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육생의 진심이 가르쳐준 ‘교육의 본질’
방송 제작 일을 해오면서, 나는 때때로 영상 제작 교육을 진행한다.
기술을 전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게 더 큰 가르침이 되곤 한다.
그날도 그랬다.
“다시 촬영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보조 강사의 말에 교육생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그는 60대 남성이었고, 어머니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고 싶다며 참여한 분이었다.
홀로 지내시는 노모는 스마트폰 사용이 서툴러, 그로 인해 생긴 작은 일상들을 기록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촬영본은 초보자의 흔적 그대로였다.
컷 분할이 없는 긴 화면, 흔들린 구도. 편집하기엔 쉽지 않은 재료였다. 보조 강사의 말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교육생의 표정에는 단순한 난감함 이상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어머니 댁은 멀리 있고, 자신의 일정도 빠듯했다.
무엇보다 거동이 불편한 노모께 “다시 찍자”라고 말하는 건 죄송한 일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일단 영상을 같이 보시죠. 못할 편집은 없습니다.”
촬영본을 함께 확인했다. 분명 까다로운 장면들이 많았다.
그러나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나는 직접 편집기를 열어 장면을 자르고 이어 붙이며 아이디어를 보여주었다.
“이 부분은 살리고, 여기는 잘라내면 됩니다.
꼭 필요한 장면만 다시 찍어도 이야기는 완성됩니다.”
그의 얼굴에 조금씩 빛이 돌아왔다.
“아… 그렇게도 할 수 있군요.”
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속에는 안도와 기쁨이 담겨 있었다.
그렇게 그는 영상을 끝까지 이어갔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작품은 노인영화제에서 수상까지 하게 되었다.
조금만 늦게 손을 잡아주었다면, 포기 속에 묻혔을지도 모를 이야기였다.
수료식 날, 나는 또다시 놀랐다.
교육생들이 완성 영상을 상영하고, 차례로 수료증을 받는 자리였다.
그는 재킷을 단정히 여미고 앞으로 나와 두 손으로 수료증을 공손히 받아 들었다.
그 순간, 뒷모습만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이 과정을 얼마나 진심으로 임했는지, 얼마나 깊이 기뻐하는지.
그 모습은 단순한 교육 수료가 아니라, 긴 여정의 결실을 받아 드는 듯했다.
방송 제작자로서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늘 느낀다.
가르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적절한 방향을 제시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끝내 영상을 완성으로 이끈 건,
교육생 자신의 인내와 끈기, 그리고 삶을 담아내고자 하는 진심이었다.
교육은 누군가를 바꾸는 일이 아니다. 그저 딛고 일어설 작은 발판을 놓아주는 일이다.
그러나 그 발판 위에서 스스로 걸어 나가는 건 결국, 배우는 사람의 몫이다.
그날 이후 나는 하나의 소신을 갖게 되었다.
교육은 누군가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진심이 만나 함께 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두 사람 모두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