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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다 May 22. 2024

휴식이 필요할 땐 휴식을

"팀장님 저 죄송한데 몸이 안 좋아서 조퇴 좀 하겠습니다."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가 다가오면서 많은 동료들이 각자의 일을 잠시 내려놓은 채 행사에 필요한 물품을 행사장소에 옮기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각 부서에서 동원된 동료들이 여럿 있으니 행사 준비는 금방 끝날 것이란 생각을 하고 나름 얼른 끝내고 싶은 마음에 나의 모든 근육을 이용해 물품을 나르고 (좀 오버하자면) 무릎이 닳도록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정확한 행사 라인을 맞추는데 온 신경을 썼다.(당연히 동료들과 함께) 그리고 약 세 시간이 지나니 대략적인 행사 준비는 마쳤고 이미 퇴근 시간을 넘긴 우리들은 퇴근을 하고픈 마음에 책상 위 널려 있는 서류들을 대충 챙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게다가 잠이 자꾸 쏟아진다. 어제 집에 가자마자 씻고 바로 잠자리에 들어 일곱 시간 넘게 잤는데도 미친 듯이 눈꺼풀이 닫히려고 한다.

겨우 출장을 다녀오고 어제 못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계획서 초안 하나 만들어 놓고는 일상적인 눈 깜빡임을 했을 뿐인데 점차 멍해지는가 싶더니


"하은아 이거 이렇게 하는 게 맞아?"


옆자리에 앉은 동기언니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획 돌려 서류 한 장 들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는데


"너 졸은 거야?"


회사 다니면서 처음으로 위와 같은 질문을 듣게 된 것이다.

세상에 일하다가 졸다니... 내가 이렇게 체력이 바닥인 사람이었나? 내가 어제 뭘 그렇게 했다고 벌써 이러고 있는 걸까? 후배들은 내가 옮긴 물품보다 훨씬 더 무겁고 옮기기 까다로운 것들이었는데 내가 뭐라고 이렇게 힘들다고 티를 내는 걸까? 부끄럽기도 하고 내 자신이 볼품없게 느껴져 어떤 말도 나오지 않는데 땡! 하고 하나 떠오른 것이 있어 생각나는 대로 읊는다.


"언니  우리 어제 행사라인 맞출 때 같이 했던 분들이 모두 사십 대 후반에서 오십 대 초반이었잖아. 그럼 평균 49.4세야. 이러면 졸을 만하지 않아?"


나는 바로 몸을 일으켜 팀장님께 당당하게 조퇴를 선언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계속 버틴다고 해서 업무를 잘 진행시킬 수도 없고 한다 해도 경험상 나중에 다시 수정해야 하는 과정을 겪게 될 거란 걸 알고 있으니까.


같은 일을 하더라도 지치는 정도가 다름을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저 친구가 저 정도면 나도 여기까지는 해야지 또는 내가 여기서 쉬면 다들 뭐라고 생각하겠어 하기 싫어서 그런다라고 말들 하겠지 하며 견디는 시간을 연장해 결국 건강을 해치는 날이 오기도 했다, (고혈압...)  행복하게 살려고 회사를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지지고 볶고 하는 건데 가 왜 이렇게 사는 지를 자주 잊어버려 내 자신을 아프게 할 때가 많다는 걸 요즘 들어 깨닫고 있다. 무조건 당장 해야만 해! 가 아니라 때에 따라 쉬엄쉬엄 해도 돼!로 스스로 말하면서.

그런 나는,

 내게 점점 휴식을 내어주고 있는 중이다.

 



"팀장님! 오늘 몸상태 제대로 회복시키고 내일 바짝 일하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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