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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파레인저 Apr 10. 2024

전지적 아이 시점

“아, 더워”


      오늘도 아빠는 자는 동안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내가 이불을 발로 뻥뻥 찬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빠는 왜 모를까? 이불을 발로 뻥 차버린다는 건 덥다는 뜻인데 말이다. 잠을 자다가 살짝 깬 뒤 캄캄한 창밖을 바라본다. 아직 밤이네. 아빠, 엄마는 곤히 자고 있다. 다시 잠드려는데 축축해진 기저귀 때문에 잠이 오질 않는다. 나 혼자 잠옷 바지를 벗고, 기저귀를 뜯는다. 찌지직. 기저귀 양 옆 찍찍이 소리가 요란도 하다. 진짜 신기해. 분명 아빠는 자고 있었는데, 기저귀 뜯자마자 일어난다. 그리고 기저귀를 가져와 갈아준 뒤 이불을 덮어주고 다시 잠이 든다. 덥다니까 정말. 



  아침에 일어나니 아빠, 엄마가 옆에 없다. 방문을 열고 나가니 ‘굿모닝’이라는 말과 함께 아빠, 엄마가 다가와 안아준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방으로 가서 ‘우유 많이 줘’라고 말했다. 아빠가 ‘창밖에 해 떴는지 보고와’라고 말한다. 눈 뜨자마자 우유를 찾는 나 때문에 아빠가 정한 규칙이다. 치사해. 창 밖이 살짝 밝은 거 보니 해가 뜬 것 같아 은근슬쩍 우유를 달라고 했다. 아빠는 우유 한 팩에서 반을 덜어 나에게 준다. ‘그냥 줘!’라고 소리쳐도 아빠는 많이 줬다며 빨대를 콕 찔러 준다. 더 울어볼까 하다가 못 이기는 척 우유를 먹는다. 맛있다. 


  아침에는 우유를 마시고 아빠에게 책을 한두 권 가져간다. 아빠는 소파에 앉아 책을 읽어 준다. 요즘 푹 빠져 있는 책은 <일곱 나라 어린이의 하루>이다. 몇 달째 같은 책을 아빠에게 가져가지만 항상 새롭다. 나는 아빠가 읽어주기 전에 책 내용을 말했다. 갑자기 아빠는 내 볼을 꼬집으며 ‘왜 이렇게 똑똑해’라고 말한다. 아빠, 이거 백번도 더 본 책이잖아요! 다음 장을 넘기고 아빠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본다. 나 이제 기억 안 나는데 어쩌지. 일부러 발로 책을 툭 밀어 떨군다. 그리고 콩순이 음악을 틀고 춤을 췄다. ‘아빠도 일어나’라고 하며 같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아빠는 갑자기 양팔을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다, 소파에서 방방 뛴다. 아 웃겨. 아빠 왜 저래.


  갑자기 아빠는 엄마를 부른다. 아빠는 엄마에게 나를 부탁하고, 주방으로 간다. ‘엄마 저리 가!’라고 외쳐보지만, 아빠는 요리를 해야 한다며 책을 읽자고 한다. 아빠는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꺼내 요리를 했다. ‘뭐 해줄까?’ 아빠의 물음에 새우튀김이라고 답했다. 시간이 흘러 식사 5분 전이라는 말과 함께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씻고 식탁에 앉았다. 새우튀김, 김치, 묵무침, 감잣국 … 내가 좋아하는 게 한 가득이다. 아빠는 아침마다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 준다. 손으로 새우를 집는데 … 앗 뜨거워! 아빠는 젓가락으로 새우튀김을 집어 후후 불어 준다. 뭐든 손으로 먹는 게 제맛이다. 김치부터 손으로 집어 먹고, 새우튀김을 먹는다. 아빠는 수저로 먹으라며 안달이지만, 손 맛이 최고죠!


  이제는 어린이집 갈 시간이다. 어린이집을 가야 하는 건 알지만, 가고 싶지 않다. 엄마가 열심히 묶어준 머리를 풀고 도망친다. ‘어린이집 안 갈 거야’라고 말하며 한 번 쓱 떠보지만, 어림없다. 아빠는 나를 번쩍 들어 천장 끝까지 올려도 주고, 침대 위에서 방방 뛰면서 놀아 준다. 재밌다. 아빠, 엄마랑 오래 함께 하고 싶지만 씩씩하게 가야지. 


“나 오늘 어린이집 씩씩하게 갈 거야”


  아빠, 엄마는 대견하다며 엉덩이를 팡팡 두드려 주신다. 킥보드를 타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이제는 꽃도 피고, 날씨도 딱 좋다. 밖에서 놀기 딱 좋은 날씨네. 어린이집 앞에 다가오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괜히 눈물도 날 것 같다. 씩씩하게 다녀와야지. 아빠는 어린이집 현관에서 벨을 누른다. 선생님이 나오고 나는 인사를 했다. 눈물 나. 입술을 살짝 물어 참아 본다. 아빠, 엄마는 ‘행복한 시간 보내’라며 양쪽 볼에 뽀뽀를 해준다. 또 눈물 나려 하네. 아빠, 엄마가 뒤에서 인사를 하지만 쳐다보지 않았다. 눈물 날 것 같아서다.


주먹 불끈 쥐고, 반으로 들어간다. 어린이집 마치고 빨리 아빠, 엄마를 보고 싶다.


“아빠, 엄마 우주만큼 땅만큼 사랑해”


* 평소 아이가 한 말들을 글에 모두 적어 보았습니다.


출처 : 아빠 앨범(굿모닝 딸)
출처 ; 아빠 앨범(어부바 부비부비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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