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발 라디오 좀 듣자.”
총각 시절 조카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다 반복되는 동요에 지쳐 누나에게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이야기했다. 여행 내내 아기상어를 시작으로 곰 세 마리, 나비야 등 국민 동요와 아는 음에 요상한 가사를 입힌 동요가 셔플을 이루며 무제한 반복되고 있었다. 당시 5살이었던 조카는 삼촌의 마음도 모른 채 기분 따라 곡을 선택했고,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동요는 멈출 수 있었다. 하지만 여행지에 도착하면 끝날 것 같았던 동요 지옥(?)은 장소를 이동할 때는 기본이며, 숙소에서도 다양한 장난감에서 흘러나왔다. 이후에도 매형은 신곡 동요가 나올 때마다 USB에 담아 차에서 틀었고, 어느샌가 가족 모두가 따라 부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시간이 흘러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며 금방 알 수 있었다. ‘왜’ 차에서 동요를 트는지 ‘왜’ 한 곡을 반복해서 듣는지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K팝이 열풍 거세다. 그중 BTS가 대표적인데 올해는 미국 K팝 아티스트 100인 중 1위로 정국이 뽑혔다. 잇따라 K 동요까지 전 세계 아기들의 마음을 빼앗고 있다. ‘죄아피(JYP)’ ‘그뤠히(gray) 등 노래 첫음절에 나오는 작사가처럼 핑크퐁이 그 주인공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대부분의 동요 중 첫 시작은 ‘핑크퐁’으로 시작한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K 동요는 Baby Shark 아기 상어다. 핑크퐁 구독자만 1,110만 명, 아기상어 영상만 해도 117억 뷰란다. BTS도 못 깬 기록이라니 대단한 상어가 아닐 수 없다.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 때쯤 삼촌들이 아기상어 인형을 사 왔다. 하지만 아기 상어 인형을 보자마자 눈물을 빵 터트렸고, 당근 행 열차를 피할 수 없었다. 지금도 아이는 아기 상어 곡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지만, 핑크퐁 동요의 열렬한 팬이다.
요즘 가장 빠져 있는 곡 중 하나는 단연 <핑크퐁 곰 가족 송>이다. 차에 타자마자 가장 먼저 선곡한다.
우린 곰곰곰 곰 세 마리
행복한 곰곰곰 곰 가족
곰 세 마리 곰 세 마리 소풍을 가자
하하 호호 즐거운 소풍을 가자.
아빠 곰은 도시락
엄마 곰은 돗자리
아기곰은 모자 쓰고
소풍을 가자
핑크퐁 <곰 가족송> 중
하지만 더 좋아하는 것은 가사를 바꿔 부르는 것이다. 동요 속 곰 세 마리 가족은 목적지에 따라 각자 준비물을 챙긴다. 처음에는 소풍을 가는데 아빠 곰이 도시락을 챙긴다는 가사에 괜한 동질감도 느껴본다. 아무튼 아이는 동요를 듣다 가고 싶은 곳을 이야기 해주는데, 가사에 넣어 불러준다.
우린 곰곰곰 곰 세 마리
행복한 곰곰곰 곰 가족
곰 세 마리 곰 세 마리 카페에 가자
하하 호호 즐거운 카페에 가자.
아빠 곰은 아메리카노
엄마곰은 카페라테
아기곰은 소금빵 사러
카페에 가자
조금만 가사를 바꿨을 뿐인데 아이는 웃음이 터진다. 바로 다음 갈 곳을 말해주고 노래를 부르라며 재촉한다. 아이는 아빠가 멜론인 줄 아나 보다. 어느샌가 멜론 노래 목록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가 한가득하다. 그러다 우연히 내가 들었던 노래 중 마지막 곡을 보았다. 가장 최근 곡이 쇼미더머니 11(2022년 12월 30일에 종영된 힙합 경연 프로그램)의 던말릭의 <빡>이라니 정말 빡ㅊㅣㄴ… 아 맞다, 이거 육아 에세이지.
동요도 음식과 같이 일정 시기를 추억하게 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가 바뀌듯 아이도 시기마다 바뀐다. 우리 아이가 좋아했던 곡은 <멋쟁이 토마토>였다. 이 곡은 꼭 아빠가 불러줘야 좋아했다. 낮잠을 재울 때 다른 노래에는 잠이 들지 않았지만, 멋쟁이 토마토 한 곡이면 새근새근 잠들곤 했다. 조금씩 걷기 시작할 때, 폴짝폴짝 뛰기 시작할 때 크레용팝 <빠빠빠>를 좋아했다. 하루에 수십번도 더 듣고 제자리에서 뛰었다. 가끔 출퇴근할 때 육아하며 들었던 노래가 라디오에 나올 때면 반갑다. 그 순간들이 떠올라 괜히 미소 짓게 된다. 반대로 아이는 “아니, 아니! 다른 거”라고 말한다.
5살 조카는 5학년이 되었다. 이제는 핑크퐁 동요가 유치하다고 한다. 그래도 동요가 나오면 흥얼거리며 따라 부른다. 몸이 기억하나 보다. 우리집 3살 아이는 한참 동요를 흥얼거린다. 아빠가 듣고 싶은 곡을 말하면 작은 입에서 노래가 줄줄 나온다. 참 예쁘다. 이 순간을 오래도록 붙잡고 싶지만 언젠간 ‘유치해’라며 부르지 않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 멀지 않음을 느끼지만 오래도록 아이와 핑크퐁 동요를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