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미래 과학 상상 글짓기나 그림 그리기를 할 때면 막연히 내 마음대로 2020년을 꿈꿔봤었다. 그중 걸어 다니면서 전화를 하고 TV를 보는 사회는 이미 이루어졌고, 해저도시나 날아다니는 자동차의 상용화처럼 아직 오지 않은 미래도 있지만, 내 머릿속 어디에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의 대유행은 없었다. 세계사 시간에 페스트나 스페인 독감과 같은 감염병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나와는 거리가 먼 그저 책에서만 접할 수 있는 역사 속 사건이었다. 2020년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잠식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2006년부터 15년째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먼 미래에는 학교나 교육의 형태가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끔씩 하기는 했지만, 당장 3월부터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는 학교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에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청, 정부 모두 혼란스러웠다. 2주씩 찔끔찔끔 등교가 미뤄질 때마다 학사 일정을 비롯한 모든 계획을 다시 세워야 했고, 처음 시도하는 온라인 수업은 교사들에게 심적, 물리적 부담으로 다가왔다. 전체적인 지침은 위에서 내려오지만, 실제 진행 과정에서 부딪히는 수많은 시행착오들은 모두 교사와 학생들의 몫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며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수업은 조금씩 자리를 잡았고, 이러한 수업 형태의 장점이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면도 물론 있지만 2020년의 학교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혼란스럽다.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겪고 있는 감염병이기에 이러한 혼란은 아마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1년 전(2019년)에 우리가 교육 인터뷰로 방문했던 유럽의 각 교육기관 관계자들과 최근에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그들도 우리와 유사한 어려움을 분명 겪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에 다녀온 인터뷰 자료를 정리하고 그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나는 그들은 이 혼란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들의 교육 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계획을 잘 수립하여 유연하게 이 상황에 대처하고 있겠구나 하는 왠지 모를 확신이 들었다. 근거 없이 유럽 교육을 막연히 동경하고 그들의 교육이 우리보다 무조건 우수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나는 교육은 각 나라, 각 지역이 처한 개별적 상황이 모두 다르기에 일률적으로 어느 교육이 더 좋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럽 교육에는 분명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시사점이 있었고, 격변의 시기에 새롭게 교육을 계획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이는 매우 중요한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