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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달달구리 여행기, 마나푸아

기억에 남는 마지막 선물

Aloha, 


교수님께 제가 하와이를 떠나기 전 잊을 수 없는 선물을 해 주고 싶으셨다고 하시면서 하얀 비닐봉지를 건네주셨습니다. 

하얀 비닐봉지를 열어보니 Island Manapua factory라고 적혀있는 종이 상자가 있고 따뜻한 온기가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상표인데 1980년부터 있었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오자 '하와이를 다 아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기간 있었는데 처음 보는 상표가 있다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심스레 열어보니 하얀 찐빵이 있었습니다. 마나푸아(Manapua)라고 불리는 하얀 찐빵인데 안에는 챠슈나 닭고기 같은 고명이 들어가 있는 중국식 찐빵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왠지 마나푸아는 한 번도 안 먹고 하와이를 떠나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이셨다고 하시면저 저의 놀라는 반응을 보며 '역시나!' 싶으셨다고 하셨습니다. 

말씀대로 마나푸아는 하와이에 사는 동안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너무 '학교-기숙사의 루틴'대로 일상을 살아가서 여태 몰랐을 수도 있고, 작업시간 챙기느라 너무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없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깊이 그림에 올인했는데 아무것도 이룬 것도 없고, 하와이도 잘 아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복잡 미묘했습니다. 


따뜻한 마나푸아를 먹어보니 독특한 고기찐빵 같은 맛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짐을 싸느라 기진맥진이고 장 보러 갈 때마다 텅텅 비어있는 마트 때문에 심적으로 지쳐있었는데, 마나푸아가 '괜찮아, 괜찮아!' 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것 만 같았습니다. 


하와이 탈출기 찍기 전 한 교수님으로부터 선물 받았던 귀한 달달구리인 마나푸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오아후 섬에 가서 먹어보고 싶습니다. 


Mah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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