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벌써 저녁 6시가 되었고, 동료들과 저녁식사 후 남은 일을 하기로 한다.
배달 온 분식을 테이블 위에 모자람 없이 펼쳐놓자 동료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음식을 고르며 먹기 시작한다.
"나는..."
젓가락을 들고 있는 세 명의 동료들 모두의 시선이 나로 향한다.
"나는 내게 오는 업무들을 보면 내가 자꾸 자신감이 없어져."
뇌를 거치지 않은, 두서없이 솔직한 마음이 입 밖으로 나온다. 세 명 중 한 명은 동기이고, 두 명은 10년도 넘는 후배인데 가리지 않고 속마음을 그냥 내놓는다. (물론 동기는 괜찮다. 동기니까)
"요즘 계속 그러네. 뭘 해도 끝이 안 나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건 하나 없고... 점점 이 모든 게 나한텐 다 커 보여. 업무에 비해 역량이 안 되는 것 같아 "
동료들은말없이 다음 말을 기다린다. 이때쯤 되면 스스럼없이 말을 꺼낸 내가 창피해야 하는데 오늘은 그렇지를 않는다.
특히, 떡볶이와 오징어튀김을 앞에 두고 처연한 상황을 만들었지만오늘은 내 머리가 이것저것 재지 않고, 내 마음이 막힌 데 없이 모두 뚫려버려 뭐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는 그런 날인것처럼 느껴진다.
그대로 나는 떡볶이 하나를 집어 입안에 넣는다. 맛있게 매운 떡볶이 소스가 목구멍 뒤로 넘어간다.이번엔 떡볶이 소스에 오징어튀김을 푹 담갔다 입안으로 향한다. 맛있어서 하나 또 집는다. 동료들은 더 말하지 않고 식사를 하는 나를 보다 다시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잠깐의 푼수 같았던 시간이 동료들의 무심한 배려로 아무것도 아닌 거처럼 지나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