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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과 하늘이 태어난 곳

달팽이 미학 첫 번째 이야기.

Aloha,


한국의 자연을 자세히 보면 세계에서 아름답다고 소문난 자연경관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으면서 한국의 멋을 뽐내고 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아름다운 우리 강산'입니다. 한국살이를 다시 시작하면서 요리보고 저리 봐도 참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개발을 하기 위해 자연이 많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훼손된 자연을 바라볼 때마다 하와이안들이 자연을 대하는 삶의 방법이 생각납니다.


빅 아일랜드(Big Island, Hawaii)에는 마우나케아 (Mauna Kea)라는 산이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우나케아 천문대가 있는 곳으로써 항공 우주 연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만점입니다. 연구와 관광 모두 중요한 곳이지만 역설적이게도 하와이안에게는 신성한 산입니다. Mauna Kea는 하와이안어로 ‘White Mountain, ' '하얀 산, ' 혹은 '설산'을 의미합니다. 하와이안들의 조상인 Papa (Earth Mother, 땅의 어머니)와 Wākea (Sky Father, 하늘의 아버지)가 태어난 산이어서 Mountain of Wākea라고도 불립니다. 하와이안들에게는 신성한 장소여서 사제나 추장과 같이 선택받은 이들만 이 산에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신성한 산에 이미 천체 망원경이 있고 설치할 때 이미 자연환경이 많이 훼손 됐었는데 또 망원경을 설치한다니! 2019년, 하와이안들에게는 세상이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는 해였을 것입니다. 그 해 하와이안들의 시위가 격렬하여 마우나케아 산 정상에 가는 입구가 통제되었습니다. 마침 그 해 여름, 가족 여행으로 빅아일랜드에 갔어도 결국 마우나케아 천문대에 갈 수 없어 아쉬움이 깊게 남아있습니다. 별들이 엄청 크고 영롱하고 아름답다던데 언젠가 한 번은 다시 가볼 수 있길 바라보며 오아후 섬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마우나케아 천문대를 못 가본 건 아직도 많이 아쉽지만 하와이안들이 얼마나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지 직접 볼 수 있어 참 귀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위가 한창일 때 학교에서 한 하와이안이 후지산에 항공 우주 연구용 천체 망원경을 짓는다고 하면 과연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냐고 했던 말이 현재에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아마 우리에게는 한라산 정상에 망원경을 설치한다고 발표된 것과 같은 느낌일 것 같습니다. 과연 이 일이 한국에서 진짜 일어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와이안들에게 하와이의 자연이 신성한 곳이어서 아무리 행정 절차를 밝고 진행한다 하더라도 자연이 훼손된다고 하면 주저 없이 시위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합니다. 행정절차 밟고 시위하고 절충안 찾고 다시 행정 절차 밟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개발 진행 상황이 많이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엔 이 절차가 익숙 하치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들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곳의 자연환경이 각자의 '집'이라고 한다면, 저라도 자연이 훼손되는 것에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저와 같은 마음이실까요?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  2024년 6월 18일부터 10월 9일까지. 디테일이 정말 예술인 기획전입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이란 특별전을 하고 있습니다. 전시를 직접 보니 인디언과 폴리네시아인은 서로 다르지만 자연을 대하는 방식은 많은 부분들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전시를 통해 인디언들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을 마음으로 느끼며 하와이안들이 자연을 대하는 삶의 방식도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이 전시를 보신다면 급하게 사진을 찍으며 전시를 보시기보다는 먼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온 마음을 다해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전시의 디테일한 부분도 유심히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과연 우리에게 자연이란 무엇일까요? 인디언들과 폴리네시아인들이 우리에게 현대 사회에서 자연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질문을 한 것만 같습니다. 삼천리 금수강산의 아름다움이 지켜질 수 있길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해 봅니다.


Mah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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