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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Nov 21. 2022

그림을 보며 처음으로 가슴이 뛰었다. 스탕달 신드롬!

미켈란젤로의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 & 하민철 가이드님과의 만남

https://terms.naver.com/imageDetail.naver?docId=1169187&imageUrl=https%3A%2F%2Fdbscthumb-phinf.pstatic.net%2F2765_000_39%2F20181007201300883_JECPGWNGQ.jpg%2F58824.jpg%3Ftype%3Dm4500_4500_fst%26wm%3DN&categoryId=33054&mode=simple|&query=&authorId=

(저작권 문제 관계로 그림은 링크로 대신한다.)


  나에게 미술은 늘 참 어렵게 느껴지는 예술 분야였다. 공간 지각력과 조형 이해력이 부족해서인지 작품 속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고, 유명하다고 하는 작품 앞에 섰을 때도 그다지 큰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2004년 나의 첫 배낭여행에 함께한 친구가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었던 덕분에 클림트의 <키스>가 전시되어 있는 ‘벨베데레 오스트리아 갤러리’부터 밀레, 모네, 르누아르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이 우리를 반겨주는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까지 우리의 여행 일정에는 늘 미술관, 박물관이 함께했지만 사실 나는 이 시간이 그리 흥미롭지 않았다. 게다가 큰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작품을 깊이 있게 감상하는 건 꽤나 체력을 요하는 일이어서 나중에는 친구와 입구에서 만날 시간을 정한 후 나 혼자 먼저 감상을 마치고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했었다. 그림을 보는 것보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사람들과 도시의 풍광을 감상하는 게 훨씬 더 내 취향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한 달 동안 반강제적으로 다양한 미술관을 관람하다 보니 고등학교 때까지 미술 시간에 이론으로만 잠깐씩 들어봤었던 화가들의 화풍을 조금은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내가 ‘모네’와 ‘고흐’의 그림을 좋아한다는 것도 여행 중 처음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오면 곧 미술관, 박물관을 방문했던 기억은 사라졌고, 여행을 돌아봤을 때 정말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베스트 순간들에 ‘그림’이 들어 있는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10년 전까지는 그랬다.


  2010년 겨울, 앞에서 언급했었던 것처럼 도난 사건으로 첫 번째 여행에서 아쉽게도 가지 못했던 이탈리아 여행을 드디어 떠났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나는 처음으로 그림을 보며 가슴이 뛰고 마음이 벅차올라 눈물이 날 것 같은 감동에 휩싸이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간 가지고 있었던 그림에 대한 편견을 단번에 깨준 그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시작하려 한다.


그림 감상의 숨은 조력자가이드계의 전설 하민철 가이드님을 만나다      


  그림 이야기를 제대로 펼치기 전, 꼭 한 분 소개해야 할 분이 있다. 사실 나는 고생을 하더라도 자유여행을 가는 게 진정한 여행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라, 패키지 여행이나 가이드 중심의 여행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나에게 미술관, 박물관 나아가 도시 전체의 도슨트로서 문화, 예술, 역사를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지식가이드 투어’는 미술 감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줬다. 당시 내가 선택한 여행사는 지금도 유명한 ‘유로자전거나라’였다. 처음에는 자전거를 타고 투어를 진행하는 건가? 이름에 자전거가 들어가 있어 그 정도 생각을 가볍게 하며 큰 기대 없이 집합 장소로 갔다. 워낙 미술관, 박물관을 어려워하니 설명을 들으면 좀 낫겠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루한 수업을 하루 종일 듣는 것처럼 재미없으면 돈만 날리는 거 아닌가? 우려 섞인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의 걱정은 완전히 기우였고, 그때부터 나는 유로자전거나라의 광팬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후 스페인에서 또 한 번 유로자전거나라 투어를 들었었는데, 투어 도중 내가 이날 로마 바티칸에서 만났던 그 가이드 분이 ‘가이드들의 가이드’, ‘가이드계의 전설’, ‘하민철 가이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벌써 12년 전 일이어서 로마와 바티칸, 그리고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에 대한 세부 정보나 사실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가이드님의 말투, 그날의 분위기, 그림을 봤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마음속에 생생하게 자리 잡고 있다. 로마를 바티칸을 미켈란젤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가이드님의 진심과 열정이, 함께하는 관람객들에게도 고스란히 느껴져 우리 역시도 그 순간과 작품에 저절로 몰입할 수밖에 없었고, 특히 이야기꾼처럼 흥미롭게 미켈란젤로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며, 중요한 순간마다 3초 정도 쉬고 외치셨던 “지금 바로 공개합니다!” 시그니처 말투는 마치 드라마나 영화의 절정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가슴을 뛰게 했다. 마치 조선 후기에 소설을 맛깔나게 읽어 주었던 전문 낭독가인 ‘전기수(傳奇叟)’의 ‘요전법’이 떠오를 만큼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내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를 보고 처음으로 감동의 스탕달 신드롬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의 8할 아니 9할 이상의 지분은 정말 하민철 가이드님한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종일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를 보듯 들은 후 미켈란젤로에 대한 인간적 애정이 가득한 상태로 마지막으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마주한 순간, 이어폰에서 가이드님이 선곡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 음악의 제목은 잘 모르지만 분명 아마도 세상에서 그림과 가장 잘 어울리는 선곡이었을 거다. 그리고 그 덕분에 나는 주어진 시간 내내 고개를 들고 가이드님이 말씀해주신 추천 위치를 오가며 하염없이 그림 감상에 푹 빠졌다. 내가 이렇게 그림을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사람이었나? 처음 보는 나의 모습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림이 이렇게 재밌어질 수 있다니 진짜 그 어느 때보다도 즐거운 여행이었다.


  돌아와서 바티칸을 돌아보며 남긴 일기가 있다. 안타깝게도 싸이월드가 제대로 복구되지 않아 더 이상 그 일기를 찾아 읽을 수는 없지만, 학교에서의 나의 수업도 하민철 가이드님의 일일 투어처럼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으로 다가갔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가르치는 국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더불어 우선 나부터 더욱 내가 담당하는 국어를 사랑해야겠다고 새롭게 다짐을 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특히나 내가 별로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미술에 대한 인식을 단번에 바꿔줬던 그 하루처럼 내가 만나는 학생들에게도 내 수업이 그렇게 다가갈 수 있도록 수업 하나 하나에 더욱 정성을 쏟아야겠다는 다짐도 함께 했었다. 17년차인 지금, 나는 그 다짐을 잘 지키고 있는 걸까? 내가 교직에 있는 내내 이 다짐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성찰하며 발전하는 교사로 살아가길 다시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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