸는데, 인형바구니에 과자봉지가 버려져 있는 건
너무한 거 아니니?
쓰레기가 나오면 바로 거실로 나가서 버리는 행동은 내가 하는 것이지 딸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 건 내 잘못이다.
그냥 나와 성격이 다른 딸 방에는 애초에 큼지막한 휴지통을 놓아주고
쓰레기를 버리게 하는 쪽이 속 편한 일이었다.
아이가 어릴 때는 엄마가 너무 정리를 강조하거나 집안을 지나치게 깨끗이 치워놓으면
아이의 상상력이 자랄 틈이 없다고 한다.
행복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로 자라기 위해서는 집안정리도
약간은 놓아줄 필요가 있다는 아동전문가의 견해를 너무 진심으로 받아들였던 걸까?
내 물건 정리에 비해 아이들 것에는 많이 무던했던 편이라서
남편이 의아해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 아이들은 우주최고로 행복해야 하는데
정작 본인들은 그렇게 느끼며 사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다 커버린 아이들.
칸칸이 장난감 이름을 써붙여줄 필요도, 일일이 정리할 곳을 가르쳐줄 필요도 없다.
누군가는 내 방과 물건들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내 정리방식에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건 내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내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정리방법을 찾고 익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그 아이는 내가 아니니까 나처럼 정리하길 바라는 마음을 비운다.
그 아이는 내가 아니니까 내 스타일의 물건 사기를 바라는 마음도 비운다.
그 아이가 나는 아니니까 내 방식대로 방 꾸미기를 바라지 않는다.
너희는 있는 그대로 빛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