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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다 May 14. 2024

불가사의한 거야

"어머 어떡해 이걸 놓쳤어! 나 미쳤나 봐"


"어? 서류 어디 갔지? 분명히 아까 챙겼는데"


"내가 안 했다고? 그럴 리가?! 말도 안 돼!"


요즘 들어 자주 하는 말이다. 예전 갖지 않게 무언가를 잊거나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제 겨우 마흔여섯인 내가 그럴 리가 있냐 싶어 현실을 부정하고 누군가가 실수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내가 곤경에 빠진 건 아닌가 라는 얼토당토 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러다 잊거나 잃게 된 경위를 찬찬히 돌아보면 결국 나로 인해 생겨난 것이란 걸 깨닫고 허탈하고 공허한 시간을 보낸다. 이 정신으로 회사에 얼마나 더 있을 수 있을까? 더 심해지면 어떡하지? 그러다 더 큰 실수를 하면? 후배들이 날 쓸모없고 나이만 많은 선배라고 생각하겠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부풀려가며 나를 주눅 들게 만든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창밖 파란 하늘을 본다. 나의 마음은 채도가 점점 낮아 흐리기만 하는데 마주한 하늘은 맑기만 해 살짝 미워지려고 한다. 왠지 지기 싫은 마음이 차오르기 시작하면서 우울한 생각을 고쳐 먹기로 해본다. 그건 바로...


불가사의한 일들이 내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거라고.

나는 분명 놓치지 않았고, 서류도 잘 챙겼고, 완벽하게 업무를 처리했는데 우주의 알 수 없는 이상 현상이 일어나 시간이 되돌려지면서 나의 행동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나의 실수를 덮기 위해 이렇게 거창하면서도 구차하고 궁상맞은 핑계를 대는 건 좀 비겁할 순 있지만 나의 마음을 언제까지 짙은 회색 세상으로 놔둘 수는 없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데.(얼씨구~)


"그래! 세상엔 논리적이지 않은 일들이 많잖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있는 거라고. 받아들여!"


그렇게 나는 창 밖 파란 하늘 조각 하나에 자존감을 찾기 시작한다. 이 또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받아들이기로 한다.  

"다시 시작한다! 리셋~"


동기언니

"어머! 나 웬일이니? 이거를 빼먹었어. (긴 한숨) 나 정말 왜 이러니... 이래서 누가 날 써주겠니?"


나(헉! 이 언니 지금 자신을 몰아가고 있어!)

"무슨 소리하는 거야 언니! 이건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난 것뿐이야. 세상엔 얼마나 이상한 일들이 많은데. 그건 누구나 다 겪어. 나도 매일 겪어"


동기언니... 어이없어 하지만 그래도 웃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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