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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도피 14, 타이난, 쓰차오녹색터널

36살, 퇴사하고 대만 한 바퀴

by 나나 Dec 27. 2024


대만 할머니와 이별한 후, 타이난역에서 하차했다.

타이중만 해도 조금 서늘했는데, 타이난에 내리자마자 후끈한 공기와 끈적이는 습기가 느껴졌다. 


덥다! 너무 덥다!

일단 걸치고 있던 셔츠를 벗어서 허리춤에 질끈 묶어버렸다. 


타이난 역 앞타이난 역 앞


수많은 행인들 사이에서 살짝 벗어나 역 한쪽 구석에서 짐을 정리했다.

대만에 도착할 때부터 캐리어 바퀴 하나가 영 불안했는데, 결국 캐리어 바퀴하나가 덜렁거리고 있었다.

구글맵을 살펴보니 숙소까지는 버스도 택시도 애매한 거리였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숙소까지 걸어가 보기로 했다. 


역에서 숙소까지는 도보로 약 25분 정도.

평소였다면 충분히 걸어갈만한 거리였는데, 내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움직이는 반항아 캐리어와 복잡한 도로 사정으로 인해 더 오랜 시간이 걸려버렸다. 숨이 턱 끝까지 올라왔을 무렵.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내가 예약한 숙소의 이름은 Liho호텔. 

구도심에 있는 조금 오래된 호텔인데, 최근 다시 리모델링을 하고 호텔 이름까지 바꾸었다고 한다. 타이난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츠칸로우(적감루)에서 매우 가까운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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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낡았다.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갔을 때, 오래된 호텔방 특유의 눅눅한 냄새가 났다. 

코 끝을 찌르는 냄새에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으니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 


짐을 대충 던져놓고,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 타이난 도착. 여긴 덥네요. -


가족 단톡방에 간결하게 메시지를 보내놓고, 대만 할머니께서 주신 깨빵을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할머니 덕분에 점심값이 굳었다. 날씨가 더워서 그냥 이대로 숙소에서 쉬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시간이 없다!

하나라도 더 많이 보고, 하나라도 더 많이 체험해야 하는 왠지 모를 사명감이랄까?!


여행 정보가 무수히 많은 타이베이와는 달리, 타이난은 생각보다 더 여행정보가 없었다.

적은 정보 속에서 타이난을 가장 효과적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일단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은 안핑에서도 더 서쪽에 있는 쓰차오녹색터널이었는데 4시 30분이면 영업을 종료한다고 했다.


그럼 가장 서쪽에 있는 쓰차오녹색터널부터 가고, 조금씩 동쪽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쓰차오 -> 안핑 -> 타이난 도심 순)

호텔을 나오자마자 택시를 타고 서둘러 쓰차오녹색터널로 향했다.





쓰차오녹색터널


쓰차오녹색터널은 내가 타이완에 오기 전 ‘세계테마기행’ 타이난 편을 보고 꼭 오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다. 아마존이나 동남아시아 밀림에서나 볼법한 맹그로브 숲이 터널처럼 우거진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쓰차오녹색터널까지는 택시로 약 40분.

매표소에 가니, 잠시 후 배가 출발한다며 서둘러 탑승구로 가라고 하셨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쓰차오녹색터널은 

뗏목같이 작은 배를 타고 맹그로브 터널을 지나가는 단순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이때의 포인트는 배의 가장 앞자리가 명당이기 때문에 그곳을 선점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단체 관람객들 사이에 껴서 중간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배를 탑승하기 전 낡은 구명조끼와 꽃무늬천이 써진 대나무 모자 하나를 건네받았다.


이곳의 시그니처 모자이곳의 시그니처 모자

이곳은 햇빛 강하고, 낮게 뻗어진 나뭇가지에 부딪칠 수 있기 때문에 대나무 모자를 써서 머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하셨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목욕의자에 사람들이 하나씩 앉자, 뗏목이 서서히 출발하기 시작했다.  


대나무 모자를 쓴 사람들대나무 모자를 쓴 사람들


맹그로브 숲으로 들어가자, 살갗을 따갑게 찌르던 햇빛이 조금은 누그러진 듯했다. 

머리 위로 연녹빛의 푸르름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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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차오녹색터널은 과거 선박들이 세금을 내고 무역을 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나무 열매가 가지에 달린 채로 싹을 터서 다시 그 줄기가 물속으로 길게 자라나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사람들은 모두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 바빴다. 나 역시 마치 판타지 소설책 속에서나 볼법한 이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저 멀리 들리는 새소리와 나뭇가지들을 스치는 바람 소리.

물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물. 

그리고 이곳을 삶의 터전 삼아 살고 있는 작은 물고기들과 망둥어, 빨갛고 귀엽던 작은 게 들까지.


숲의 크기는 작고, 관람시간은 짧았지만 

정말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부디, 이 아름다운 자연의 보고가 먼 후세까지 전달되길 바라본다. 

 

브런치 글 이미지 9


쓰차오녹색터널 관람을 마친 후, 사람들을 따라 주차장 쪽으로 걸어 나왔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이곳까지는 택시를 타고 왔는데, 여기서 안핑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었다.


구글맵을 찾아보니 버스는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고, 택시도 보이지 않았다. 

아직 시간이 좀 있어서 서둘러 안핑으로 넘어가고 싶은데… 그때 갑자기 우버택시가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앱을 다운로드하였는데, 4분 만에 택시가 도착했다.

대만에서 처음 이용해 보는 우버 택시였는데, 세상에 이렇게 편리한 것이 있었다니! 세상에나!!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안핑.

나는 서둘러 안평수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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