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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Oct 30. 2022

[미래]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존과 상생의 미래

- 목적지: 지속가능발전교육이 중심이 된 공존과 상생의 미래

- 길잡이: 도봉구청 지속가능발전과 주무관 배현순 박사님, 

             인도 RCE 스리나가르 아부다쉬 박사님  

- 경유지: 2021 서울 국제 교육 포럼(The 8th Seoul International Education Forum), 2022 RCE 도봉 프로젝트 느루  


생태전환교육부끄럽지만 나는 내 일이 아니라 생각했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회적으로 ‘기후위기’, ‘생태교육’, ‘환경문제’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인류가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며 지구의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주제들과 함께 위의 키워드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나는 분명 중요한 교육의 주제들인 것은 맞지만 직접적으로 내가 가르쳐야 하는 부분은 아니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이는 과학이나 사회 교과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주제이지 나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는 편견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2021년 여름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2021 중등 교직단계별 10년 경력교사 직무연수 1기(인문소양)’에서 충남대학교 오기영 교수님의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교육의 방향’이라는 강의를 들었다. 세계를 여행하는 방식으로 현장감 있게 특강을 진행하시는 교수님의 명강의 덕분에(기회가 된다면 다른 선생님들도 꼭 들어보셨으면 좋겠다. 정말 강력 추천한다.) 아 진짜 기후위기, 환경문제는 더 이상 다른 나라,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 우리의 문제라는 것을 생생히 느끼게 되었고, 이는 ‘생태전환교육, 생명을 품은 포용의 길’을 주제로 열린 <2021 서울 국제 교육 포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포럼을 통해 그동안 생태교육을 도외시했던 나의 편견이 얼마나 무지하고 위험한 일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전 세계가 모든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함께 달성해야 하는 약속        

  




  포럼을 듣다 보니 공통적으로 계속 등장하는 용어가 SDGs였다.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위에 제시한 17가지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의미한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2030년까지 전 세계가 모든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함께 달성해야 하는 약속이다. 네덜란드 바헤닝언 대학의 아르연 왈스(Arjen Wals) 교수님께서 강조하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의 개발을 위한 ‘경계 넘기 학습(transgressive learning)’도 인상적이었다. 자연, 인간, 다른 종에 대한 착취와 경제적 성장 중심의 사고, 분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교육적으로 흥미로운 질문을 자유롭게 학교 안으로 끌고 들어와 살아 있는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이 그것의 핵심이었다. 교수님의 주제발표 제목이 ‘교육, 지속가능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촉매’였다. 나의 수업과 나의 교육이 지속가능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했을까? 생태전환교육이라는 게 꼭 과학이나 환경 과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포괄적인 범위에서 범교과적으로 지향해야 할 큰 물결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는 내 수업을 성찰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포럼 세션 1의 좌장을 맡으신 서울대학교 유성상 교수님께서 세 분의 주제발표 후 오늘 계속 등장하고 있는 SDGs 개념이 낯선 분들도 있으실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2014년 담당했던 동아리 그린나래가 아니었다면 나 역시도 지금까지 SDGs에 대해 아마도 잘 몰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린나래는 당시 아동인권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자발적으로 신설한 동아리였다. 교육청에서 주관한 ‘학교로 찾아가는 인권교실’ 강의를 듣고 아동인권 관련 독서 및 영화 감상 후 토론,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UNCRC)과 같은 인권 관련 자료 탐구 등 이론적으로도 공부를 많이 했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활동은 ‘KOICA 차세대 ODA 리더 개발교육 동아리’에 선정되면서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와 연계하여 ‘상호의존성’, ‘인권’, ‘빈곤’, ‘국제개발협력’ 등에 대해 생생하게 배웠던 시간들이었다. 


  교사들도 교과 지도나 동아리 지도를 위해 열심히 교재 연구를 하고 다양한 활동 기획을 위해 고민을 하지만, 아무래도 개인적인 경험의 한계가 있기에 혼자 힘만으로는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게 쉽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데 해외 봉사를 경험하신 단원, 유니세프 아동인권 팀장 등 실제 현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특강과 활동을 해주시니 아이들이 재미와 의미를 모두 찾으며 성장하는 모습이 내 눈에도 보였다. 다시금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학교가 제대로 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 밖 사회와의 연계도 참 중요하겠구나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일단 양질의 교육으로 아동인권에 대해 이론과 실천 모든 면에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한 아이들은 자신들이 배운 것을 학교 밖 세계와 나누기 시작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기빙클럽에 가입하여 교내 스쿨미 프로젝트 캠페인을 진행해 아프리카 여아 학교 보내기에 기여했으며, 지역사회 아동복지센터와 연계하여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인권나눔캠프’를 기획해 호평을 받았다. 특히 동화에 인권 요소를 첨가한 연극 ‘신데렐라의 인권 여행’, 아동들이 기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기부왕 인권 주사위 놀이’ 등의 아이디어는 아동복지센터의 아이들도 참 좋아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에는 잘 몰랐었는데, 인권 공부에서 시작하여 지역사회 나아가 아프리카까지 연계하여 활동을 하고 배움을 얻었던 이 일련의 과정들이 지금 돌아보니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이었고, 경계 넘기 학습의 좋은 사례였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가 한 일은 아이들이 요청하는 것에 대한 조언과 기관 연계 및 조력 등 그리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이것이 교육이 담당해야 할 바로 ‘촉매’ 역할이구나 싶어 문득 작은 뿌듯함이 들었다.     


RCE 도봉구 사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다 

    

  ‘생태전환교육,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포럼의 2일 차가 진행됐다. 사례발표 중 ‘지속가능발전교육을 통한 생태소양 키우기 도전’이라는 RCE 도봉구 사례발표가 있었다. 발표를 듣기 전까지는 마을(구청)과 결합한 학교교육사례인가? 발표하시는 분이 도봉구청 지속가능발전과 소속의 주무관님이시길래 요즘 구청에는 지속가능발전과도 있나? 가벼운 호기심을 가지고 포럼에 참여했다. 


  RCE는 지속가능발전교육 지역전문센터(Regional Centre of Expertise)의 약자로 도봉구가 UN 산하 UN대학의 인증을 받아 지정된 것이었다. RCE는 처음 들어보는 개념이었지만, 교육청이 아닌 지자체가 지속가능발전교육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세계기구인 UN과 연계하여 구정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참신하게 다가왔다.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의 일환으로 ‘우리 마을에서 지구별까지 이어지는 17개 약속’이라는 제목의 초등학생용 교재를 민관학 협업으로 자체 제작하여 교육청 및 학교에 보급한 것과 국제 ESD 유스 프로젝트 ‘느루’를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느루’ 프로젝트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싶어 배현순 주무관님께 연락을 드렸고, 덕분에 프로젝트를 온라인으로 참관하는 귀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프로젝트 느루, ‘햄버거의 진실(The turth of hamburgers)’     


  느루에 대해 주무관님께 여쭈었을 때 맨 처음 하신 말씀은

      

  “저도 정말 이게 될까? 생각했었던 실험적인 프로젝트였어요.”     


였다. 지속가능발전교육 관련해서 유네스코나 해외 총회에서 사례발표를 들으실 때마다 저건 자랑을 위한 프로젝트인가? 늘 아쉬움이 남으셨고 UN대학에서도 사업보다는 ‘연구’에 집중하라고 권고해주셔서, 이를 반영하여 고민 끝에 나온 것이 바로 ‘프로젝트 느루’였다고 하셨다. 느루는 우리나라의 학생들과 해외 친구들이 한 달에 한 번 줌으로 만나서 포토보이스 연구 방법으로 활동지를 작성하고, 그 활동지를 연구자인 주무관님께 보내면 그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는 총 8차시의 장기 프로젝트였다. 활동이 완료되면 모든 참여와 활동지를 100% 완료한 친구들에 한해 연구보고서에 이름이 올라가고(포토보이스 연구의 참여연구자), UN대학에 연구보고서로도 제출되며 개인 포트폴리오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상에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학교가 아닌 지자체에서 주관하고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도봉구에는 유네스코 협동학교가 없고, 해외 연계에 대한 경험이 있는 학교도 적어서 부족한 면이 있지만, 오히려 이 부족함 덕분에 RCE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었다는 주무관님의 설명을 들으며 일면 고개가 끄덕여졌다. 아마도 이 활동들이 대입과 직결된다면 더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겠지만, 어쩌면 다양한 외적 요소들이 결부되는 순간 지금처럼 순수하게 ESD의 목적을 지향할 수는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론에만 치우친 것도 아니고 학문적 기반 없는 실천에만 치우친 것도 아닌, 연구자의 시선에서 운영되고 있는 이 학생참여형 연구 프로젝트에 큰 매력을 느꼈다.


  프로젝트 느루의 올해 주제는 ‘햄버거의 진실(The turth of hamburgers)’로 지속가능한 식생활에 대해 8차시에 걸쳐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아래는 그중 3차시의 활동지와 결과물 예시이다.  


   

  활동지를 작성하고 그것을 편집해서 출판하는 것까지는 학교 활동이나 일반적인 프로젝트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것들인데, 여기에 ‘분석 및 결과 도출’이라는 연구 과정이 들어가는 것이 특별했다. 예를 들어 ‘햄버거’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단어를 학생들이 작성한 결과를 수합해 통계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텍스트마이닝을 통해 순위를 매기고 이를 분석한 후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이었다. 사진의 경우는 사진에 대해 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녹화한 다음, 연구자가 따로 유형화를 해서 분석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포토보이스 연구 방법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렸다. 주무관님은 포토보이스 연구 방법은 사진 촬영을 통한 데이터 수집으로, 지역사회 내 소외된 사람들이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와 경험을 드러내고 지역사회의 변화를 촉진하는 방법이라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주셨다. ‘사진’이 자칫 지역사회에서 소외될 수 있는 사람들이 연구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매체가 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고, 학생들이 Raw Data를 제공하는 청소년 연구자로서 세계의 학생들과 협업하며 가치 있는 연구를 진행한다는 것이 정말 멋졌다. 나라별, 연령별로 미묘하게 다른 연구 결과가 도출된다는 설명을 들으며, 나도 조금 더 공부해서 연구와 실천이 결합한 학생참여형 ESD 프로젝트를 운영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감사하게도 주무관님은 2021년 9월 11일(토), 인도의 아부다쉬 박사님의 ‘인도 로컬음식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부강연에 나를 초대해주셨다. 특강과 토론은 영어로 이루어졌는데, 동시통역을 해주는 대학생이 있어서 참여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언어 능력이 되면 더욱 좋겠지만, 외국어 구사력이 다소 부족하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인도’ 음식 하면 ‘커리’, ‘탄두리 치킨’ 정도만 떠올릴 정도로 배경 지식이 없었던 나는 아부다쉬 박사님의 강연을 들으며 인도의 지역별 식문화의 다양성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존중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었다. 


  ‘햄버거’라는 학생들에게 친숙한 소재를 중심으로 전 세계의 식생활은 연결되어 있어 한 국가의 음식의 문제가 타 국가에 영향을 주고 결국은 인류 모두의 문제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SDGs와 연결하여 연구하고 실천하는 이 일련의 과정이 분명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더불어 강의를 들으며 ‘핸드프린트(Handprint)’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www.handprint.in)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긍정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을 의미하는 핸드프린트에도 지금 이 순간부터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느루와 같은 지속가능발전교육이 중심이 된 공존과 상생의 미래는 밝다. 물론 지속가능발전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지류가 아니라 본류로 자리 잡기까지는 많은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하지만 모든 변화의 물결은 작은 곳에서 시작되는 법. ‘느루’는 순우리말로 ‘한꺼번에 몰아치지 아니하고 오래도록’이라는 뜻을 의미한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앎과 삶이 오래도록 찬찬히 스며들기를, 아이들이 중심이 될 2030년에는 SDGs가 모두 이루어진 세상이 와 있기를 바라본다.   


+ 이 글을 쓴 다음 올해(2022년) 학급 학생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패션'을 주제로 한 <2022 프로젝트 느루>에 1년 동안 참여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느루의 올해 활동에 대한 글과 '인도 RCE스리나가르 아부다쉬 박사님 및 학생들과의 인터뷰' 결과는 완성되는 대로 브런치에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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