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천사

4.

by 이연

그 사건 이후로 나는 직장을 나가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집에서만 틀어박혀있었다. 일을 할 때에도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온통 지훈 오빠와 채린이로 가득해 나를 괴롭혔으니깐. 지금 나만의 작은 원룸은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끔찍한 고요함만이 돌 뿐이었고, 그 누구도 나를 찾지 않아 괴로움에 미쳐가는 나를 구원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자 나는 더욱 더 미쳐갔다. 이렇게 외롭고, 하루하루 사는 것이 고통스러운데 더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느리게 가자 나는 나 자신을 괴롭혔다. 무기력하게 새벽까지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며 피곤해서 기절할 때까지 SNS를 보았고,하루 만에 드라마를 몰아보며 아무생각 없이 낄낄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그렇게 여러 번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휴대폰을 끌 때면 허탈감이 밀려오기를 반복했다. 며칠을 그렇게 나 자신을 괴롭히며 보냈고, 나는 나 자신을 잃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배가 미친듯이 고플 때까지 식사를 미루다 집 안에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냉장고를 보고 대충 때워야겠다 싶어 집 앞 편의점으로 나섰다.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과 라면을 사서 먹으면서도 목이 막히고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도저히 못 먹겠다 싶어 음식을 버리고 오랜만에 쐬는 맑은 저녁 공기에 하늘을 바라보다 저 멀리 평소 다니던 교회가 번쩍거리며 보였다. 그러고 보니 그 일이 있고 나서 교회를 간 적이 없구나. 내가 진심으로 신앙심도 없는데 외롭다는 이유로 남자친구와 친구를 끌고다녀 벌 받는걸까, 나는 피식하고 너털웃음을 보였다. 나는 고민하다 집에 가 봤자 괴로울 뿐, 교회라도 잠깐 들러야겠다 싶어 발걸음을 옮겼다. 나 혼자서 교회를 간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자리에 조용히 앉아 이곳 저곳에서 기도문을 외는 사람들을 하나 하나씩 훑어보았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이곳에 있는 것일까? 정말 신이 존재한다면 나의 마음을 괴롭히는 한 때는 소중한 친구였던 채린이와 남자친구를 벌해줄 것이다, 그게 맞는 것이고 그렇지 않는다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 망할 둘을 생각하자면 치가 떨렸다. 그들을 다시금 떠올리자 나는 온몸이 부들거리고 후끈해지기 시작하였다. 나의 눈은 이글이글 붉게 타올랐다. 그들을 가만두고 싶지 않다.

"죽여버려! 그 두 년 놈들을 죽여버려! 부정을 저질렀으면 벌을 받아야 해. 사지를 찢고 온몸을 불태워야 해!"

소름 끼치도록 낮고 깊은 목소리의 전율이 나의 귓구녕에 정타 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죽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니, 나는 이제껏 살면서 누군가를 헤쳐보겠다는 무시무시한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는 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누가말한 거지. 하지만 내 주변으로는 그 누구도 앉아있지 않았다. 사람들은 조용히 기도문을 외우고 있었고, 그 누구도 내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입술이 바짝 타기 시작했다.

"죽여버려! 찢어 죽여버려! 그 둘을 찾아내 죽여버려야 해!"

멈춘 줄 알았던 그 무시무시한 음성은 사방에서 나를 향해 소리를 질러대었다. 온갖 나라의 말과 귀가 찢어지도록 악 쓰는 고함소리, 높고 낮은 목소리와 큰 소리로 벽과 바닥을 치는 손바닥 소리의 전율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나는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느낄새도 없이 오싹함을 느꼈다. 그만해, 나한테 그만해. 하지만 그 소름 끼치는 목소리는 나를 향해 쏘아붙였고, 그 목소리는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눈을 꼭 감고 두 귀를 막았다. 막은 두 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목소리는 나의 두 손을 넘어 내 머릿속 깊이 침투하여 괴롭히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내 목을 조르듯 숨은 잘 쉬어지지 않기 시작했다. 나는 온 몸에 식은땀이 흘렀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주변을 보았지만 그 누구도 나를 바라보고 있지않았다. '도와줘, 그 누구라도 도와주세요.' 나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어떻게든 내어보려 했고 주변을 더듬거리며 만졌다. 툭 하고 무언가가 만져졌는데, 그것은 성경책이었다. 옆에 펼쳐져 있던 성경책은 나를 희롱 하듯 종이가 펄럭거리고 있었고, 그 펄럭거리는 종이에서는 황금색 빛을 띠고 있는 글자들이 보였다.

‘나는 어둠 속에 갇힌 영혼들에게 빛을 비추는 자다. 신은 내게 이 사명을 주셨다.‘

나는 눈을 찡그려보았다가 다시 크게 떠 보았다. 나의 눈은 파르르 떨렸다.

'주님의 빛이 네 안에 가득 차올라, 광휘의 모습을 하고 있다. 네가 거룩한 빛을 받아 죄지은 자들을 심판하리라. 이건 네가 선택받은 증거다.’

‘신의 빛이 내 위에 비치시며 나의 속으로 스며들었다.‘

글씨를 밝게 빛내던 황금색 빛은 이내 흔적도 없이 빠르게 모습을 감추었다. 당혹스러우면서도 놀란 나의 가슴을 감추지 못하고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다 못해 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이내 턱 하고 막혔던 숨이 다시 쉬어졌고, 나의 온몸은 축축하게 땀으로 젖어있었다. 스산한 기운과 오싹함에 나는 그 자리를 재빨리 떠나 밖으로 뛰쳐나갔고, 동시에 나를 괴롭히던 무시무시한 목소리는 점차 바람과 함께 희미해지다 사라졌다. 나는 그대로 집으로 도망치듯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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