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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다 May 16. 2024

비가 오는 날엔

길을 걷다 우연히 풀꽃 위에 떠있는 빗방울을 발견해 뭔가 싶어 유심히 바라보니 거미줄이  풀꽃 위로 쳐져 있고 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거미줄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모습이다.


"거미줄 우산이네"


거미줄  아래 저 풀꽃은 매일 지나가는 차들의 바퀴와 경적 소리를 대하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떨어지는 빗방울이 토독 토독 떨어지는 걸 올려다보며 옆에서 계속 들리는 차들의 소음을 잠시 잊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만 같다.


비가 오는 날엔 책임과 부담감을 놔 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여러 번 찾아온다. 짧고 규칙적으로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 우산 위로 토독토독 튕기는 빗방울, 물이 고인 땅바닥에 동그란 자국을 그렸다 지우는 빗방울에 지금 해야만 하는 것들을 잊고 온전히 빗소리만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러면 해야만 하는 것들을 빨리 끝내기 위해 분주해지기 시작하고 마무리 또한 분주함으로 끝이 난다. 아쉽게도 빗소리 또한 함께 끝이 나버린다. 풀꽃처럼 그 '잠시'도 못해 비가 오는 날을 평소와 같은 일상으로 보낸 것이다.


오늘은 풀꽃 옆에서 토독, 토독 빗방울 소리를 듣는다. 잠시라도 일상과 같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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