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나다 May 21. 2024

내가 널 좋아하는 이유

"엄마는 아빠의 뭘 보고 좋아했어?"


세상에서 굉장히 어려운 질문을 뽑으라 하면 딱 두 가지다.

하나. "인간은 왜 사는가?" (너무 심오한 문제임)

둘. 맨 위의 질문.

한창 이성에 호기심이 많을 중1 딸내미는 지금 나를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뜨리고 있다. 저 무뚝뚝한 아저씨를 내가 왜 좋아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기 때문이다.

(나는야~ 냉정할 땐 냉정한 사람~)


"아빠 키?"


애아빠 키는 186센티미터다. 나는 159.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좋아하지는...


"아빠 성격?"


최대 불만이 그것이다. 극 T, 사실과 분석을 일삼는 그 성격. 한참 내게 잔소리를 내놓을라치면 두 귀를 막고 입으로 "에~~에~~ 안 들린다"를 반복한다.


"아빠의 직업?"


같은 직종으로서 특이할만한 매력 포인트는 없다.


"엄마는 아빠 얼굴 보고 좋아하는 거야. 그래서 엄마가 우리 딸 많이 좋아하잖아. 아빠 닮아서"


불쑥 끼어든 애아빠의 세상 뻔뻔한 대답.


"정말이야 엄마?"


그려 그렇다고 치자.


"응. 그래서  엄마가 우리 딸한테 눈을 못 떼잖아. 너무 사랑스러워서"


딸아이의 두 볼을 쓰다듬어본다. 긴 눈매, 높지 않은 콧대와 작은 입술, 적당하게 나온 턱. 남편의 얼굴을 고스란히 닮은 내 딸. 

두 부녀가 서로 마주 보며 자랑스러워한다. 그래 둘이 행복하면 좋고 나는 가정의 평화를 지켰으니 좋다. 하. 하. 하.


아! 이건 생각났다. 애아빠가 나를 좋아하게 된 이유.


20년 전 M과 H가 사귀기로 한 날 며칠 후


"M은 날 왜 좋아해?"


"힘이 세고 의리가 있어서"


"응?"


우리는 입사 동기고 나는 남편보다 한 살 위 동기누나였는데 그때 당시(사귀기 전) 남편은 일하고 있는 날 보면 종종 이런 말을 했었다.


"누나처럼 힘센 여잔 처음 봐!"


애아빠는 날 '작고 귀엽고 아기자기한' 뭐 이런 이유가 아니라 여느 여인들보다 힘이 센 사람이라 그게 신기해서 좋아한 것이다.


20년이 지났는데도...

씁쓸하네...


근디 의리는 뭐지?

(20년 동안의 풀리지 않는 의문)


이전 07화 캠핑의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