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의 교사, 하나의 교실

함께 걷는 교실

by 다움

아침 8시 30분, 아이들이 등원하기 전 교실은 잠시 고요하다.

나는 일반아동 담임인 지혜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민호가 미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을까요?”

“소윤이는 아침 인사 잘할 거예요. 어제도 웃었거든요.” 짧은 대화지만, 우리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함께 떠올리며 교실을 준비한다.


지혜 선생님은 환한 목소리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나는 조용히 장애 아동들을 살핀다.

자폐를 앓는 수혁이는 블록을 반복해서 쌓고 있었고, 언어 지연이 있는 세진이는 말없이 나를 바라본다.

통합학급에는 일반아동 15명, 특수교육 대상 아동 3명이 있다.

나는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교사이고, 지혜 선생님은 학급 전체를 이끄는 담임이다. 우리는 각자 역할은 다르지만, 같은 교실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간다.


동화 활동 시간, 수혁이가 소리 자극에 예민해 귀를 막자 나는 곁에 앉아 시각 자료로 도왔다.

수업이 끝난 뒤 지혜 선생님은 “오늘 수혁이가 처음으로 자리를 이탈하지 않았어요. 덕분이에요.”라고 말했다. 그 순간 뿌듯함이 느껴져 뭉클해졌다.

물론 갈등도 있었다. 활동 준비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리거나,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놓고 마음이 다친 날도 있었다.

특히 학부모 상담 주간에는 예민한 질문들도 마주했다.

“우리 아이가 방해받는 건 아닌지…”라는 말에 지혜 선생님은 “내가 뭘 잘못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라며 조용히 속마음을 꺼냈다.

나도 무력감을 느꼈지만, 그날 저녁 우리는 통합교육의 의미와 긍정적인 사례들을 담은 학부모 설명 자료를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함께 걷는 방식을 배워갔다.

지혜 선생님은 장애 아동의 특성을 이해하려 애썼고, 나는 일반아동과 어울릴 수 있는 활동을 계획하며 수업에 함께 섰다.

말이 느린 다윤이가 친구에게 “같이 놀래?” 하고 말하던 순간, 우리는 모두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뿐 아니라 교사도 함께 배우고 있었다.

교실은 언제나 어설프고 예측할 수 없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받아들이고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오늘도 우리는 같은 교실에서 서로 다른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한 사람은 전체를, 또 한 사람은 개별 아이들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본다.

다른 역할이지만 같은 방향을 향해 걷는다.

통합교육은 여전히 낯설고, 때로는 버겁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작고 단단한 변화들이 자라고 있다.

이 교실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 우리가 함께 만드는 그 이야기 속에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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