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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다 Apr 29. 2024

언니...  혹시...

평소와 같이 퇴근을 함께 하는 동기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언뜻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인다.


"언니 오늘 왜 이렇게 피곤해 보여?"


"그러게 점심시간 때 잠깐 눈을 붙였는데

그래도 계속 피곤하고 졸음이 오네.

주말에 많이 먹어서 그런가?"


주말에 먹은 음식과 오늘의 졸려움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느라 대답하지 못한다.


"건강검진 때 당화혈색소가 몇 점 몇이었는데

그 정도면 괜찮은 건데 그거 때매 자꾸 잠이 오는 건가?"


당화 뭐시기? 점점 어려워진다. 아무 대답도 못하고 빤히 언니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잠이 쏟아지는지 모르겠어"


아! 내 뇌에 달칵, 달칵 스위치 두 개가 올려진다. 언니의 말 중 자주 나오는 단어는 '잠' 이야. 그렇다면?!

첫 번째 스위치

언니...호 혹시... (이건 한 대 맞을 수도 있겠다)

두 번째 스위치

춘. 곤. 증.


"언니 나도 며칠 전부터 점심 먹고 잠이 막 쏟아져. 아무래도 춘곤증인 거 같아."


"아! 그러네 춘곤증. 맞네"


별 일이 아니라는 안도의 표정을 짓는 언니를 보니 이런 생각이 스친다.

우리는 몸에 대한 변화로 건강을 염려할 나이가 되었다는 것과 봄에 의한 춘곤증을 잊어버릴 만큼 그 계절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걸 말이다. 왠지 좀 씁쓸하기도 쓸쓸하기도 하다.


점차 어두워지는 퇴근 길

늦지 않았다면 조금 남은 봄을

봄 그대로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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