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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다 Jul 17. 2024

같은 마음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벌써 저녁 6시가 되었고, 동료들과 저녁식사 후 남은 일을 하기로 한다.

배달 온 분식을 테이블 위에 모자람 없이  펼쳐놓자 동료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음식을 고르며 먹기 시작한다.


"나는..."


젓가락을 들고 있는 세 명의 동료들 모두의 시선이 나로 향한다.


"나는 내게 오는 업무들을 보면 내가 자꾸 자신감이 없어져."


뇌를 거치지 않은, 두서없이 솔직한 마음이 입 밖으로 나온다. 세 명 중 한 명은 동기이고, 두 명은 10년도 넘는 후배인데 가리지 않고 속마음을 그냥 내놓는다. (물론 동기는 괜찮다. 동기니까)


"요즘 계속 그러네. 뭘 해도 끝이 안 나고, 그렇다고 제대로 된 건 하나 없고... 점점 이 모든 게 나한텐 다 커 보여. 업무에 비해 역량이 안 되는 것 같아 "


동료들은 말없이 다음 말을 기다린다. 이때쯤 되면 스스럼없이 말을 꺼낸 내가 창피해야 하는데 오늘은 그렇지를 않는다.

특히, 떡볶이와 오징어튀김을 앞에 두고 처연한 상황을 만들었지만 오늘은 내 머리가 이것저것 재지 않고, 내 마음이 막힌 없이 모두 뚫려버려 뭐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는 그런 날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대로 나는 떡볶이 하나를 집어 입안에 넣는다. 맛있게 매운 떡볶이 소스가 목구멍 뒤로 넘어간다. 이번엔 떡볶이 소스에 오징어튀김을 푹 담갔다 입안으로 향한다. 맛있어서 하나 또 집는다. 동료들은 더 말하지 않고 식사를 하는 나를 보다 다시 식사를 하기 시작한다. 잠깐의 푼수 같았던 시간이  동료들의 무심한 배려로 아무것도 아닌 거처럼 지나가버린다.

어쩌면 우리 모두 같은 마음이라 그렇게 듣고, 그렇게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나 오늘 되게 되게 많~이 힘들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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