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자주 하는 말이다. 예전 갖지 않게 무언가를 잊거나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제 겨우 마흔여섯인 내가 그럴 리가 있냐 싶어 현실을 부정하고 누군가가 실수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내가 곤경에 빠진 건 아닌가 라는 얼토당토 한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러다 잊거나 잃게 된 경위를 찬찬히 돌아보면 결국 나로 인해 생겨난 것이란걸 깨닫고 허탈하고 공허한 시간을 보낸다. 이 정신으로 회사에 얼마나 더 있을 수 있을까? 더 심해지면 어떡하지? 그러다 더 큰 실수를 하면? 후배들이 날 쓸모없고 나이만 많은 선배라고 생각하겠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부풀려가며 나를 주눅 들게 만든다.그러다 고개를 돌려 창밖 파란 하늘을 본다. 나의 마음은 채도가 점점 낮아 흐리기만 하는데 마주한 하늘은 맑기만 해 살짝 미워지려고 한다.왠지 지기 싫은 마음이 차오르기 시작하면서 우울한 생각을 고쳐 먹기로 해본다. 그건 바로...
불가사의한 일들이 내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거라고.
나는 분명 놓치지 않았고, 서류도 잘 챙겼고, 완벽하게 업무를 처리했는데 우주의 알 수 없는 이상 현상이 일어나 시간이 되돌려지면서 나의 행동 이전으로 돌아간것이라고.
나의 실수를 덮기 위해 이렇게 거창하면서도 구차하고 궁상맞은 핑계를 대는 건 좀 비겁할 순 있지만 나의 마음을 언제까지 짙은 회색 세상으로 놔둘 수는 없다.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데.(얼씨구~)
"그래! 세상엔 논리적이지 않은 일들이 많잖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있는 거라고. 받아들여!"
그렇게 나는 창 밖 파란 하늘 조각 하나에 자존감을 찾기 시작한다. 이 또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받아들이기로 한다.
"다시 시작한다! 리셋~"
동기언니
"어머! 나 웬일이니? 이거를 빼먹었어. (긴 한숨) 나 정말 왜 이러니... 이래서 누가 날 써주겠니?"
나(헉! 이 언니 지금 자신을 몰아가고 있어!)
"무슨 소리하는 거야 언니! 이건 불가사의한 일이 일어난 것뿐이야. 세상엔 얼마나 이상한 일들이 많은데. 그건 누구나 다 겪어. 나도 매일 겪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