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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Oct 16. 2024

두번째 스탭 지원서가 도착했습니다

본인 의사는 없는 지원?


"사장님께서도 여름에는 혼자 다 꾸려나가려면 쉽지 않으실텐데. 누가 도울 사람이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비수기에도 물론, 조식을 차리는 것과 공용 공간 청소는 매일 해야했지만 딱히 어지럽히는 사람이 없다보니 크게 어렵지 않았다. 더군다나 조식은 기자와 기주가 짜준 간편 메뉴를 돌아가면서 만들었고. 살림에 요령이 있는 기자와 기주는 한 번 만들 때, 대량으로 만들 수 있고 비교적 오래 보관이 가능한 반찬들로 식단표를 짜주고 갔다. 건새우와 마른 멸치, 마른 미역, 무말랭이로 민박집 냉동실과 찬장을 꽉꽉 채워놓고 갔기 때문에 신선한 야채나 고기 정도만 정기적으로 사면 되었다.


'소라씨 이야기대로 문제는 성수기야.'


5월부터 예약이 부쩍 많이 잡혀있다. 머무는 손님의 수는 지금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장기 투숙객이 있는 것과 며칠 단위로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해야하는 여행자들을 대하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침대 시트와 이불, 배게, 수건의 양도 많을테고, 불규칙한 체크인 시간에 맞춰 손님을 맞이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닐테였다. 


5, 6월이야 어찌어찌 버틴다고 하더라도 7, 8월은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엄두가 나지 않는 미주였다. 샬롯의 방학 기간에 맞춰 루이가 휴가를 쓰기로 했으니 오롯에 민박집에 집중을 할 수는 있겠지만, 들쑥날쑥한 체크인 시간에 맞춰 사람들을 기다리고 식사, 청소, 빨래를 하려면 3개월 동안, 잠을 아예 포기해야할 지도 모른다. 아무리 민박업이 여름 한 철 벌어 1년을 나야한다지만 과연 이 일을 다 해낼지 걱정이 앞섰다.


"손님 10명 정도는 제가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많네요. 또 아이도 어느 정도는 챙겨줘야하니 누가 번갈아가면서라도 봐주면 큰 도움이 되긴 할거예요. 한 번 다른 민박집은 어떻게 하는지 알아봐야겠어요."


미주는 소라의 의견을 진지하게 고려해보기로 하고, 청소와 침대 시트 교체를 끝내는 대로 여행자들과 한인 민박 사장들이 활발하게 활동 중인 커뮤니티에 접속해보았다.


업무 강도나 근무 기간에 따라 휴무 일이 조금씩 달랐지만, 일을 몰아서 하고 휴무도 몰아서 주어 근처 다른 나라에 여행을 다녀오기 쉽도록 근무 스케줄을 정하고 있었다. 별도로 급여는 없지만 숙식을 제공하여 유럽에서 몇 개월 살아보는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20대들이 주로 지원하는 것 같았다. 


'여행도 좋지만 한 번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유럽 여행은 무척이나 낭만적이지만 아무래도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특히, 한 번에 여러 국가와 도시를 들려야하기 때문에 이동에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니, 사실상 잠을 자고 이동하는 시간을 빼면 실제 유럽 사람들의 삶 속에 들어가볼 기회가 없다.


미주 또한 관광객이 붐비는 박물관보다는 파리 외곽에서의 캠핑이나 카약, 일요일 점심에는 느긋하게 아페로(aperitiff, 식전주)를 즐기며 푸짐한 식사를 하던 여유로운 시간들에서 더 파리를 만끽했었다. 그래서 7박 10일이라는 짧은 일정 동안 3-4개의 나라를 다니며 바삐 움직이는 한국인 관광객을 만날 때마다 괜히 아쉽기도 했었다. 며칠만 더 파리에 머문다면 더 즐길 거리가 많을텐데 하고 말이다.


[담당 업무 : 체크인 및 체크아웃, 침구류/수건 빨래 및 교체, 조식 차리기 및 설거지, 분리수거. 주 2회 포트락 파티 진행.]


미주는 종이에 스탭에 대한 내용을 한 번 정리해보았다. 스탭과 번갈아가며 근무 스케줄을 짜야하니, 스탭이 근무하는 날에는 미주가 미리 만들수 있고, 아침에 차리기만 하면 되게끔 메뉴를 짜면 될 것 같았다. 청소는 미주가 시간 될 때 하면 될 테니, 침구류와 수건을 제때 빨고 교체해준다면 청결에도 큰 문제가 없지 싶었다. 비쥬네 민박집에서 진행되는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야경투어는 미주가 주 2회 진행하면 되고, 스탭에게는 성수기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포트락 파티를 맡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재경과 수환이 왔을 때, 간단히 거실에 모여 주전부리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참 좋았다. 30대라는 비슷한 나이대와 여행지가 주는 색다른 매력에 미주를 포함한 다섯 사람은 흔쾌히 마음을 열어 금방 친해져 야경투어까지 무척이나 재밌게 했었다. 반나절 만에 얼마나 친해졌는지, 수환이 재경을 승무원 지정 호텔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민박집으로 돌아오기까지 했었으니까. 이런 자리를 통해 좁은 공간에서 며칠 동안 부딪혀야할 투숙객들이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줄 수 있었다. 또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는 이후 일정도 함께 할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근무 조건 : 주 5일 근무-2일 휴뮤. (붙여서 사용 가능.)

숙박 제공.

아침 조식 제공. (사장님이 요리. 데워서 차리기만!)

주방 및 세탁기 이용 가능.]


주 5일 근무라고는 하지만 업무 강도 자체는 크지 않을 테였다. 체크인이나 체크아웃 손님이 없는 날은 오전에 할 일을 다 끝내면 하루종일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고. 4일의 휴무일을 붙여 쓴다면, 런던이나 스위스 정도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다른 민박집의 조건에 비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문제는 숙박이었다. 숙박은 무조건 제공해야하는데 도대체 어디서 자라고 해야하지? 일단, 미주는 지금까지 결정된 내용을 가지고 기숙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탭?"


"응, 이모. 보통 대학생들이 유럽에서 살아보기도 하면서 여행한다고 많이들 온대."


"그럼, 민박집에서 손님들 상대하면서 일하는거야? 걔가 요리는 못하겠지만 뭐 힘쓰는거 위주로 시키면 하긴 하겠지."


"응. 일 자체는 하루종일 일할만큼 있는 건 아니라서. 오전에 일이 다 끝나는 날에는 관광하러 시내로 나갔다와도 괜찮고. 휴일은 몰아 쓸 수 있으니까 일하는 중간에 가까운 런던이나 스위스 갔다오고. 또 일이 끝나면 바로 한국 들어가지 말고 조금 먼 동유럽 여행 한 번 갔다가 가면 되구. 여러모로 기분 전환도 될거야."


"그래? 월급은 주는거야?"


"유럽에서 일하는 비자도 없는데 돈을 주지는 못하고. 숙박 제공해주고 또 비행기표를 조금 지원해준다거나 이렇게는 하더라고."


"그래? 가서 한 3달 있으려면 돈이 좀 있어야할텐데. 얼마나 있으면 될까? 그때, 그 대학생들 보니까 돈도 별로 안쓰고 여행을 잘만 하더라고?"


"쓰기 나름인데. 야간버스타고, 도미토리에서 자고, 식비 아끼면 200만원으로도 왔다가더라고. 물론, 희철이야 길게 있으니 좀 더 쓰긴 하겠지만. 먹는거야 내가 잘 챙겨줄게."


"그럼 그렇게 할까? 내가 희철이 그 놈, 군대 갔다오면 개고생해서 정신차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나태해져서 왔어. 이번에는 아주 좋은 거 구경 실컷해보라고 하지. 혹시 아니? 유럽 갔다와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며 변할지?"


"희철이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괜찮아?"


"지가 양심이 있으면 순순히 가겠지. 그리고 그 숙박은 말이다."


미주는 숙박 이야기에 긴장되었다. 사실 희철이가 어디서 잘지는 정해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뭐라고 대답할 수가 없는 상황.


"너네 집에서 하면 안될까?"


"우리집?"


"응. 방이 두 개잖아."


"그래도. 루 서방도 있고 샬롯도 있고 불편할텐데."


"그래서 그래. 루 서방이 영어를 잘하잖아? 그렇게 한 집에 살면서 부딪히다보면 영어를 억지로라도 쓸테고 뭐라도 늘겠지. 민박집이야 죄다 한국 손님들일거 아니야. 이왕 가는거 영어도 늘면 좋겠다. 그렇게 좀 부탁할게."


사실 미주에게는 좋은 제안이었다. 물론, 다른 가족들의 양해가 필요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건 내가 한번 루 서방이랑 얘기해보고 알려줄게. 그럼 이모도 희철이랑 이야기해보고 알려줘. 어쨌든 본인이 오고 싶어야지."


"그래, 알았다."


미주는 전화를 끊자마자 루이에게 연락했고, 루이는 흔쾌히 승낙했다.


[좋아. 샬롯도 한국 친척을 만나며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해. 작은 방을 몇 개월 비워주면 되지.]


이제 희철이의 대답만 기다리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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