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 오늘도.
Aloha,
예술을 전공하고 사회로 나오면 먹고사는 문제가 생각 이상으로 만만치가 않습니다. 삶의 무게가 장난이 아닙니다. 다른 또래 친구들과 비교해 보면 그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작업활동과 삶을 살아가기 위해 여러 일들을 하면서 분명히 핀잔이 섞인 이런 말들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하, 몰라도 이 정도로 몰라요? 이건 기본이잖아요.'
'아니, 그 나이 먹도록 무엇을 했어요?'
사실 틀린 말도 아닙니다. 다른 또래들이 돈의 이치나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연마할 때 작업실에 처박혀 있었기 때문에 특정 기술이 익숙하지 않거나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누가 예술에 관심이 있어 알려줄 때는 '누구나 처음엔 다 어렵다' 혹은 '오! 처음인데도 엄청 잘하시네요!'라며 용기를 북돋아주고 차근차근 반복해서 알려주는 우리 작가들은 새삼 억울해집니다. '아니, 우리가 똑같이 하면 역으로 엄청 뭐라고 할 거면서!' 라며 속에서 화가 나려 하지만 다른 또래들에 비하면 정말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저 가만히 듣고 다음에는 실수 줄여보기로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역마다 여닫는 지하철 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진짜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아왔나, 그림 그리는 것 말고 한 게 뭐가 있나 뒤돌아보게 됩니다. 초점은 점점 흐릿해지고 눈은 주변 공기가 습기가 많은지 괜히 촉촉해집니다. 삶에 대한 좌절감이 짙게 마음속에 드리워지고 도대체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비단 작가가 아니더라도 구겨져버린 마음으로 회사를 나서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삶이란 구겨진 마음을 다시 빳빳하게 잘 다려 그다음 날에 다시 생생하게 삶의 터전으로 향하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마음이 회복되는 힘은 다양한 일들을 해보면서 혹은 많은 경험치를 쌓으면 자연스레 생기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힘든 하루를 마무리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쌓인 경험치로 힘차고 밝은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Maha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