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ㅇ 어린이가 09:46 어린이집 현관에서 인식되었습니다.’
아이의 첫 어린이집 등원은 부모에게도 큰 이슈다. 엄마의 뱃속에서 10개월, 부모의 품에서 31개월을 보냈다. 가정마다의 사정이 있어 보육 시설을 선택하는 시기는 모두 다르다. 보통 부모와 아이가 36개월 동안 함께 해야 안정적인 애착 형성과 발달에 좋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36개월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보육시설에 맡겨야 하는 부모는 마음이 찢어진다. 정말 감사하게도 시간 조절이 가능한 학원을 운영하다 보니 돌봄에 큰 공백은 없었다. 그리고 아이가 커가면서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윤이 할머니였다. 우리 부부가 출근해야 할 때는 항상 오셔서 윤이를 돌봐주었다. 하지만 이사를 선택하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지금이 초유의 저출산 시대라 말하지만, 국공립 어린이집은 다자녀에 맞벌이여도 대기만 1년 이상이다. 당연히 아이가 하나인 우린 어림도 없었다. 이사 전 집 근처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어린이집을 찾기 시작했다. 보통은 <아이사랑 포털>에서 해당 어린이집에 대기 후 방문 상담을 받거나 순번을 기다린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부부는 전화 예약 후 방문을 했다. 대기도 없이 방문하는 경우도 드문 경우지만, 아빠 엄마가 함께 상담받는 모습에 칭찬받았다. 우리는 다행히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어린이집에 예약했고, 입소 순번이 되어 입학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3월 입학 일정에 맞춰 등원 시키기로 결정했다. 지금부터는 딸아이 31개월의 이야기이다.
일반적인 어린이집 적응 기간은 일주일로 둔다. 하루 이틀은 부모와 함께 공간에 머물며 낯선 환경에 적응한다. 이때도 우리 부부는 함께 참여 했다. 첫날이라 엄마와 아이들이 가득 공간을 채웠다. 아이가 긴장한 만큼 부모도 그랬다. 낯설었지만 오전 간식 한라봉을 두 그릇이나 먹어 치운 아이가 기특했다. 2일 차부터 부모들의 수가 확실히 줄었다. 이때도 우리 부부는 함께 어린이집 공간에 있었다. 아이들은 장난감보다 우리에게 관심을 더 보였고, 선생님과 함께 아이를 돌보다(?) 하원을 했다. 3일 차에 아이를 홀로 들여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아이는 어린이집이란 아빠, 엄마와 함께 가는 곳인 줄 알았었나 보다. 어린이집 현관에서 아이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선생님께서 아이를 안고 들어가셨다. 하나, 둘, 셋. 울음이 터졌고, 꽤 오랜 시간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린이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우리 부부도 함께 울었다. 눈물을 훔치고 있던 부모는 우리만이 아니었다. 결국 선생님께 전화가 왔고, 아이를 조금 이른 시간 데리러 갔다. 울음은 그친 상태지만 ‘나 울었어요’라는 표정으로 어린이집에서 나왔고, 근처 빵집에 가서 기분 전환을 도모했다.
갑작스러운 부모와의 작별이 힘들었는지, 한동안은 ‘아빠랑 같이 갈래’, ‘엄마랑 같이 갈래’를 반복했다. 입구에서 헤어지는 동안에도 꼭 눈물을 보이고 등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아침부터 아빠,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집 씩씩하게 다녀와야지.”
평소 10분이면 준비할 것을 아이의 복잡한 마음을 시사 하듯 1시간 넘게 어린이집 갈 준비를 했다. 아이는 윗옷 하나 입고 도망가고, 바지 하나 입고 도망가고, 머리 묶고 도망가다 갑자기 머리를 풀고를 반복하며 부모 마음을 부글부글 끓게 했다. 그래도 어린이집 적응하는 시기에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으면 그럴지 하는 마음에 신나게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어린이집을 가는 짧은 기간에도 ‘씩씩하게 가야지’라는 말을 하며 가는 아이의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어린이집 앞에서 여느 때처럼 인사를 나눴다.
“우리 서로 행복한 시간 보내고 만나자!”
평소라면 뒤를 돌아보고 갔을 아이가 신발을 벗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이 혼자 주먹을 꽉 쥐고 입술을 삐죽거리며 ‘씩씩하게 다녀와야지’라고 한 번 더 말하며 반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는 아내와 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이도 부모와의 작별을 이해하고 이겨내고 있었다. 아이의 일상에 변화를 주는 일들은 부모에게도 영향을 준다. 어린이집, 유치원, 이사, 학교 입학 등 부모가 되면서 더 많은 일들을 아이와 겪을 것이다. 그때도 아이와 함께 웃고, 울면서 헤쳐 나가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언제나 그 곁을 지켜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