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늦게까지 친구들과 당구를 치고? 온 아들을 위해 저녁밥을 차려주고 아들과 마주하며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결혼이라는 주제까지이르게 되었다.
"엄마 나는 결혼하면 구름이(우리 집 반려견)처럼 생긴 강아지 한 마리 키우면서 살 거야"
얼마 전 아들은 자신이 딩크족임을 선언한 바 있다.
"아기 정말 안 낳을 거야?"
"응. 나는 애 안 좋아해"
"자기 아기는 달라. 낳으면 얼마나 이쁘고 사랑스러운데. 그리고 너의 와이프가 아기 낳고 싶어 할 수도 있잖아 그럴 땐 어떻게 하려고?"
"그땐 내가 잘 설명해야지."
우리 아들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구먼. 그래 엄마가 얘기해 봤자 세상살이에 대해 뭘 받아들이겠냐. 지금은 그저 당연히 제 뜻대로 될 것이라는 믿음이 더 뿌리 깊을 텐데... 그렇다면 이건 제대로 심어주자!
"아들아 그건 그렇다 치고 다른 모든 건 너의 와이프 말만 들어야 해. 그래야 너의 행복이 쭈욱 가는 거야. 집안 일도 네가 앞장서서 더 많이 해야 하고, 뭐든 와이프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고. 무조건 와이프 편만 들어야 하고. 혹시 엄마랑 너의 와이프 사이가 안 좋아지면 눈치 없이 엄마 편들지 말고 와이프 편들어야 하고. 알겠지?"
"그건 당연하지. 그런데 엄마 나 걱정되는 게 하나 있어"
엄마 편들지 않겠다는 거 당연한 거라 여기는 아들에게 살짝 서운하지만 그래도 귀한 남의 딸자식과 우리 아들의 영원한 행복을 위해 서운함을 꾹 누르며 아들의 걱정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게 뭘까?"
" 나 설거지는 잘 못하겠어. 청소나 쓰레기 분리수거, 옷 개기는 잘할 수 있는데.."
이노무! 아니! 이 사랑스러운 아들자식 듣자듣자하니까... 집에서나 좀 하지. 아직 대학도, 군대도, 직장도 가지도 않은 녀석이 벌써 제 와이프를 위해 그런 걱정을 하다니. 에효~ 괘씸한 마음을 겨우 잡는다.(나도 어쩔 수 없는 시 어머니?)이 또한 아들과 아직 만나지 못한 미래의 그녀의 행복을 위해.
"아들 걱정하지 마. 엄마가 최고로 성능이 좋은 식기세척기 사줄게"
"정말? 많이 비쌀 텐데?"
"설거지 때문에 우리 아들이 불행하면 안 되지. 엄마가 돈 많이 벌어서 장가보낼 때 식기세척기도 같이 보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