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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 Oct 30. 2022

독일, 교육자치의 꽃을 피우다

인터뷰 기관: Ministry of General and Vocational Education and Training in       Hamburg(함부르크 주 교육부)

인터뷰 대상: Dr. Jochen Schnack(유럽, 국제 담당자)

                 (Leitung des Referats Europa und Internationales)  

인터뷰 날짜: 2019년 8월 7일(수)



ZSL에 이어 독일 교육기관 두 번째 인터뷰함부르크 주교육부에 가다     


  ZSL 인터뷰를 무사히 마치고 이틀 후인 8월 7일(수) 아침 일찍 우리는 바이마르에서 함부르크로 가는 열차를 탔다. 바이마르에서 함부르크까지는 4시간이 조금 넘게 걸려 함부르크 중앙역에 12시 20분쯤 도착 예정이었는데, 함부르크 주교육부 인터뷰가 바로 1시간 후인 13시 30분에 잡혀 있어 늦지는 않을지 조금 마음이 초조했다. 그래도 마음 한편이 든든했던 것은 함부르크 중앙역으로 우리를 위해 나와주신다는 함부르크 영사관 영사님들 덕분이었다.


  함부르크 영사관과의 인연은 고민 끝에 용기를 내서 보냈던 메일 한 통에서 시작됐다. 인터뷰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 작은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보냈던 메일에 함부르크 영사관 정인선 영사님은 우리의 입장에서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주시는 따뜻한 답장을 주셨다. 이를 계기로 함부르크 주교육부 섭외, 통역 섭외, 공관 차량 지원에 부총영사님 저녁 식사 초대까지……. 민간 차원에서 방문하는 우리가 정말 이런 환대를 받아도 되는 걸까? 싶을 만큼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향하는 함부르크였기에 생각만으로도 기대가 되었다.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한국어 소리가 들리는 것만으로도 그저 반가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2004년 배낭여행 때 야간열차에서 짐을 도난당했을 때도 맨 처음 우리 객실을 찾아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건넸던 건 다급한 한국어 소리를 들은 한국인이었다. 그런데 하물며 총영사관분들이시라니……. 역사(驛舍)가 매우 복잡해 길이 엇갈릴 수 있으니까,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말고 플랫폼에서 기다려달라는 영사관의 당부를 생각하며 캐리어를 들고 열차에서 내렸다. 얼굴을 서로 모르는데 잘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무색하게 우리는 서로를 바로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공관 차량을 타고(인터뷰하는 동안 우리의 짐도 보관해주셨다.) 인터뷰 장소로 늦지 않게 이동해 우리는 무사히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주마다 다른 교육독일의 교육 자치를 엿보다     


  함부르크 주교육부는 특이하게도 ‘Hamburger Meile’라는 대형 쇼핑센터 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앞서 방문했던 ZSL이 한적한 동네에 있었던 것과 사뭇 대조적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여러 기관을 방문하다 보니 공간에서도 기관의 분위기나 추구하는 가치를 느낄 수 있었는데,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함부르크 주교육부는 왠지 실용적이고 생활 친화적인 정책을 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사님들은 규모가 큰 쇼핑센터 안에서 주교육부 입구까지 우리를 데려다주셨다. 그리고 이따 저녁식사 때 다시 만나기로 인사를 드린 후, 우리는 시간이 조금 남아 쇼핑센터를 돌아봤다. 아무리 봐도 한국의 쇼핑몰과 큰 차이가 없는 그런 쇼핑센터였는데, 이 안에 교육부가 있다니……. 들어가기 전까지는 잘 실감이 안 났다. 20분 정도 후 오늘 통역을 담당해주실 하선형 통역사님을 만나 함께 교육부 입구로 향했다. Dr. Schnack(이하 슈낙 박사님)과 약속이 되어 있다고 하니, 경비하시는 분이 바로 문을 열어주셨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뿐인데, 바로 앞 문밖과는 전혀 다른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오늘 우리와 인터뷰를 해주신 슈낙 박사님은 함부르크 주교육부에서 유럽, 국제 분야를 담당하는 분이셨다. 슈낙 박사님은 각 주가 교육, 문화 등에 대한 자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시며, 독일의 전반적인 교육 시스템과 함부르크주의 교육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독일 내에서 지역이 다른 두 교육기관을 방문하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독일의 주별 교육 특징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인터뷰를 하며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언급된 것은 독일의 교육은 통일된 중앙 시스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별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었다. 대학교 때 교육행정학 시간에 ‘교육 자치’에 대해 공부를 했었고, 우리나라 역시 학교 현장에서도 점점 시도교육청 및 학교의 실정에 맞는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는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연방국가인 독일이나 스위스의 경우 정말 지역별로 확연히 큰 차이가 있었다. 특히 주별로 학제까지도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Baden-Württemberg) 학제]   

           

[함부르크주(Hamburg) 학제]


  두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보면,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경우 4년의 초등학교 과정을 이수한 후 중등 교육과정이 Hauptschule(직업학교), Realschule(실업학교), Gemeinschafts-schule(종합학교), Gymnasium(인문계고등학교) 이렇게 4개로 나누어지는 반면, 함부르크주의 경우 Stadtteilschule(종합지역학교)와 Gymnasium(인문계고등학교) 이렇게 두 종류의 학교가 운영되고 있었다. 또한 바덴-뷔르템베르크주는 7학년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의무로 하는 등 정보, 코딩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 같았고, 함부르크주는 이민자가 많은 지역 특성에 맞게 다양한 언어교육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한 나라 안에서도 주별로 지역적 특징에 맞게 학교 제도 및 교육 정책이 운영되어 자율성 및 다양성이 보장되는 모습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또한 슈낙 박사님은 함부르크주의 경우 과목선택제가 도입된 지 약 10년 정도 돼서 이제 어느 정도 잘 정착이 됐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요즘 우리나라 교육의 화두인 ‘고교학점제’, ‘선택교육과정’이 생각나며 기회가 된다면 ‘개별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교학점제나 선택교육과정 등 학교, 학생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들이 지향하는 취지는 좋으나 막상 현장에서 운영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있는 게 사실인데(지금 근무하는 학교는 비교적 다양한 선택 과목을 개설하는 편인데, 선택지가 많다 보니 좋아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자신만의 개별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도 의외로 제법 많았다. 학교, 학생 선택의 자율성이 보장될수록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적인 과목선택 상담이 필요하나, 아직까지는 교사, 학생 모두 이러한 상담 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학생 선택에 따라 시간표 작성, 학급 편성, 교원 수급 등도 불안정적으로 변화하기에 안정적인 학사 운영을 위해서는 매년 많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보다 조금 더 먼저 이 과정을 겪은 현장의 소리를 좀 더 자세히 들으면 많은 운영 팁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후속 인터뷰 내용 보완 예정) 


  나아가 슈낙 박사님께 지금은 주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는 Abitur(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시험이라 보면 될 것 같다.)를 공정성 확보를 위해 통일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 나라 교육이든 자율성과 공정성 사이에서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 싶어 동질감이 들기도 했다.

     

함부르크주의 다양한 언어교육유아교육부터 중등학교 외국어교육난민교육까지


  함부르크주는 브레멘(Bremen), 베를린(Berlin)과 함께 ‘주’이면서 동시에 ‘특별자치시’의 지위를 지닌 곳이다. 국어교육을 전공한 우리는 다양한 설명 중 역시 이민자가 많은 대도시인 함부르크에서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언어교육’에 관심이 갔다. 


  스위스와 달리 독일은 기본적으로 유아교육과정이 의무가 아니었지만, 함부르크의 경우 4~5세 학생들이 독일어 시험을 본 후 통과하지 못하면 초등학교 입학 전 1년 동안 의무적으로 독일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초등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기초 단계부터 모국어교육에 힘쓰는 그들의 노력이 느껴졌다. 초등학교에서는 1학년 때부터 일주일에 2회 정도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고(초등학교 과정의 필수 기초 과목에 ‘독일어(German), 수학(Mathematics), 지방사(Local History), 지리(Geography), 과학(Science)’이 들어가 있었고, ‘영어(English)’는 필수이기는 하나 기초 과목에는 들어가 있지 않고 별도로 분류되어 있었다.), 중등학교에서는 독일어, 수학과 함께 영어가 필수 과목에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할 때 적어도 2개의 언어가 필요하기 때문에, 김나지움에서는 7학년 때부터 제2외국어를 의무로 두고 있었다. 


  개설된 제2외국어로는 ‘프랑스어, 라틴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중국어’가 있었는데, 우리는 이중 고어(古語)인 ‘라틴어’에 눈길이 갔다. 현대에는 가톨릭 등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더이상 실생활에서 라틴어를 사용하지 않는데, 과연 학생들이 이런 라틴어를 선택할지가 궁금했다. 슈낙 박사님은 철학, 종교, 역사, 의학 등 대학에서 일부 전공은 라틴어를 필수 과목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학생들이 라틴어를 기피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답해주셨다. 덧붙여 이민자 등의 영향으로 요즘은 스페인어가 뜨고 있다는 말씀도 같이 해주셨다. 설명 자료를 보니 8학년부터는 제3외국어로 ‘아랍어, 폴란드어, 터키어’ 등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외국어를 배우는 데 관심이 많은 나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이렇게 다양한 언어를 접할 수 있다면, 언어 전반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더 넓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이색적으로 다가온 것은 함부르크에 들어온 ‘난민’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이와 문해력에 따라 학생들을 분류하여 각각에 맞는 교육을 제공해 아이들의 학습 결손을 최소화하려는 함부르크주의 교육적 정책이 돋보였다. 우리나라도 이제 더이상 ‘난민문제’를 외면할 수만은 없는데,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측면에서 상황을 분석하여 세심하게 정책을 준비할 필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함부르크 총영사관 영사님들과의 저녁 식사그들은 우리에게 타지에서 만난 식구(食口)였다.



  우리가 이번 여행을 하며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 정말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꼭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은 분들이 바로 ‘함부르크 총영사관’ 영사님들이시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함부르크 주교육부 슈낙 박사님과 인터뷰가 가능했던 것은 함부르크 총영사관에서 우리의 인터뷰 계획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시고 섭외부터 이동까지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신 덕분이었다.


  영사님들의 응원에 힘입어 인터뷰를 잘 끝낸 후 김학성 부총영사님의 저녁 식사 초대 시간까지 잠시 시간이 남아 함부르크 엘베 필하모니(Elbphilharmonie) 근처를 돌아봤다. 사실 함부르크는 인터뷰 후 당일 바로 베를린으로 넘어가야 하는 일정이어서 자유여행 준비를 거의 하지 못했었는데, 공관 차로 이동할 때 부총영사님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자유 한자도시 함부르크- 그 자랑스러운 이름’이라는 책자를 받았다. 함부르크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해도 될 만큼 알차고 재미있는 책자였다. 특히 ‘함부르크 자랑’이라는 부분에서 ‘독일 Autobahn을 주행하는 운전자들이 함부르크 안내 표지판을 보면 갑자기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충격을 느낀다는 환상적인 도시’, ‘휴가를 떠난 함부르크 시민이 하루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빨리 보고 싶어 한다는 꿈의 도시’, ‘한국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도시’와 같은 설명을 보며 부총영사님의 함부르크에 대한 애정을 담뿍 느낄 수 있었다. 책자를 보며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지만, 시간의 한계로 함부르크의 문화도시로서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최근에 지어진 아름다운 콘서트홀 ‘엘베필하모니’를 둘러봤다. 건물 자체도 멋있었고, 콘서트홀 안에서 바라보는 항구지역의 모습에서 도시의 역동성이 느껴졌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어떤 여행책보다도 훌륭한 이 책자를 들고 함부르크 곳곳을 여유 있게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부총영사님과 만나기로 약속한 저녁 식사 자리로 이동했다.


  함부르크 시청 근처 ‘Brauhaus Joh. Albrecht’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인터뷰 섭외와 이동을 도와주신 것만으로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했는데, 부총영사님의 저녁식사 초대라니……. 함부르크 주교육부가 우리의 마지막 공식 인터뷰 일정이었는데, 그 끝을 영사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 더 뜻깊었다. 그리고 저물어 가는 밤, 맛있는 음식과 가벼운 맥주를 함께 하며 두런두런 나눈 이야기들은 마음속에 큰 울림을 주었다. 


  특히 독일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며 부총영사님께서 우리에게 당부하신 독일어 ‘Teilnahme(참여)’와 관련된 이야기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독일에서는 일상에서 사소한 부분에서도 ‘능동적인(active)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시며, 하다못해 독일어에서 ‘운전자’라는 단어도 ‘Verkehrs•teilnehmer(교통 참여자)’라는 표현을 쓴다고 하셨다. 이는 수업도 마찬가지여서 가만히 있으면 점수를 받지 못하고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이러한 적극성, 능동성이 다소 부족한 것 같다고 아쉬워하시며 현장에서 이러한 것들을 개선할 것을 당부하셨다. 나도 늘 느끼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우리나라 학생들의 교실에서의 적극적 참여는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초등학교 때 너도 나도 손을 들던 학생들이 중, 고등학교에 올라가며 점점 무기력하게 변화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자신과 삶에 대한 좌절감이 켜켜이 쌓이며 학생들이 ‘학습된 무기력’의 무한굴레에 빠지는 것은 정말 큰 문제이다. 작지만 당장 내 수업에서부터 아이들이 자신감을 회복하여 적극적으로 무언가 해보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변화를 꾀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독일의 사회(gesellschaft), 문화고권(Kulturhoheit), 연방국가(Bundesstaat)로서의 특징부터 우리가 전날 들렀었던 바이마르의 괴테(Goethe)와 같은 문인들과 관련된 이야기까지 일상과 전문적인 영역을 넘나드는 양질의 수준 높은 대화는 그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살아 있는 배움이었다. 마치 지성인들이 모여 철학, 정치, 사회, 문학 등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리에 우리가 초대받은 느낌이 들어 이렇게 함부르크를 떠나야 하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함부르크 총영사관에 잠시 들러 인사를 드린 후, 우리는 베를린행 마지막 열차를 타러 함부르크 중앙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그런데 이렇게 함부르크를 떠나는 게 정말 아쉬웠던 걸까? 두세 정거장 정도를 지나온 것 같은데,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휴대폰이 없었다. 오잉? 그럴 리가 없는데. 이상한 마음에 가방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휴대폰은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본 게 어디였지? 생각을 더듬다 보니 생각의 끝이 멈춘 곳은 다름 아닌 총영사관 건물 화장실이었다. 확실치는 않았지만 화장실에 들어가기 전 세면대 옆에 휴대폰을 올려놓았었는데, 손을 씻고 그냥 나온 것 같았다. 베를린행 열차를 타기까지 시간이 많지 않았고, 사실 휴대폰이 화장실에 있는지도 확신할 수는 없었다. 늦은 시간에 너무 죄송했지만 아까 주신 명함을 보며 영사님들께 전화를 드렸다. 한 번에 연결은 안 됐지만 곧 김중근 영사님께서 전화를 받으셨다. 이 시간에 영사관으로 전화가 걸려오는 게 왠지 다급한 일인 것 같아서 받으셨다고 친절히 말씀하시며 화장실에 가서 휴대폰이 있는지 확인을 해주신다고 했다. 다행히도 휴대폰은 있었고, 총영사관 근처 우리가 아까 출발했던 지하철역으로 휴대폰을 직접 가져다주신다는 말씀에 정말 죄송해서 드릴 말씀이 없었다. 


  우리는 다시 지하철을 타고 돌아갔다. 그런데 세상에나 우리가 역 밖으로 올라가서 시간을 지체하면 베를린행 막차를 놓칠까봐 지하철역 플랫폼까지 직접 내려오셔서 내 휴대폰을 들고 초조한 얼굴로 우리가 지하철에서 내리기를 기다리시는 영사님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를 보시자마자 얼른 내 손에 휴대폰을 건네주시며 바로 들어오는 반대편 지하철을 타면 열차 놓치지 않을 거라고 조심해서 가라고 손짓을 하시는데, 정말 마치 가족이 진심을 담아 나를 챙겨주는 느낌이 들어 눈물이 핑 돌았다. 이번 여행에서 여러모로 느꼈지만 다시금 이런 영사관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게 정말 든든하고 자랑스러웠다. 이런 민폐가 아니더라도 감사드릴 일이 넘치고 또 넘쳤는데, 꼭 좋은 책을 써서 다시 찾아뵈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나도 내가 있는 자리에서 누군가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작든 크든 진심을 다해 마음을 베풀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비록 한 끼였지만 정말 많은 것을 나눈, 타지에서 만난 식구 같은 영사관님들 덕분에 우리는 베를린행 마지막 열차에 무사히 탑승을 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                  

                 

교육이란 ★이다!


  함부르크 주교육부에서는 시간상의 관계로 마지막 질문을 드리지 못해, ZSL의 안야가 내린 ‘핵심어 한 줄 정의’로 이 장을 마치려 한다. 안야는


‘교육은 미래다.’


라는 간명하지만 멋진 정의를 내렸다. 그리고 교육은 ‘내가 내 삶에서 하고 싶은 모든 것에 대한 전제 조건이자, 스스로가 기회를 찾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렇다. 교육은 개인의 미래이자, 사회의 미래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미래를 키워내는 교사이다. 교사는 직접적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곧 우리의 미래이기에, 우리는 오늘도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조금씩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미약하게나마 기여하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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