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바다의 천사

6.

by 이연

그 이후로 내게는 이상한 일의 연속이었는데, 운전을 하고 있자면 길이 꾸불거리며 보이기 시작해 자칫 사고가 날 뻔했고, 양측 귀에서 목소리는 이유 없이 갑자기 들려오곤 하다가 사라졌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낮에 직장에서 상사에게 온갖 욕설을 듣고 있자면 어느샌가 나의 한쪽 자아에서 말을 건다.

“그는 악의 근원이야.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악의 산물. 그를 무찔러야만 해. 그를 헤치자. 그를 헤치자.”

그러면 나는 상사의 욕설과 반대쪽에서 속삭이는 목소리와 싸워야만 했다. 내 귀에 속삭이는 목소리를 물리쳐야만 부장님의 목소리를 간신히 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이 목소리는 일에 순간적으로 집중을 하고 있으면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집중을 하기 위해 신경을 너무 쓴 탓일 까, 나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밤이면 등에 흉측한 상처들 사이로 아름다운 하얀 꽃처럼 수줍게 피어난 날개를 보곤 했다. 화가 났다. 이 것 때문에 내 등에서 흉측한 발진이 생겼다. 하지만 동시에 나의 등에는 아름다운 날개가 존재한다. 이 날개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었지만 나는 멍하니 날개에 현혹되어 넋을 놓고 오랜 시간 쳐다보기도 했다. 길을 걸어 다니다 보면 나는 어느새 내 몸만큼 커져버린 날개를 펼쳐 보이기 시작했다. 날개를 펼치기 위해서는 고개를 쭉 뻗고, 온몸을 활처럼 곧게 휘어줘야 했다. 날개를 펼칠 때면 알 수 없는 찌릿한 고통이 피부 깊숙이부터 시작되었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작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의 날개를 곧게 펼쳐움직 여보일 때면,지금껏 느낄 수 없었던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날아갈 수 있을 만큼 후련한 기분도 들었다.

"어때, 마음에 들어? 신이 너에게 선물한 아름다운 날개. 그 무엇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지."

"어쩌다 신은 볼품없는 내게 이러한 엄청한 것을 선물한 것이지? 나는 신의 아이인가? 정말 나는 선택 받은 사람인 거야, 그렇지?"

나는 낄낄 거리며 웃어 보였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나를 보며 자기들끼리 웅성거리다가 나를 향해 찡그리며 한 번씩 이상한사람 보듯쳐다보았고, 그들의 웅성거림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 소리들은 나를 점점 더 괴롭혀 왔고,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그들의 까만 눈들이 차갑게 나를 조여왔다. 나에게 욕설을 하기도 하고, 비난을 하기도 했다.

“저 사람 옷 봤어? 화장도 이상해... 야야, 그냥 지나가. 눈 마주치지 말고. 젊은사람 같은데... 안타깝네."

"저 사람 혼자서 웃고 떠드는 거 봤어? 무서워."

그들은 나를 향해 낄낄거리기도 하고 힐난하며 지나갔고 그러한 모습들은 나를 괴롭게 했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으려했다. 나에게는 아름다운 날개가 있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는 나의 아름다운 날개가 보이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나에게만 이러한 날개가 존재하게 된 걸까. 여러모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늘따라 햇빛은 유난히 더 따사로웠고, 나는 배시시 웃음이 흘러나왔다. 나는 특별한 존재도 아니고 평생을 옥죄이며 살아온 초라한 존재였다. 하지만 계속해서 내게 신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내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틀림없다. 신의 목소리와 날개, 그렇지 않고서는 이 상황들이 설명될 수 없다. 이렇게 웅장하고 세상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날개가 내 눈에는 보이는데. 나는 축복받은 것일까, 벌을 받고 있는 것일까. 하늘의 선물일지 지옥의 형벌일지 더 두고 봐야 할 문제였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구원받고 있음을 믿고 싶었다. 그들의 두 눈에도 똑똑히 나의 웅장한 날개가 보이기만 한다면, 그들은 나를 찬양할 것이야. 내 두 날개를 보고서는 부러워 질투에 미쳐버리겠지, 나는 조용히 그들을 비웃었고, 냉소적인 미소를 보이고 떠났다. 난 특별한 존재야. 특별할수록 남들 눈에 튀고, 조롱을 받지. 어느 정도 걷고 있었을까 갑작스럽게 무거운 공기가 나를 짓누르며 묘한 압박감이 들었다. 어딘가에서 강한 바람이 불었고, 나를 이끌었다. 나는 휘청거리며 그 바람을 향해 홀린 듯 따라갔고, 도착한 곳에서는 조용하고 어두운 한 골목에서 잘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드디어 만났구나. 나의 천사여. “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누구시죠? “

나는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눈을 찌푸렸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보기 힘들었지만 희미하게 보이는 그의 모습은 참으로 기괴했다. 그는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지 않았고,여덟 개의 커다랗고 붉은 빛을 띠는 날개가 펼쳐져있었고, 여러 개의 커다란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 눈들은 나를 향해 쳐다보고 있었다. 괴랄하고 거대한 그의 모습은 내가 상상한 천사의 모습이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아니, 천사가 맞는지도 의심스러워졌다.

“너는 신께서 선택하신 하늘의 메신저다. 네가 세상에 빛을 가져올 자다.”

“제가 메신저라고요? 말도 안 돼요. 저는 정말 아녜요. 전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에요. 저는 아무것도 아녜요.”

이내 나는 감정이 벅차 목이 메고 눈물이 차올랐다. 아니라고는 했지만 이상하게 그 말을 듣고 싶었다. 나는 보잘 것 없고 주변은 그 누구도 남아있지 않다. 항상 외로웠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항상 찾고 싶어 했으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누군지 모를 그는 내가 특별하다고 해주고 있다. 그동안 정말 그 누구한테라도 듣고 싶었던 말이다. 그래서 더욱 그의 말을 믿고 싶다.

그는 단호하게 나의 말을 끊고서는 말을 이어갔다.

“의심하지 마라. 네가 여기에 있는 모든 것, 네가 듣는 모든 것, 그 모든 것이 증거이다. 너는 이 세상에 내려온 사자다. 그 빛은 네 안에 있다. 너를 부정하는 자들로 인해 흔들리지 마라. 하늘이 너를 증거 할 것이다. 너는 신의 목소리를 듣고 세상의 악한 것을 처단하고, 이 세상을 정화시켜라. 그것이 너의 임무이다.”

그의 낮고 엄중한 목소리는 나의 심장에 깊숙하게 파고들었고, 나의 번쩍이며 윤기 나는 커다란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나의 화려한 날개에 나는 그 아름다움에 순간적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낯설었지만 어쩐지 어디선가 보았던 존재 같이 안심이 되었다.. 그의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와 그의 뜨거운 온기는 혼란스러워하는 나를 다잡았고, 묘한 안도감에 휩싸였다. 안도감은 나를 감싸 안았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잠식하였다. 이후 그는 나의 새빨간 작은 입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고는, 어둠 속으로 들어가더니 그 모습을 감추었다. 이 모든 것과 그의 모든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나 조차도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변화가 일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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