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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Oct 30. 2022

교육실습?!
독일 18개월 VS 한국 1개월

2019년 8월, 우리가 독일에서 방문했던 기관은 총 네 군데이다. 방문 순서대로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 ZSL(바덴-뷔르템베르크주 교사 교육 센터/ 슈투트가르트)

㉡ The Library of STUTTGART(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 슈투트가르트)

㉢ Herzogin Anna Amalia Bibliothek(안나 아말리아 도서관/ 바이마르)

㉣ Ministry of General and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in Hamburg(함부르크 주교육부/ 함부르크)  



  이 중 성격이 유사한 기관인 ㉠과 ㉣을 묶어 ‘독일의 교육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과 ㉢을 묶어 ‘학교 밖 도서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인터뷰 기관: ZSL(Zentrum für Schulqualität und Lehrerbildung)

                (Baden-Württemberg주 학교 품질 및 교사 교육 센터/ 슈투트가르트)

인터뷰 대상: Anja Schneider-Heer(연구 이사)

                (Studiendirektorin)  

인터뷰 날짜: 2019년 8월 5일(월)



ZSL을 찾아 이름도 낯선 슈투트가르트(Stuttgart)로 향하다     


  2019년 8월 5일 이른 아침, 우리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슈투트가르트로 가는 열차 EC 113의 2등석 열차 안에 있었다. 다름슈타트(Darmstadt), 벤스하임(Bensheim), 바인하임(Weinheim). 슈투트가르트에 가기까지 정차하는 역 중 내가 아는 지명은 하나도 없다. 아마 자유여행으로 독일에 왔다면, 이 열차를 타는 일은 없었을 것 같다. 이 이름도 낯선 슈투트가르트에 대해 처음 들어본 건 제자 혜원이가 교환학생으로 독일을 간다고 말했을 때다. 그때만 해도 도시 이름이 한 번에 잘 안 들어와 어디를 간다고? 여러 번 물어보며 그냥 가볍게 스친 지명이었는데, 얼마 후 이렇게 직접 방문을 하게 될 줄이야……. 사람 인연도, 장소와의 인연도 정말 모를 일이다.


  슈투트가르트에서는 ZSL과 슈투트가르트 시립 도서관(The Library of Stuttgart)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다. 우리는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에서 오늘 우리의 독일어-한국어 통역을 담당해주실 오정한 통역사님을 만나기로 했다. 앞선 두 인터뷰에서 통역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우리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모신 귀한 인연이었다. 튀빙엔 대학교에서 철학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통역사님은 통역이 확정된 후부터 우리가 방문할 기관, 예상 질문들, 이탈리아와 스위스에서의 인터뷰 내용 등을 세심하게 점검하시며 정성껏 통역을 준비해주셔서 얼굴도 모르는 분이지만 왠지 든든하고 믿음이 갔다.


  슈투트가르트역에서 내려 빨간 우산을 들고 계신다는 통역사님을 찾았다. 동양인이 많지 않아서인지 엇갈림 없이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중앙역 밖으로 나갔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역사 위에서 자동차 회사 벤츠의 상징 마크가 쉬지 않고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인터뷰가 확정된 후 슈투트가르트에 대해 검색했을 때 ‘자동차’와 ‘발레’의 도시라더니, 역시 그 위용이 느껴졌다. 역에서 ZSL까지는 다시 트램을 타야 했는데, 트램 티켓 구입 방법부터 길 안내까지 통역사님께서는 우리의 일일 가이드 역할을 해주셨다. 또 트램 안에서는 인터뷰에 도움이 될 만한 독일의 교육 및 이모저모에 대해 사전 안내도 해주시고, 시립 도서관 인터뷰까지 비는 시간에는 요 며칠 계속 어려움을 겪었던 ATM 인출까지 도와주셨다. 


  갑작스럽게 통역으로 오셨지만 마치 우리와 서울에서부터 미리 약속된 1일 팀인 것처럼 진심을 다해 우리의 일정에 동행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성 있게 기관과 우리 사이의 의사소통을 도와주시는 것을 보며 비록 그의 직업이 전문 통역사는 아니지만 그 어떤 분보다도 진짜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가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나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진정한 프로가 되어야겠다는 다짐과 누군가가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을 때 그 요청 너머의 어려움까지 세심하게 살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인연은 다 삶의 스승이다.      


18개월의 교육 실습체계적인 예비 교사 양성 및 교원 연수 프로그램



  우리는 ZSL에서 안내해준 대로 중앙역에서 Leinfelden 방향으로 5번 트램을 타고 가다 ‘Frank’ 정류장에서 내렸다. 트램길을 건너니 매우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연구소들이 여럿 모여 있었다. 주소를 보며 어느 건물인지 하나씩 맞춰보다 보니 얼마 가지 않아 오늘 우리의 목적지인 ZSL에 도착했다. 건물 앞까지는 잘 도착했는데 공사로 인해 정작 입구를 찾기가 어려워 두리번거리다, 지나가시는 분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의 인터뷰는 Anja(이하 안야)의 연구실에서 진행되었다.


  ZSL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예비 교사 양성’ 및 ‘현직 교원 연수’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우리가 인터뷰한 안야는 ZSL의 김나지움 관련 총책임자였다. 안야는 인터뷰 초반 ‘주교육부’가 정책을 결정하면 ‘ZSL’은 실무를 진행한다고 보면 된다고 기관의 성격을 설명해주었다.(안야의 설명에 따르면, 스위스와 다르게 독일은 중앙정부에 행정기관으로서의 ‘교육부’가 존재하기는 하나 중앙의 교육부는 주교육부에 간섭할 수 없고, 예산 및 정책 등은 모두 주교육부에서 독립적으로 결정한다고 한다.)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래밍 7학년 의무 도입’을 예로 들어 ZSL에서 하는 일을 좀 더 자세히 보여줬다. 주교육부에서 7학년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의무로 하라는 정책이 내려오자, ZSL은 이를 각 학교에서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했다. 다양한 고민 끝에 대학교에 관련 교원 양성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각 대학교에서 기획안을 받아 최종적으로 콘스탄츠(Konstanz) 대학을 위탁 기관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존의 교사 중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희망하는 교사들은(주로 수학, 물리 교사가 많이 희망했다고 한다.) 콘스탄츠 대학에서 1년 정도 온라인, 오프라인 교육을 받았는데, 이때 월급은 그대로 받으며 원래 담당했던 수업 시수를 줄여 연수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예비 교사 양성’ 과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을 들었다. 일단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교사는 석사 학위 과정까지는 의무로 이수를 해야 하고, 석사 과정 후 18개월 동안 학교에서 실습을 하는 인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교사가 될 자격을 갖출 수 있었다. 18개월 중 6개월은 수업은 하지 않고 참관만 하고, 1년은 본격적으로 수업 실습을 하는데 이 과정도 평가의 일부에 반영된다고 했다. 18개월 실습 과정 후 시험을 거쳐 통과를 하면 이제 현장에서 교사로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안야는 공립, 사립 학교 교원을 가리지 않고 이 과정은 다 이수를 해야 한다고 했으며,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공립교육의 질이 우수해 대부분의 교사들이 공립학교에서 근무하기를 원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교사의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과 실습이 이루어지는 일련의 그 과정이 진심으로 부러웠다.  


  ZSL은 교사 직업 교육 기관으로 예비 교사 양성과 현직 교원 연수 모두를 담당하고 있었다. 한 기관에서 예비 과정부터 현직 과정까지 모든 연수 과정을 총괄하는 것은 그래야 지속적으로 과정상의 ‘연계성’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으며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2014년에 방문했던 싱가포르의 NIE(National Institute of Education)가 떠올랐다.(NIE는 싱가포르 유일의 국립 교육 관련 기관으로, 교원 양성부터 교육 관련 연구까지 모든 것을 아울러 담당하고 있었다.) 당시에도 NIE 기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예비 교사 양성, 현직 교사 재교육, 전문직 양성, 교육 연구까지 교육과 관련한 주된 역할을 한 기관에서 담당해 일관성과 체계성이 담보되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유사한 성격의 ZSL을 또 방문하니 우리나라의 교원 양성 및 연수 과정 전반에도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School Experience(참관/2주)-Teaching Assistantship(수업 보조/5주)-Teaching Practice1(수업 실습1/5주)-Teaching Practice2(수업 실습2/10주)’로 이어지는 싱가포르의 현장 실습 프로그램에도 감탄이 절로 나왔었는데, 석사 이후 18개월 동안의 인턴 실습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독일의 교원 양성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우리에 비해 예비 교사들이 실제 교직에서 적응하고 전문성을 발휘하기에 훨씬 좋을 것 같았다.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우리나라도 짧은 실습 체계를 갖추게 된 데에는 나름의 배경과 이유가 있겠지만, 예비 교원 양성 및 현직 교원 연수 과정만큼은 독일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사례를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해 꼭 변화를 꾀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이 들었다.


(관련하여 2014년 싱가포르에서 NIE를 탐방했을 때의 현직 교원 연수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을 덧붙이면 다음과 같다.(아래는 2014년 2월 11일, 싱가포르 NIE에서 Valerie SIM(당시 Public, International and Alumni Relations(공공, 국제 및 졸업생 관계 부서)의 Assistant Head)과 진행했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싱가포르에는 현직 교사들의 커리어를 체계적으로 발전시켜주는 ‘Teaching Profession Career Tracks(교직 전문성 경력 개발 과정)’가 있다. ‘교습 트랙’, ‘리더십 트랙’, ‘시니어 전문가 트랙(교육과정 개발자)’으로 나누어 현직 교사들이 지닌 능력에 따라 분화된 길을 열어줌으로써 교원의 전문성 신장에 크게 기여하고, 자칫 제자리에 안주하기 쉬운 교사들에게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는 과정이었다. 특히 모든 교육 관련 고위 담당자들이 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올라온 교사 출신이라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모두가 현장 경험이 있는 만큼 관리자나 교육과정 개발자들이 교육정책에 현실을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Dual(두알): 산학협력의 꽃기업 연계 직업교육 시스템     


  안야와 처음 만나기 전 잠시 길이 엇갈려 안야를 기다리며, 우리는 직업학교에서 12년 동안 교사로 근무하시다 이 기관으로 오셨다는 남자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었다. 짧은 대화였지만 여러 번 등장했던 ‘Dual’이라는 단어가 계속 머리에 남아 있었는데, 안야와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Dual은 독일의 직업교육 시스템으로 학교와 기업의 산학협력이 돋보이는 제도였다. 구체적으로 Dual은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학교와 기업체에서 이론과 실습 교육을 병행하는 시스템이다. 안야는 자동차 산업이 발달한 슈투트가르트의 ‘자동차 엔지니어’를 예로 들어 Dual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자동차 엔지니어 직업교육을 받는 학생은 평일에는 학교, 주말에는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 방식으로 보통 3년 정도 교육을 받은 후 졸업 시험을 보는데, 이론 시험은 학교, 실습 시험은 기업체에서 보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이때 학생들도 실습 근로자로 인정받아 기업체에서 학생들에게 임금을 지급하고, 교육 연차에 따라 이 임금도 조금씩 올라가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정확한 통계에 기반한 것은 아니지만 예로 들어주신 임금액이 자동차 분야의 경우 교육 첫해에는  월 800유로, 둘째 해에는 월 1,000유로, 셋째 해에는 월 1,200유로 정도라 비교적 실습 교육생들에게 많은 임금이 지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 교육을 받은 후 실습을 한 기업체로 취업을 하거나, 동종 분야의 타 회사로 취업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여주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직업교육은 모두 Dual 시스템으로 이루어지고, 일례로 자동차, 미용 분야뿐만 아니라 서점 직원, 문구점 직원 등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직업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며, Dual은 독일에서 보편적으로 활성화된 교육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ZSL 인터뷰 이후에 방문한 함부르크 주교육부에서도 Dual에 대한 설명을 또 들으며, 이에 대해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독일에서는 취직 시 ‘자격을 갖춘 사람’을 선발하는 것을 중요시하기에 이렇게 관련 직업교육을 받은 것이 실질적으로 구직에 큰 도움이 되고, 또한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의식이 널리 퍼져 있어 직업교육이 활성화되어 있는 것이 Dual 시스템의 성공 비결로 보였다. 


  나는 그동안 주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근무를 해서 직업학교의 현실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나라의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에서도 유사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산학협력 교육과정이 아직까지 보편화되지는 않은 것 같아, 우리나라도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과 학교가 연계하여 실질적인 직업교육이 이루어지면 학생들의 직업 및 진로 선택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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