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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다 May 25. 2024

금은보화

"ㅇㅇ 아빠! 얼마 전에 우리 결혼기념일이었어!"


일을 하다 일정을 조율할 게 있어 달력을 보는데 낯익은 날짜를 보고 이 날 무슨 날인데 하다 번뜩 생각이 났다. 18년 전 결혼한 날!


"그러네. 그럼 보쌈이나 먹을까?"


애아빠나 나나 기념일이 무심해질 만큼 같이 살아온 날이 길긴 길었나 보다. 들려오는 대답이 서운하기보다는 보쌈보다 삼겹살이 더 먹고 싶다고 말하는 걸 보면. 

그래도 그냥 지나가기 좀 그래서 함께 캠핑을 갔고 캠핑장 한 곳 차지해 뜨거워진 화로 위에 삼겹살을 올리며 완벽한 저녁식사를 준비한다.


 "ㅇㅇ엄마 내가 선물을 준비했어"


지글지글 익는 (찜해놓은) 삼겹살 하나 집는데  애아빠의 장난스러운 표정이 끼어든다.


"뭐? 삼겹살 말고 소고기?"


워낙 장난기가 많아 평소에 선물을 준비했다고 하며  사람 설레게 해 집안을 샅샅이 찾게 해 놓고는 찾아보면 족발이나 치킨이니 이제는 속지 않는다. 


"아니야. 내가 오전에 어디 다녀왔어?"


"건강검진"


"나 건강검진 어디서 해?"


"종로"


"그럼 내가 무슨 선물을 준비했겠어?"


"파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남편의 표정을 보며 다년간 함께 살아온 경험으로 보아 이 사람 연기가 많이 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되게 궁금해하는 척해주는 게 부부로서 예의를 지키는 거겠지?


"뭔데? 응? 뭐야?"


"ㅇㅇ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거"


"돈? 오~ 결혼기념일이라고 나 용돈 주는 거야?"


"아니야! 다른 거 있잖아. 돈이랑 비슷한 거"


"금은보화!"


"캠핑 물건 사이사이 잘 찾아봐. 내가 잘 숨겨놨으니까"


삼겹살 먹다 자리에 일어나 챙겨 온 짐들을 꼼꼼하게 꺼내본다. 그리고 조명이 담긴 가방 안에서 나온 그것을 찾아낸다.

아~ 역시 살려면 이 정도는 같이 살아야 해 그래야 사람 취향 제대로 알지.

반짝이는 그 아이들을 고이 꺼내어 두 귀에 걸어본다. 영롱하기 그지없는 귀걸이. 

(저, 사실... 속물이예욧!)


오늘

내가 하고 싶은 거(캠핑), 좋아하는 거(금은보화), 먹고 싶은 거(삼겹살) 모두 한 자리에 있으니  바랄 것이 없는 날이다.


과거의 어느 날


M(남편)H(나)이제 막 사귀기 시작할 때


"누나, 누나는 뭐 갖고 싶은 거 없어? "


"왜?"


"그냥 선물하고 싶어서"


"나는... 금은보화. 나는 그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


이걸... 기억한 거냐?


더 과거의 어느 날


선배 S와 H의 대화


"H야 선배로서 연애에 대한 조언을 하나 해줄게"


"넵 선배님"


"남자친구가 선물 뭐 갖고 싶냐 하거든 꼭! 반드시! 금은보화라고 해라. 그게 남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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