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같이 퇴근을 함께 하는 동기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언뜻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인다.
"언니 오늘 왜 이렇게 피곤해 보여?"
"그러게 점심시간 때 잠깐 눈을 붙였는데
그래도 계속 피곤하고 졸음이 오네.
주말에 많이 먹어서 그런가?"
주말에 먹은 음식과 오늘의 졸려움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느라 대답하지 못한다.
"건강검진 때 당화혈색소가 몇 점 몇이었는데
그 정도면 괜찮은 건데 그거 때매 자꾸 잠이 오는 건가?"
당화 뭐시기? 점점 어려워진다. 아무 대답도 못하고 빤히 언니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잠이 쏟아지는지 모르겠어"
아! 내 뇌에 달칵, 달칵 스위치 두 개가 올려진다. 언니의 말 중 자주 나오는 단어는 '잠' 이야. 그렇다면?!
첫 번째 스위치
언니...호 혹시... (이건 한 대 맞을 수도 있겠다)
두 번째 스위치
춘. 곤. 증.
"언니 나도 며칠 전부터 점심 먹고 잠이 막 쏟아져. 아무래도 춘곤증인 거 같아."
"아! 그러네 춘곤증. 맞네"
별 일이 아니라는 안도의 표정을 짓는 언니를 보니 이런 생각이 스친다.
우리는 몸에 대한 변화로 건강을 염려할 나이가 되었다는 것과 봄에 의한 춘곤증을 잊어버릴 만큼 그 계절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왠지 좀 씁쓸하기도 쓸쓸하기도 하다.
점차 어두워지는 퇴근 길
늦지 않았다면 조금 남은 봄을
봄 그대로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