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에서 긴급구조를 위해 귀하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하였습니다.’
‘119에서 긴급구조를 위해 귀하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하였습니다.’
‘119에서 긴급구조를 위해 귀하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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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면서 119에 전화를 이렇게도 많이 할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119란 화재가 나거나 응급 상황이 생겼을 때 전화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 말이다. 아기가 아프면 온 집안이 비상이다. 아이가 어릴수록 더욱이 그렇고 부모가 육아 초보일 때는 초비상이 된다. 낮에는 병원이 있어서 근처 소아과에 방문해 진료를 받으면 되지만 밤이 되면 말이 다르다. 분명 낮에는 괜찮았는데 아이들은 밤이 되면 꼭 더 아프다. 밤에는 갈 수 있는 병원도 한정되어 있고 늦은 새벽에는 응급실에 갈 수 밖에 없다. 이때 부모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것이 119의 24시 의료 상담 서비스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계절을 뽑자면 겨울도 상위권이다. 날씨가 추울 땐 살 떨리듯 추워서 싫을 때도 있지만 옷으로 꽁꽁 싸매고 핫팩 하나면 해결이다.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일 때면 괜히 덩달아 기분이 들뜬다. 펑펑 내리는 눈을 보며 커피와 함께 책을 읽는 것도 행복한 순간 중 하나다. 이때 커피는 역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야 한다. 얼죽아.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답이기 때문이다. 종종 눈을 뭉쳐 아내에게 던지는 것도 재밌다. 하지만 아기가 태어나고부터는 겨울은 걱정의 계절이다. 특히 겨울에는 감기, 독감, 노로바이러스 등 각종 질병이 도사리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단체 생활을 하면 아이들은 더 많이 아프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에 아기가 태어났다. 그냥 아플 일도 많은데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바이러스가 창궐하니 불안감은 높았다. 어느 날 업무 중에 갑작스레 오한이 왔다. 겨울에 감기를 달고 살던 터라 코로나라 생각을 못 했다. 그러다 갤럭시 워치 기능 중 스트레스 지수를 파악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냥 한 번 눌렀는데 결과는 최고치였다. 같은 시각 아기를 봐주던 엄마에게도 연락을 받았다. 온몸이 뜨끈뜨끈하다는 것이다. 집으로 가서 아기를 데리고 병원으로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아기의 작은 콧구멍이 긴 면봉을 찔러 넣으니 울음을 터트렸다. 고통스러워했다. 마음이 찢어졌다. 결국 우리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뒤이어 아내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기가 열이 나면 무섭다. 어른들도 열이 나면 일상생활이 어렵지만 아이들은 생명까지 지장을 줄 수 있다. 아기는 기초체온이 높아 정상 온도는 36.7도에서 37.1도까지이다. 그랬던 아기의 체온이 38도, 39도까지 올라가기 시작하면 확연한 움직임에 차이가 보인다. 38도에서 39도로 올라가면 칭얼거림이 심해지고 엄마에게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열이 날 때 무서운 것은 밤이다.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확 내려가지 않는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옆을 지키는 것뿐이다.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내려가지 않을 때 교차 복용 가능 시간까지만 버텨 주길 바랄 뿐이다. (*올바른 해열제 복용 방법은 한 종류를 4-5시간 간격으로 먹는 것이라 한다.) 고열 이틀 차 밤, 해열제를 먹었지만 열이 확 떨어지지 않아 밤새 아기 옆을 지켰다. 손에 체온계를 들고 10분 간격으로 온도 체크를 했다. 해열제가 효과를 보려면 1,2시간의 시간이 필요한 걸 알면서 자꾸 체온계를 놓지 못한다. 띡. 체온계가 빨간 화면으로 바뀌면서 39.7도가 나왔다. 황급히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를 요청했다. 그리고 자고 있는 윤이를 깨워 의식을 확인했다. 아빠를 힘없이 바라보던 눈이 초점을 잃으며 작은 체구가 떨리기 시작했다. 열경련이었다. 다시 구급대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고 응급 처지 방법을 안내 받았다. 열경련 시 억지로 아기 몸을 흔들거나 자리를 이동하면 안 되고 이름을 부르며 자연스럽게 멈추길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도 잠깐의 경련 후 뒤이어 구급대원 분들이 방문해주셨다. 그리고 급하게 짐을 싸 구급차에 탔다. 정말 다행히도 병원에 도착해서 온도 체크를 했는데 열이 많이 내려가 있었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해열제는 1-2시간이 흘러야 효과가 난다. 매번 알면서도 아이가 아프거나 열이 나면 똑같은 짓(?)을 반복하며 우왕좌왕 한다. 아이가 아플 때 의존할 그 누군가가 필요하다. 나에게는 119의 의료상담이 기나긴 밤의 한 줄기 빛이었다. 자주 전화해서 전후 사정을 말하지 않아도 알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매번 전화 할 때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주시는 상담사분들께 참으로 감사하다. 3살이 될 때까지 아기를 키우며 수 없이 다치고 아팠다. 하지만 아직도 열나는 것은 두렵다. 아기가 자다가 헛기침을 하거나, 찬바람을 많이 쐐 거나, 아무 이유 없이도 체온계를 가져와 온도를 잰다. 띡. 띡. 띡. 온도를 하도 많이 재서 아기가 반대로 묻기까지 한다.
“괜찮아? 37도야?”
“어, 괜찮아.”
요즘은 각종 sns에 연령별로 걸릴 수 있는 다양한 질병에 대한 정보들이 나와 있어서 미리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처음으로 열경련이 일어났을 때 미리 읽어보고 구급대원께 안내를 들어 차분히 대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아플 때를 대비한 상비약과 해열제, 열을 체크 할 수 있는 어플들도 설치해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아기가 아파 어쩔 줄 모르겠다면 무조건 119 의료상담에 통화를 걸어 묻는 것이 최고다. 아이 상태 파악과 부모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아이가 밤에 아플 때 119에 전화를 건다.
‘119에서 긴급구조를 위해 귀하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하였습니다.’
‘119에서 긴급구조를 위해 귀하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하였습니다.’
‘119에서 긴급구조를 위해 귀하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