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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다 Jul 16. 2024

노안

노안이 온 거 같다.

두둥~


두통이 심해 약을 찾다 진통제 하나 발견하고 포장상자에 쓰여있는 복용법을 눈 가까이 대 확인하려는데 글씨가 흐릿하고 서로 섞여 보여 멀찌감치 거리를 두었더니... 또렷하게 보이는 글자들. 말로만 듣던 노안이 내게도 온 것이다.

툭! 가슴 아래로 내려앉는 씁쓸함이 두 무릎을 지그시 눌러 주저앉게 한다.

'왜! 왜! 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난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니라고! '

마음으로 외치는 소리가 손에 들고 있는 두통약 포장상자를 다시 한번 눈앞에 갖다 대게하고 역시나 아까와 같이 흐릿한 글자들을 마주하게 한다.

... 확실하네. 노안.


흰머리가 나면 그대로 자라게 내버려 두고, 눈이 어두워지면 지긋한 돋보기안경을 쓰며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야지. 주름이 하나하나 늘면 한 해, 한 해 성실히 살아온 날들의 흔적이라 여기며 억울할 것 없이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고아한 모습으로 지내다 나의 끝, 뒷자락조차도 차분하고 아름답게 마무리해야지 라는 나의 나이를 먹는 자세에 대한 다짐은 노안의 시작 하나로 잘게 잘게 깨지기 시작한다.

난 이제 시작이면서 이런 마음인데 어른들은 그 많은 걸 어떻게 받아들였고, 그것들과 어떻게 잘 지낼 수 있는 걸까?

... 그래서 어른인 걸까?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부끄러운 나와 아직은 어른으로 살고 싶지 않은 철부지의 내가 마음의 끝과 끝에 기대며 곁눈질을 한다.


어쩐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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