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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안하시길 29

구름 일지 1

by 빛나다 Jun 04. 2023

나 크림푸들 견.

견생 2년 차 애견펜션을 다녀왔다.


아빠는 날 위해 애견펜션에 가는 거라며

여러 번 말을 하지만

도무지 아빠 말은 신뢰할 수가 없다.


아빠가 봐온 장바구니에는

소주와 맥주만 가득했지

내가 먹을만한 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엄마는 펜션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엄마가 날 엄청 사랑하는 건 아는데...


나도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며

여름바람을 한껏 즐기고 싶은

남자라는 걸 몰라준다.

나의 로망, 그거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야! 타!"


펜션에 도착~

 

아빠는 고기 구울 준비,

엄마는 가져온 짐 정리,

형은 야구 시청,

누나는 노래 틀어놓고 댄스 타임.


이런, 이런

이 집구석은 나 없으면 어떻게 돌아갈지...


하룻밤을 보낼

이 낯선 곳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이 상황에,

어찌 저리 순진한지.


견의 명예를 걸고

불시 위험 대비 사전 점검을 실시한다!

일단 나뭇잎 하나, 하나 살펴본다.
우리 엄마 벌레 무서워하니까 모두 쫓아버리겠어!

펜션 마당부터 집안 구석구석

이상징후를 찾아낸다.


킁, 킁


다행히

안전하다!


아빠와 엄만

내가 애견 펜션에 와서

자유롭게 이리저리 다닌다 하며

뿌듯해하시고는

나의 노고를 전혀

생각하지 않지만,

엄마 아빠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한 거다.


다만

이 집, 저 집 놀러 온 강아지들

낯선 환경에 적응 못하고

짖는 거 보면 한마디 하고 싶어 진다.


"애들은 가라"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가족을 위해 애쓴 나를

칭찬해 본다.


"나, 오늘 수고했다."



반려견 구름이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을 적어 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100% 마음을 그대로 표현할 순 없겠지만 이 아이와의 추억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기록해 봅니다.


앞으로도 구름 일지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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