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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무기 Oct 19. 2021

INTRO

들어가면서

스케이트 보드는 크게 스포츠의 영역과 문화적 영역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한국에서는 70년대부터 유학생들에 의해 스케이트 보드가 도입, 소개되었으며, 이후 80년대에서부터 스포츠 영역에서는 안전, 공간의 필요, 교육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문화적 영역에서는 패션 상업적 영역에서 다루어졌다. 90년대 00년대에 이르러 스포츠 영역은 대회와 전용 파크(park)를 조성하며 한차례 붐이 일어났으나, 10년대에 이르러 관심이 저하되며, 많은 파크가 실용성이 대두되고, 일반 공원 사용자와 대립하며, 없어지거나 방치되었다. 이것은 한국의 스포츠 영역에서의 보드 문화를 이용한 이벤트적 요소를 강조한 점에 이유를 둔다. 90 - 00년대의 한국의 스포츠 영역으로의 스케이트 보드 문화는 도심의 이미지를 위한 이벤트적 성격으로 대회, 파크를 유치했으나, 이러한 체계적이지 못한 유치는 지역 선택에 의해 소멸, 생성되는 경우가 많았고, 공원 이용자의 행위 간의 대립, 안전, 소음, 문화 현상 감소에 따른 전용공간의 쓸모에 대한 의문점 등의 문제로 침체기를 걷게 된다.


그러나 문화적 영역으로의 스케이트 보드 문화는 90 – 00 - 10년대에 이르기까지 라이프 스타일로서의, 패션 문화로서의 영역을 구성하며, 공적, 제도적 영역에서 벗어나 소수가 만들어가는 언더 문화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1999년 보드 인파를 통한 고양시 호수 공원에 파크를 유치하게 만들었던 경험, 상징적인 보드 스팟인 중구의 컬트를 주차장 조성에서 지켜낸 경험 등을 통해서 이를 알 수 있다. 실제로 80년대부터 이러한 개개인이 만들던 스팟이 증가한 시점에서부터, 이것의 상업적 부분을 캐치하여 이벤트성 파크가 증가하고, 사라지는 과정에서도, 10년대까지 소수가 만들어낸 공간으로의 파크와 스팟은 그 맥을 유지해왔다. 이러한 문화적 영역의 보드 문화가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애착과 개성이라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남이 만들어준 공간이 아닌 내가 만든 공간, 나와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만의 공간이 만들어내는 유대가 이것의 맥을 유지할 힘을 생성한다. 이것은 유스 컬처, 서브 컬처의 특징이기도 하며, 보드의 매력이 되기도 한다.


제도나, 공식에 기대지 않고, 그들을 공간을 창출한다. 롱보드를 타는 롱보더들은 한강의 평평한 공원을 그들만의 트랙으로 이용하며, 작고, 간편한 크루져 보드는, 도심 속 도로를 가변적으로 그들의 트랙으로 바꾸어 보드를 즐긴다. 가장 보편적으로 우리가 아는 스케이트 보드인 스탠더드 스케이트보드는, 길거리의 페트병을 가지고 트릭을 연습하며, 도심 속, 혹은 공원 속의 계단을 뛰어내리며, 원 목적으로의 공간을 자신만의 스팟으로 구성한다. 이렇듯 제도적, 전문적 공간에 기대지 않고 스케이트보드 문화는 자신만의 공간을 만든다. 원 목적으로의 공간을 배제하고 자신의 배치에 두며, 보드를 위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스케이트보드의 매력이자, 스팟이 유지되어 올 수 있었던 요소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침체기를 보이며, 현재의 보드문화 대중에게 전혀 가시적이지 않은 위치에 놓여 있다. 실제로 2013년도 6개 이상이던 대표적인 홍대의 보드샵은 2019년, 호미스비 보드 샵이 이전을 위해 문을 닫으며 1개의 보드샵 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2013년 가을, 예고 입시를 준비하기 위해, 중학생이던 내가 인천에서 홍대로 올라왔던 기억이 난다. 수많은 사람들과, 그만큼이나 많은 클럽과 술집, 그것과 어우러지는 그래피티들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있던, 홍대입구역 근처의 어린이 공원에서 싸이퍼를 하는 사람들과,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스케이터들은, 입시에 정신이 없던 나에게 그 시기의 홍대의 이미지로 자리 잡았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입시를 거쳐 대학생이 되면서, 점차 그 어린이 공원을 찾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고, 어느 순간, 공사를 이루어진 뒤, 그 공간에서 싸이퍼 문화는 사라져 버렸다. 2019년 현재에는 스케이터조차 보기 힘들었다.


거의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온 다른 몇몇의 유스 문화와 서브 문화에 비해 결을 같이 해온 보드 문화는 거의 보이지 않는 아이러니를 가진다. 이러한 보드 문화의 형성과 진행과정에서의 비가시적인 면모를 단순히 도태로 보지 않고, 그들만의 공간을 형성하고, 자신의 스팟을 만들어오던, 홍대의 스케이터(skater)이 가진 공간에 대한 서사를 통해 재조명해보고자 한다.


이어지는 글들은 


이를 추적하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주관적 진술로 이루어진 기록임을 밝힌다.


초반의 설명적인 글을 읽기 힘들다면, 인터뷰를 먼저 읽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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