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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미학

달팽이 미학 첫 장. '천천히'가 결국 '빠른' 것.

Aloha,


하와이에 가면 '이 섬에 올 때는 울면서 오고 다시 섬을 나갈 땐 울면서 나간다'는 농담을 한 번쯤은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하와이 가기 전 나름 인터넷으로 사전 조사를 할 때에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상 낙원이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에 가는데 울긴 왜 우는지.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다 싶었습니다. 막상 아름다운 열대 섬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저 농담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말임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말 그대로 정착 초기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상상치도 못했던 포인트들에서 눈물 콧물 쏙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하와이의 생활시간은 천천히 흘러갑니다. 지구 어느 곳에 가든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는 일정하고 똑같은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모든 것이 정말 빠르게 흘러가는 한국의 시간의 흐름에 익숙해져 있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천천히 흘러가는 곳에 도착했을 땐 시간이 멈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은 시간의 속도부터 답답함이 있었습니다. 



달팽이처럼 느린 것은 아름다운 이 섬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입니다. 느림의 미학을 실질적으로 체험하고 난 뒤 깨달은 것은 (1) 그동안 얼마나 편안하게 살았고 (2)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폭이 좁았으며 (3) 주위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는지였습니다. '천천히'가 결국엔 '빠른 것'이며 '그래, 그럴 수 있지'란 마음으로 나와는 다른 것들을 포용하게 되니 제가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은 넓어진 것만 같습니다. 


앞으로 소개해 드릴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어떻게 당연하지 않은지 같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건강한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Mah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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